낚시, 자연에게 묻다.

자주 가는 저주지 자주 앉는 자리 10미터 전방에서 왠 물새 한마리가 연줄기 아래에서 맴돌고 있더라구요. 사람이 근처에 왔는데도 도망가지 않 고 있길래 직감적으로 낚시줄에 걸려서 오도가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초제거기가 없는 탓에 대신 특공대로 연줄기를 잘라서 꺼내기로 했습니다. 주위에 낚시하시는분이 좀 계셨지만 이녀석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풍덩질을 했더랬죠. 이녀석도 살 운명이었는지 평소에는 원하는곳에 투척이 잘 안되던 특공대로 3번만에 연줄기를 자르는데 성공. 근처까지 끌어내고 그 후는 낚시대 를 던져서 낚시바늘로 연을 뭍가까지 당기는데 성공했습니다. 근데 이녀석 단순히 낚시줄에 감긴게 아니라 낚시바늘을 물고 낚시줄은 연줄기에 엉켜서 꼼짝 못하고 있었던겁니다. 다행히 목구멍 깊숙히 박힌 게 아니라서 쉽게 낚시 바늘을 빼내고 줄을 풀어줬더랬죠. 그렇게 하고나면 바로 날아갈줄 알았는데 왠일인지 제 손위에서 가만히 있더라구요. 힘이 없어서 그러나 아님 또다른 문제라도 있나 싶어 일단 바 닥에 내려놓으니깐 가만히 웅크리고 앉더니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는 움직이질 않는겁니다. 이러다가 죽는거 아닌가 동물병원에라도 데려가야 되 는거 아닌가 하는 찰나에 서서히 일어서더니 물가로 걸어가더군요. 그렇게 입수하고 얼마후 자맥질을 하더니 제 눈에서 사라지더군요. '짜식 뒤라도 한번 돌아보고 가지... 잘 살아라' 흥부에게 박씨 물어다준 제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고기라도 좀 물어다줄줄 알았더니 그날 물고기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네요 ㅎㅎ 자연은 우리에게 낚시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주지만 과연 낚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자연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쓰레기 투기, 무분별한 살상, 수질 오염, 낚시 도구 방치로 인한 주변 야생동물들에게 생기는 피해 등등. 이로 인해 병들어가는 자연은 아마 이제 그만 자신을 놓아달라고, 그만 괴롭히라고 부탁할겁니다.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지는 못할지언정 훼손하지는 말아야겠죠.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자연에 부탁합니다. 앞으로는 잘 가꾸 고 보살피겠다고 그러니 제발 사짜 얼굴 한번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