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거늘
한 번씩 튀어나오는 못된 성질머리,
지그시 눌러줄 무거운 누름돌 하나
마음에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좋은 글귀가 있어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냇가에 나가
누름돌을 한 개씩 주워 오시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름돌은 반들반들 잘 깎인 돌로
김치가 수북한 독 위에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돌입니다.
처음엔 그 용도를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할머니를 위해
종종 비슷한 모양의 돌들을 주워다 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옛 어른들은
누름돌 하나씩은 품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을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픈 시절을 견디어 냈으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내게 그런 누름돌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쳐 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주제넘게 욕심내다 깨어진 감정들을
지그시 눌러주는 그런 돌 하나 품고 싶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 여기저기 나서는 당돌함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그런 못된 성질을 꾹 눌러 놓을 수 있도록
누름돌 하나 잘 닦아 가슴에 품어야겠습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주면 좋겠고,
부모와 자식 간이나 친구지간에도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도 훨씬 밝아지고 마음 편하게 되지 않을까요?
정성껏 김장독 어루만지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유난히 그리운 시절입니다.
누름돌이란 제목의 이 글은
수필가 최원현 님의 글을 간략히 정리한 듯합니다.
원문도 함께 올려드리니 시간 나실 때 읽어보세요.
누름돌 / 최원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확실해 지는 것이 있다. 앞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삶이 결코 나만 못한 분은 없다는 생각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서가 아니다. 그 분들이 살아왔던 삶의 날들을
헤아려 보면 분명 오늘의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과 조건의
세상살이를 하셨다. 그런 속에서도 묵묵히 그 모든 어려움과
아픔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몫을 아름답게 감당하셨던 것이다.
가만히 요즘의 나나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아도 그분들보다 더
어렵다고는 할 수 없고, 특히 그분들이 처해 있던 시대는 우리가
사는 시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열악한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대였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바라며 당신들 엄격하게 스스로를 희생하셨다. 그래서 그분들
삶이 결코 오늘의 우리만 못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요즘 사람들은 시쳇말로 저 잘났다는 표를 서슴없이
해댄다. 그런 모습들이 너무 황당하여 향기를 넘는 역겨운
냄새가 된다. 멋을 낸답시고 호화로운 옷에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녀도 그런 모습이 부럽고 아름답게 보이기보단 거스르고
거들먹대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명 적삼 내지 무명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을 신은, 어린 눈에도 어쩌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을 법한 앞 세대 어른들 모 습은 지금에 생각하면
훨씬 더 아름답고 품위있어 보이고 위엄 넘치게 느껴진다.
강원도 정선엘 갔었다. 다들 냇가로 나간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는데 그곳에서 수석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그저 돌일 뿐이었다. 다들 의미를 부여한 돌 한 두
개씩을 가져가는데도 나만 빈손이다가 문득 어린 날의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께선 한 해에 한번쯤은 부러 냇가에 나가서
납작 동글 손바닥 만 한 돌멩이를 한 두 개씩 주워오셨다.
그걸 무얼 하려느냐고 물으면 누름돌이라 했다.
누름돌, 나는 그때 그게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용도를 알게 되면서 부터는 나도 학교에서
돌아오다가도 냇가에 들러 그런 돌을 주어다 드리면 할머니께선
매우 좋아하셨다. 그 어린 날이 생각나 뒤늦게 마음이 급해져
누름돌로 쓸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어쩌면 그건 순전히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지만 내 삶에도 그런
누름돌이 필요하단 생각도 했을 것 같다.
누름돌은 모나지 않게 반들반들 잘 깎인 돌이어야 한다. 그걸
정성들여 씻어 김치 수북한 김칫독에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내리누르며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돌이다. 그런가
하면 그건 때로 밭에서 돌아와 저녁을 지을 때 확에 담긴
보리쌀을 쓱쓱싹싹 갈아내는 확돌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확돌은 어두운 부엌에서도 금방 알아볼 만큼 빛이 났다.
밤낮 없는 할머니나 이모의 쓰임에 따라 더 닳고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어쩌다 나도 손에 쥐어
보면 돌의 차가움이 아닌 왠지 모를 따스함이 감지되기도 했다.
요즘 내게 부쩍 그런 누름돌이나 확돌이 하나쯤 있었음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뭔가 모를 것들에 그냥 마음이 들떠있고
바람 부는 대로 휘둘리는 키 큰 풀잎처럼 좀처럼 내 마음을
안정시키기가어렵다. 이런 때 그런 누름돌 하나 가져다 독안의
김치 꾹 눌러주듯 내 마음도 눌러주었으면 싶다. 거칠어진 내
마음을 돌확에 넣고 확돌로 쉭쉭 갈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욕심내지 않아도 될
것에 주제넘은 욕심을 펴는 날카롭게 결로 깨진 돌 같은 감정
들도 지그시 눌러주거나 갈아내 주었으면 싶다.
아니다. 나도 짜고 맵고 너무나 차가워 시리기까지 한 김장독
안에서 보아주는 이 없어도 자신을 희생하며 곰삭은 김치 맛을
만들어내는 누름돌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옛 어른들은 다 누름돌이거나 최소한
누름돌 하나씩 품고 사셨던 분들 같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을 텐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누름돌이 되었고, 또 상대를 자신의 누름돌로 인정도 해주었다.
내뻗치는 기운도 억누르고, 남의 드센 기운도 아름답게 눌러
주는 희생과 사랑의 마음들이 서로 나눔으로 이해로 살아있었던
것같다. 그렇기에 그 어려운 삶의 현장, 차마 견디어낼 수 없던
시대의 질곡에서 아픔과 고통도 감내할 수 있었으리라.
우리 집엔 그때 내가 정선에서 가져온 누름돌이 단단히 몫을
하고 있다. 베란다의 항아리 안에서일 때도 있고, 오이지를
담글 때도 곧잘 사용된다. 요즘이야 보리쌀을 갈아 밥 짓는
일은 없어졌으니 확돌이 될 일은 없겠지만 어쩌다 제 몫의 일이
없어 바닥에 놓여 있거나 항아리 뚜껑에 올라와 있어도 어린
날을 추억케 하면서 내 삶의 누름돌을 생각게 한다.
두 동강이 나버린 누름돌을 보시며 안타까워하시던 외할머니
모습도 생각난다. 단순히 못 쓰게 된 돌 하나가 아니었으리라.
웃자라는 욕심에도 성급한 마음에도, 서운함으로 파르르 떨리던
마음, 시집살이 고된 삶의 눈물도 누름돌을 씻으며 삭이던 친구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 설운 마음 꾸욱 누르고 누르고
하셨던 그 마음이 담겨있었을 테니 깨진 돌을 보자 마음이
찢기는 헤어짐의 슬픔을 느끼셨을 것이다.
이젠 내 나이도 들만큼은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서는 당돌함은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누름돌이 없어서일까. 이제라도 그런 내 못된 성질을 꾹 눌러
놓을 수 있도록 누름돌 하나 잘 닦아 가슴에 품어야겠다.
그게 나뿐이랴. 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주는 것이
좋겠고, 부모 자식 간이나 친구지간에도그렇게만 된다면
세상도 훨씬 더 밝아지고 마음 편하게 되지 않을까. 김장을
처가에서 해와서인지, 김치 냉장고 때문인지 지난겨울 내내
베란다 바닥에누름돌이 하릴없이 놓여있었다. 나도 그게 특별히
쓰일 데가 없어 그냥 본 체 만 체 했다. 그러나 내일은 마침
집에 있게 되니 아내 몰래 저 두 개의 돌을 깨끗이 씻어
뚜껑 덮인 항아리 위에라도 올려놓아야겠다.
그걸 보며 왠지 모르게 들떠있는 내 마음도 꾹 누르면서 말이다.
아니다. 정성껏 김장독에 올려놓던
할머니 모습이 먼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누름돌 하나 가슴에 품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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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4
혹 지름구신 지긋이 눌러 줄 누름돌 있으심 예쁜놈으로다가 하나 부탁드립니다. ^^
좋은말씀..감사합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갈래오님, 반갑습니다.
기분 좋은 오후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림자님, 한 개만…
몇 개 올려놓으면 못 걸어요.^^
제가슴에도 누름돌하나 눌러야겠습니더
지금부터 누름돌을찾아 떠나보렵니더
늘......가슴에 와닿는글 감삿압니더~~~^^
고인돌만한 누름돌로 저좀 눌러놔주세요ᆢㅎㅎ
매화골붕어님, 고인돌만한 것 올려놓으면...
눌린 돼OOO되뿌리는데…컥! ⌒ ⌒
아부지와함께님께서 잘들고계심 지가 알아서 누울께유ᆢ♥~♥
덩치로 보면 매화골붕어님이 들고 계셔야 할 듯...^^♥~♥
가끔 되뇌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漁水仙님,
고맙습니다.
한 번씩 삐져나오는 홧기를 지그시 눌러보려 하지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때,
그런 내가 미워 또 다른 화가 납니다.
아직은 참 많이 부족함을 알기에
못된 성질머리 튀어나올 때마다 읽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