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요거 사람 미치게 하는 무지무지 무서운 전염병이라
자칫 늙으막 처철한 고독을 안겨줄 인생의 암적인 고질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씨도 구질구질하니 이쯤하여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위태로움을 직시해 보자
중년이 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안에서의 효용성이다
꼭 필요한 사람인지, 있으나마나 한 무관심의 대상인지, 차라리 없는게 좋은 장애물같은 존재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여성들은 별 문제가 없다
여성들은 음식 해주고 살림하고 애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때문에 대접을 받으며 오히려 호강할 수 있다
문제는 중년 남성들이다
특히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한 남자들은 자신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주말마다 낚시에 미쳐 "휑"허니 가정을 등진 꾼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굴지의 대기업 CEO로 거명되는 모재벌 회장께서 은퇴후 무얼하고 싶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동안 내조를 열심히 해 주며 고생한 부인과 세계여행을 하며 편히 쉬고싶다"는 답을 했다
그 기자가 CEO 부인께 어떠냐고 물으니 정색을 하며 "무슨 말씀이예요. 누가 그사람하고 여행을 가요. 혼자 가라고 하세요. 그렇게 재미없고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사람과 지금까지 산것도 지겨운데....이제는 내 인생 살아야지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분의 험한 앞날이 눈앞에 그려진다
중년이 되면서 변하는 것 중 하나는 집안에서의 파워의 실세가 바뀐다는 것이다
50이 넘어서도 집안에서 파워맨으로 행세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아직도 자신이 1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그럴것이다'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식구들은 그 사람이 은퇴해서 무능해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나마 돈이라도 벌어오니까 맘에 들지 않아도 참지만 '그날만' 오면 본색을 드러낼 수 도 있다
(행여,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권위적으로 행동했던 남자의 말로는 전인권 교수의 '남자의 탄생'이란 책 여러 대목을 보면 대충 어림 잡힌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절대권력을 누리는 것치럼 보였지만 실제는 허수아비일 때가 많다
모든 독재자의 비극이 있듯이 집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차지한 아버지에게도 비극은 있었다
그 비극은 혼자만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비슷한 비극이다
아버지는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머리와 입으로 생각하고 명령만 했을뿐 한번도 가족의 생활속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권력은 형식적인 지위나 신분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집안일을 등한시 했던 아버지는 유용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그런 까닭에 권위만 높을뿐 실제로는 무권력자가 되었다
권력이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진다
환갑을 넘기면서 경제적 역할마저 축소되자 아버지는 말 그대로 가족중의 왕따 신세가 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돌아가는 현실이다
대신 어머니와 아이들은 한통속이 되어 어머니의 공간을 크게 넓혀간다
어머니와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나타나면 갑자기 입을 다물고 우르르 자신들의 공간으로 사라진다
"몰라도 돼" "참견마세요"라는 식의 그 같은 조짐은 아버지의 슬픈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지배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영국의 왕'처럼 권위있게 군림했지만 결국은 물위를 떠도는 기름과 같다
그 물과 기름은 한 그릇안에 있지만 융화되지 않는 타인처럼 보일때가 많다
그 대신 나머지 가족들은 풍부한 자유를 누린다
이처럼 가족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지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공식적 가족,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모성가족이다
그 파워는 결국 어머니 팀으로 기울며 아버지쪽을 슬프게 한다
그들의 아버지에 대한 환상은 부정적인것만 남아서 아버지를 멀리하게 되고 그 틈새는 하루가 다르게 커진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며 벌어진 틈새만큼이나 굳건히 쌓여진 돌담
부서트리지 않는한 중년의 남자는 차거운 그 돌담벽 모퉁이서 많은 시간동안 외로울 것이다
그렇게 저렇게 빈 껍데기로 전락한 용맹스럽던 숫사자의 몰골은 누가 보상 할 것인가
허물어지는 남자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에 대한 비통함을 어느 뉘게 하소연 할 것인가
아!
옛날이여
조사님들이시여 -
출조전 고민하고, 출조중 돌아보며, 출조후 따져보십시요
나의 위치
나의 가족
나의 미래
..................................................................................................................................젠장이로세
낚시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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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낚수 가는게 겁나네요.
반가버요 권조사님!
현실 가두어 두면 갑갑하고 잊고 낚시가면 넉넉하고~~~~~~~~~~~~~~~~~~~~
나의 미래 ~~~~~~~~~~~~~~~~
낚시터에 앉아 있겠죠.
아침 "꽝" 내가 미쳤지 되 뇌어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 다음 출조에 설레이니~~~~~~~~~~
어쩔수 없네요. 담배는 끊었지만 낚시는~~~~~~~~~~~~아시죠
아버지 로써의 나의위치..
현재 나의 위치..
생각해 보지도 않은 미래의 나의 위치..
밖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이글을 읽는 내맘두 우울합니다.
아직 내가 꿈을 못깨구 있는건가..
은퇴후 나는 낚시대 울러메구 여러못으로 다니는 상상밖에는 되지안으니 원...
아직 정신 마~니 차려야 겠네여..
훗날 왕따 되기전에 지금 부터라두 설걷이, 청소 정도는 해서 미리미리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둬야 겠네여...
간만에, 참으로 공감 가는 글월을 대합니다.
때론 정문일침이 감언이설보다 더 달콤할 때가 있나 봅니다.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두마리 토끼를 쫓다 둘 다 놓치고 마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기 전에
적절한 자제와 진심 어린 충실이 요구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을 '낚시'에 둔 이상 가정에서의
그 어떠한 평화적인 수단(이를테면 청소, 설거지 등)도 가족들은 가식
그 이상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낚시를 가기 위해 행하는 가식적인 희생이 오히려 더 얄밉다고 말하곤 합니다.
모처럼의 가족들간 공동의 움직임엔 언제나 느릿하던 사람이
출조 때만 되면 들떠서 우왕좌왕 서두르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저의 모습에서
가족들은 크게 실망합니다.
낚시...
'취미'가 '특기'가 되어선 곤란하겠습니다.
아직 장가를 못가서 가정을 못 꾸렸지만...
씁쓸한 글인거 같습니다...
대한민국 가장분들 힘내십시요~~
한동안 노력을 경주해야겠습니다.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을려면 최소한 마누라한테 손가락질은 받지 말아야죠.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요즈음, 괞시리 슬퍼집니다.
헌데 낚시가 마약보다 끊기 힘들다 하더니 정말인것 같습니다~
낚시가 우선이 아닌 가족을 먼져 돌보는 가장이 돼도록 노력해야겟습니다.
그러기에 낚시꾼은 더처절하게 고독한것 아니겠습니까?
저승처럼 피어나는 물안개. 곧 솟아오를것 같은 희미한 케미.
붕어 마저도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는 까만밤! 하늘에 별은
너무 멀리있고.. 가까이있는 가족으로 부터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
어쩌면 그밤의 고독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은퇴후 낚시대 울러메고 이못저못 다닐 처지만 되면 행복한거지요.
허나.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이 만만치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감기조심하시고 안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