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납량시리즈(소복한 귀신을 잡아라 1부)

  • Hit : 6020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1
소복한 귀신을 잡아라.

1970년 나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띠고 안동에 있는 예비사단에서 6주간의 훈련을 땡볕아래 땀 흘려 받고, 다시 대전에 있는 통신학교에서 8주간의 전신타자교육을 받았다.
의정부 제1보충대에서 트럭에 밤이 늦도록 실려 간 곳은 비무장지대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민통선 바로 밑에 있는 사단보충대였다.
모두가 산으로 둘러 쌓여 하늘에 별만이 보이는 계곡 속의 막사는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데, 막사 주위의 철조망에는 옥수수를 심었고 늦여름 산골의 밤바람이 군복 속을 파고드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하고 흔들리는 옥수수대는 무서움에 떨게 했다.
자정이 지났건만 다시 또 W백을 메고 운동장을 서 너바퀴 도는 기합을 받고서야 식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내무반에 일렬로 앉은 신병들을 보고, 내무반장으로 보이는 병장이 말했다.
"모두 머리를 안쪽으로 두고 취침하도록, 지난해 이때쯤 북한의 공비가 보초를 살해하고 내무반을 침투해 내무반에 취침하던 20여명 병사의 목을 베어간 사건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내무반은 머리를 안쪽으로 자도록 지시를 받았다. 그럼, 지금부터 보초명단을 호명하겠다."
나는 가슴이 덜컹했다. 이 시간에 보초를 서야 하다니...
다행히 입대순으로 호명을 하는데 내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부터 또다시 구보로 시작되는 피나는 훈련이 시작되었다.
신병교육도 착실히 받았고 특과학교 교육도 받았는데, 다시 훈련을 받는 이유는 최전방 부대로서 언제 적과의 교전이 있을지 모르니 휴전선을 방어하는 부대의 기본조건이라는 것이다.
헌데, 지지리도 군대복이 없는 놈이라서 그런지 이놈의 훈련이 신병교육은 비교도 안 된다. 특수부대나 공수부대원들이 받는 힘들고 어려운 유격훈련을 8주나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군인들은 1년에 1주정도 유격훈련을 받는데 이건 완전히 특수 훈련이다. 이 훈련을 받아야만 일당백의 대한국군이 된다는 것이다.
첫날 훈련이 끝나고 저녁을 먹고 나서 보초명단을 부르는데, "일병 OOO, 24시부터 02시까지 제4초소." 라는 것이다. 제4초소를 마지막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제일 먼 곳임을 직감했다.

고단한 몸은 내일을 모르게 잠들었는데, 깨우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완장을 두른 내무반장 김병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나가는 보초라 안내를 하는데, 나는 졸린 눈에 불을 켜고 어둠 속으로 그를 따라갔다. 30분이 넘도록 산 속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언덕 위에 있는 방카로 들어가서 나를 교대시키고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주고는 전번 보초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3평 남직한 방카로 밖으로 구멍이 있고, 구멍을 내다보니 3미터 아래쯤 작은 길이 있고 그 아래로는 계곡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늦여름의 장마 끝에 터진 하늘에서 보름달이 나왔다 들어가곤 했다.
총알이 없는 칼빈총 한 자루뿐, 휴레시도 담배도 성냥도 지닐 수 없다.
무서움이 떨며 총을 움켜쥐고 밖을 주시했지만 1시간이 지나자 나도 모르게 고된 훈련에 지친 나머지 깜빡 졸고 말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놀라 눈을 비비고 밖을 보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10미터 전방에 무언가 허연 물체가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 달빛 속에 보였다. 소박한 여인이 분명하다. 순간! 내 머리는 하늘로 치솟고 몸은 얼어붙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 물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총을 움켜지지만 이미 내 몸은 말을 듣지를 않았다.
소복한 귀신은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2부가 이어집니다.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2부가 무지궁금 한데요^^ 빨리좀 올려주세요.보구싶당!!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