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애님의 댓글 ..낚시를하던때의 봄과 낚시를 그만둔후의 봄이 어떻게 다른지..에서
힌트를 얻어 궁금해하시는분들 위해 씁니다
낚시를 하던때 ..
지난일요일 종일 낚시를 하고서도 새주를맞아 수요일쯤되면 벌써 머릿속은
낚시계획으로 꽉찹니다
지난주 같던 저수지에서 갈대밑둥에다 넣어볼걸 ..
맨바닥을 공략해볼걸 ..
채비를 조금더 예민하게 써볼걸 ...
아니 그저수지말고 수로로 갔어야했는지도몰라 ...
저번에 나왔던 체고높은 녀석들은 힘이 대단했었는데 ...
끝이 없는 미련에 주중인데도 더디게오는 주말에 애가 탑니다
이쯤..수요일쯤되면 집사람도 제눈치를 봅니다
아이들 시험도 끝났고 일요일 치과치료차 광주가는길에
미리 약속한 영화관람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
주중에 일이 잘안풀리거나 민원이 있어 힘들어하는주에는
더더욱 눈치가 보이는지 미리 귀뜸을 합니다
이번주엔 아이들하고 약속한거 꼭지켜야하는데 ...
다음주부터 애들 시험시작되는데 그주부터 삼주 쭈욱 낚시가고 이번주는 안가면 안될까??
마지못해 그러마 해두고도 퇴근후 자정이 되가도록
안방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채비를합니다
처음엔 깔끔떠는 집사람의 신경을 건드리지않으려 집안엔 들이지도 못했던
낚시용품들이 서서히 밀고들어와 방안 어디에도 낚시용품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집사람과 아이들이 없는날엔 거실에 보트를 펴두고는 밤이새도록
닦고 고치고를 합니다
물론 다음날엔 전혀 흔적이 남지않도록 닦고 또 닦지만
학생적부터 전국암산대회를 휩쓴 수재답게 눈썰미와 예민함이 출중한 그녀를 속일길은 없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린 원줄이며 소파밑에선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도 나오니
대강.대충으로 대변되는 얼렁뚱땅 남정네가 그녀를 이길리없죠
광택제를 사용한 흔적은 거실바닥에 그대로남아 아들녀석이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뻔히 알면서도 그리 나무라질않으니 그녀의 맘을 알길없습니다
사는게 재미없다는 남편에대한 배려라 짐작할뿐 입니다
금요일쯤되면 일기예보에 신경이쓰이고
정밀하게 채비를다시한번 정비하고
토요일엔 다음날 아이들하고의 약속을 까맣게 잊은채 자정이 넘도록
낚시갈때필요한 짐을 차로 옮겨싣습니다
온갖용품들
다 써보지도못할 많은짐들을 차에 싣고는 혹 빠진게있는지 다시한번 살피고
잠자리에듭니다
먼저 잠들었던 짐사람이 내일 낚시가려고 ??..
물어올때 문득 약속이 생각나지만 대답을 하지않으면 집사람도 더이상 묻지않고
뒤돌아 잠을 잡니다
주중엔 출근시간이 턱에차도록 피로에지친몸이 깨어나질않지만
일요일 아침이되면 새벽세시경부터 눈이 자동으로 떠집니다
아침도 거르고 밤새 옮겨논 차안에 짐들이 만족할수준으로 점검돼있어서
바로 저수지로 출발합니다
그새벽 조용히 빠져나가는 남편을 집사람은 모른채합니다
종일 낚시를하고저녁늦게야 집에들어오면
이미 아이들과 집사람이 출타했다 돌아와있습니다
지친몸.듬성해진수염 .손톱밑엔 까맣게 때가 끼어있습니다
어리지만 속깊은 딸아이는 엄마와 아빠사이의 보이지않는긴장감을 해소해보려
아빠없이본 영화얘기며 점심때들른 아웃백얘기를 쉴새없이 해댑니다
아들녀석은 눈치없게 아빠낚싯대닦느라 바닥에 약칠해놔서 미끌어져 넘어진곳이
아프다는둥 .아웃백갔더니 우리만 아빠가없어 사람들이 쳐다봤다는둥 ....
대부분의경우 집사람도 이골이 난일인지라 아무렇지않게 웃고 넘어갑니다
워낙 밥먹는시간도 아까워하는낚시라 일요일하루만으로도
너무 지쳐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일요일저녁까지 다음주 영업에관한 변화를 빨리 캐치하지못하고 넘어가
다음날 일하면서 헤매기도합니다
그리고다시 월요일 ..
한주가 시작되는 첫날이다보니 이런저런 업무로 바빠진틈에
점심도 채 먹지못하고 하루가갑니다
그와중에도 제책상컴퓨터화면엔 월척이 떠있습니다
지나가며 흘깃 화면을 쳐다본 동생의 얼굴에 어절수없는 체념이 보이는듯해
눈치가 보입니다
녀석의 컴퓨터엔 일관련 문서가 떠있고
동종업계관련 카페가 떠있으니 24시간을 일만 생각하는 녀석과
일은 한시간 .낚시는 스물세시간 생각하는 주인과 주객이 바뀌는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낚시를 그만둔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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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할수록 참 대단하십니다.
저역시도 은둔자님과 같은 결단의 순간을 수없이 생각하면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물가에 나가있습니다.
차 트렁크에는 가끔 마트가서 장보고난후 집에가져올 조그만 박스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낚시장비가 가득차 있으니...
제 집사람은 낚시가는것 당연히 싫어 하겠지만 이제껏 싫은소리 한번 안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분이 그 요령이 뭐냐고 하시길래 대답해 드린 내용인데요,
제가 낚시에 거의 미쳤다 싶었는지 집사람이 두군데의 점집에 다녀왔고 그 두명의 점보는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했답니다. 제 사주에 '殺'자가 끼어 있어서 이것 안풀어주면 큰 사고 친다구요,
그래서 살기를 푸는 취미를 가지면 좋은데, 그것이 바둑과 낚시. 그 뒤로 집사람 아예 포기를 했네요)
제작년에 딱 6개월 정말 낚시대도 안만지고 지내봤는데, 그런데로 지낼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오래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일년에 한달 정도는 낚시 안다니고 지내볼 생각입니다.
하여튼, 은둔자님께서 낚단현상 별로 없이 잘 적응하시기를 응원해드립니다. 솔직히 부럽습니다.
작은미움도....
지나친애착도....
도두가 부질 없다는것....인데....
말로는 버리고살자....버리고가자....하는데
자꾸 자꾸 벌려놓내요.
운둔자님 결심 대단하십니다.
생각하신대로 결과가 있기를....
제가 젊으을때부터 바다낚시에 빠져서 남해안 일대를 누비고 댕길때 한번도 낚시 가지마라고 안하더군요.
어머님이 맨날 낚시 좀 그만댕기라 살생하면 안된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낚시란 누가 하지마라고해서 안하는 취미가 아닙니다.(제 생각은)
본인 스스로가 접어야할때를 아는것이지요.?
제가 바다낚시 접은것은 물론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것은 아니다 싶어서 접어습니다.
집사람과 같이 할수있는 취미를 찾다보니 등산이더군요.
7년정도 가이드 산악회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취미생활이더군요.
좋은취미도 나이 앞에서는 별로더군요.?
낚시를 못잊어 다시 낚시를 시작하면서 집사람과 같이 댕길수있는 민물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겐 자통차는 아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낚시를 할려니 자동차가 필요하더군요.ㅋㅋㅋ
붕어낚시 입문 7년차 초보이지만 늘 쉬는날이면 둘이서 짐챙겨 밤나들이하는 초보 중늙은입니다.^^*
느스레가 길어져네예.^^*
2부보로 갈렵니다.^^*
일단 2부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