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글쟁이들, 국어교사나 작가바라기들이 모이는 사이트. 그녀는 도도한 여왕이었고 현란한 문장가였다. 그녀의 글에는 추종자들의 감탄 댓글이 따랐다. 의사나 약사일 것이라는 추측은 난무하는데, 그녀는 꽁꽁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낚기 위한 숱한 조사들의 도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 그럼 좋아. 내가 낚아 주지. 나는 그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녀와 라이벌인 듯한 여자의 글에는, 나는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치열할 수 밖에>라는 그녀의 글이 올라왔다. 자기가 얼마나 치열하게 글을 쓰는지 현란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소리 없이 앞치기를 했다. 한 목 노출. ㅡ 탈고가 치열하지 않은 듯하여 좀 아쉽군요. 입질이 올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했다. 찌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ㅡ 어느 부분이 허술했는지 어디 들어볼까요? 건방진 여자. 댓글 대신에 쪽지를 보내오다니. ㅡ 대충 서른 군데 넘게 보이는군요. 제목부터 틀렸구요. ㅡ 제목? 혹시 피러님,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ㅡ 제겐 상식이 그 쪽에겐 상식이 아닌 모양입니다. ㅡ 가르침을 주시죠. ㅡ 수밖에. 그럼 이만... 나는 실망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쪽지를 중단했다. 그녀가 <치열할 수밖에>라고 제목을 고쳤다. 몰래. 나는 대를 걷었다. 오늘은 이만 철수. 일주일 후, 나는 처음으로 글을 썼다. <비 오는 오후> 바랜 추억과 포기한 꿈을 마시고 떠난 사랑과 암울한 내일을 씹던 놈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 버린 뒤에 나는 뭐가 아쉬워 앉아만 있었을까 퐁! 퐁! 퐁! 쪽문 틈새 뒤뜰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 항아리 세 개를 울리고 있었어 남은 소주잔을 비우고 사만 칠천 원을 계산하고 신발을 찾으니 행방불명이더군 미인박명을 예감하는 주인 여자가 제일 깨끗한 슬리퍼 한 짝을 내어 놓더라 새벽부터 내린 비에 오후 여섯 시가 젖어가는데 우산도 신발도 없는 나는 비 젖은 거리가 싫어 자꾸만 미적대고 있었어 주인이 부른 택시가 어디 가십니까, 라고 묻는데 나는 왜 어디 가고 싶습니까, 로 착각하는지 당신이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 얼굴을 모르고 당신한테 가고 싶은데 나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모르는군 또 비가 온다면 그때는 비든 당신이든 젖어볼 테다 ㅡ 2002. 피러. 사악한 글이었다. 딸기글루텐 안에 날카로운 바늘을 숨기듯, 나는 한 여자를 낚기 위해 그리움 속에 음흉함을 숨겼다. 1. 바랜 추억과 포기한 꿈을 마시고 떠난 사랑과 암울한 내일을 씹던 놈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 버린 뒤에 나는 뭐가 아쉬워 앉아만 있었을까 ㅡ 80년대를 살았을 당신의 부채의식을 긁어 주마! 2. 퐁! 퐁! 퐁! 쪽문 틈새 뒤뜰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 항아리 세 개를 울리고 있었어 ㅡ 현학적인 당신은 분명 단순미학을 동경할 테고. 3. 남은 소주잔을 비우고 사만 칠천 원을 계산하고 신발을 찾으니 행방불명이더군 미인박명을 예감하는 주인 여자가 제일 깨끗한 슬리퍼 한 짝을 내어 놓더라 ㅡ 어때? 일상적 문장도 시가 되지? 4. 새벽부터 내린 비에 오후 여섯 시가 젖어가는데 우산도 신발도 없는 나는 비 젖은 거리가 싫어 자꾸만 미적대고 있었어 ㅡ 모성본능이 지렁이처럼 꿈틀댈 테고. 5. 주인이 부른 택시가 어디 가십니까, 라고 묻는데 나는 왜 어디 가고 싶습니까, 로 착각하는지 당신이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 얼굴을 모르고 당신한테 가고 싶은데 나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모르는군 ㅡ 영악한 당신은 당신 얘기라는 예감을 하겠지. 6. 또 비가 온다면 그때는 비든 당신이든 젖어볼 테다 ㅡ 이 남자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이제 어쩔 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한 봄날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고, 나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입질에 나는 스멀스멀 키대로 솟았다. 파랗게 전율하는 캐미 불빛... 나는 마침내 5짜 조사가 되었다. #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없어졌군요. 억지를 부려보자면, 진실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거. 그러니, 너무 파고들지 말고, 그냥 보이는 만큼만 보자는 거. 순결을 바락바락 강조하면 아그래이사람순결하겠지, 라고 믿어 주자는 거. # 그 인물에? 라는 딴지는 안 받아 줍니다...
내가 얼마나 낚시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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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글쟁이들, 국어교사나 작가바라기들이 모이는 사이트. 그녀는 도도한 여왕이었고 현란한 문장가였다. 그녀의 글에는 추종자들의 감탄 댓글이 따랐다. 의사나 약사일 것이라는 추측은 난무하는데, 그녀는 꽁꽁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낚기 위한 숱한 조사들의 도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 그럼 좋아. 내가 낚아 주지. 나는 그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녀와 라이벌인 듯한 여자의 글에는, 나는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치열할 수 밖에>라는 그녀의 글이 올라왔다. 자기가 얼마나 치열하게 글을 쓰는지 현란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소리 없이 앞치기를 했다. 한 목 노출. ㅡ 탈고가 치열하지 않은 듯하여 좀 아쉽군요. 입질이 올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했다. 찌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ㅡ 어느 부분이 허술했는지 어디 들어볼까요? 건방진 여자. 댓글 대신에 쪽지를 보내오다니. ㅡ 대충 서른 군데 넘게 보이는군요. 제목부터 틀렸구요. ㅡ 제목? 혹시 피러님,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ㅡ 제겐 상식이 그 쪽에겐 상식이 아닌 모양입니다. ㅡ 가르침을 주시죠. ㅡ 수밖에. 그럼 이만... 나는 실망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쪽지를 중단했다. 그녀가 <치열할 수밖에>라고 제목을 고쳤다. 몰래. 나는 대를 걷었다. 오늘은 이만 철수. 일주일 후, 나는 처음으로 글을 썼다. <비 오는 오후> 바랜 추억과 포기한 꿈을 마시고 떠난 사랑과 암울한 내일을 씹던 놈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 버린 뒤에 나는 뭐가 아쉬워 앉아만 있었을까 퐁! 퐁! 퐁! 쪽문 틈새 뒤뜰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 항아리 세 개를 울리고 있었어 남은 소주잔을 비우고 사만 칠천 원을 계산하고 신발을 찾으니 행방불명이더군 미인박명을 예감하는 주인 여자가 제일 깨끗한 슬리퍼 한 짝을 내어 놓더라 새벽부터 내린 비에 오후 여섯 시가 젖어가는데 우산도 신발도 없는 나는 비 젖은 거리가 싫어 자꾸만 미적대고 있었어 주인이 부른 택시가 어디 가십니까, 라고 묻는데 나는 왜 어디 가고 싶습니까, 로 착각하는지 당신이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 얼굴을 모르고 당신한테 가고 싶은데 나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모르는군 또 비가 온다면 그때는 비든 당신이든 젖어볼 테다 ㅡ 2002. 피러. 사악한 글이었다. 딸기글루텐 안에 날카로운 바늘을 숨기듯, 나는 한 여자를 낚기 위해 그리움 속에 음흉함을 숨겼다. 1. 바랜 추억과 포기한 꿈을 마시고 떠난 사랑과 암울한 내일을 씹던 놈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 버린 뒤에 나는 뭐가 아쉬워 앉아만 있었을까 ㅡ 80년대를 살았을 당신의 부채의식을 긁어 주마! 2. 퐁! 퐁! 퐁! 쪽문 틈새 뒤뜰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 항아리 세 개를 울리고 있었어 ㅡ 현학적인 당신은 분명 단순미학을 동경할 테고. 3. 남은 소주잔을 비우고 사만 칠천 원을 계산하고 신발을 찾으니 행방불명이더군 미인박명을 예감하는 주인 여자가 제일 깨끗한 슬리퍼 한 짝을 내어 놓더라 ㅡ 어때? 일상적 문장도 시가 되지? 4. 새벽부터 내린 비에 오후 여섯 시가 젖어가는데 우산도 신발도 없는 나는 비 젖은 거리가 싫어 자꾸만 미적대고 있었어 ㅡ 모성본능이 지렁이처럼 꿈틀댈 테고. 5. 주인이 부른 택시가 어디 가십니까, 라고 묻는데 나는 왜 어디 가고 싶습니까, 로 착각하는지 당신이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 얼굴을 모르고 당신한테 가고 싶은데 나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모르는군 ㅡ 영악한 당신은 당신 얘기라는 예감을 하겠지. 6. 또 비가 온다면 그때는 비든 당신이든 젖어볼 테다 ㅡ 이 남자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이제 어쩔 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한 봄날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고, 나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입질에 나는 스멀스멀 키대로 솟았다. 파랗게 전율하는 캐미 불빛... 나는 마침내 5짜 조사가 되었다. #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없어졌군요. 억지를 부려보자면, 진실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거. 그러니, 너무 파고들지 말고, 그냥 보이는 만큼만 보자는 거. 순결을 바락바락 강조하면 아그래이사람순결하겠지, 라고 믿어 주자는 거. # 그 인물에? 라는 딴지는 안 받아 줍니다...
피터님 인물에?
아 ~~!
지금 영업 안 합니다.
이런 내가 뭔 소리를 하는겨!
피터님 책임져요 !
끙 !
추상적이지만 순결하다에 한표 !
순결하지, 글잘쓰지,착하지, 낚시도 잘하지,
거기에 생긴것 마저 잘생겼으면
우린 자살 했을 겁니다
긍게 그인물에?~~~
라는 댓글에 만족해 주세요^^
# 그 인물에?
그런대로 봐줄만은 한데예~~~@@
림자님. 이 이건 아니지 않나욧? @@"
이쁜맘 이쁜 사물.
저는 "악플"이 아니라 "선플"인데요?
저보다 못하지만 봐줄만하다...이게 악플?
얼쉰...통촉하여주시옵소서~~@@
왜???뭐땀씨????도대체~~~~
현따이조선소에서 근무하시는지요....눼???
상당히 긴글을 퍼오셨군요
눈이 피곤합니다ㅡ, . ㅡ
궁문학꽈 아인데예?
대딩땐 옆자취방이 국문학과신입 여학생들이였찌예
그 중 한명이 지금 달순이임미도^^
왜 그럴까요 ??
햄뽁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
참 ,,3초를 늘려줄수있습니다 ,,누비그라,, 이거면 해결 된다고 합니다 ㅋ
방관인가,
외면인가
비겁함인가.
동조인가.
아니면 후폭풍의 두려움인가
때로는
침묵은 저항의 표현일수도......
누비그라는 3초라는 시간은
못고치고 3초안에 파워만 늘릴수있다고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3초여!.......영 원하라~~~
할랠루야! 아맨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번꺼는 지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