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화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촌이 다 갖춰졌지만
16,7년 전의 시화는 이제 막 매립을 끝낸 허허벌판 이었습니다.
그 넓은 벌에 아파트가 2-3개 밖에 없던 시절..
한달에 두어번 야심한 밤에
저의 집을 찾아 오는 손님이 있었으니..
"딩동"
"누구세요"
"문열어"
"누구신데요"
"우쒸 문이나 열어, 안열어? 부신다."
낚시 가방을 차에 싣는 걸 본 적도 있고
엘레베이터에서도 몇번은 봤었던 아랫집 남자 였습니다.
저도 술을 마시는 입장이고 또 낚시를 좋아 한다는 동질감도 있고
막상 아래층으로 부축해 가면 새색시 처럼 얌전해 지는 습성을 알기에
별로 부담없이 늘 안내를 했습니다.
물론 그 다음날은 아랫집 안주인의 선물도 이어졌고요.ㅎㅎ
좀 서운한 건 벌건 대낮에 보면 인사를 하기는 커녕
눈조차 마주치질 않더군요.ㅎㅎ
쪽팔려서 그렇겠거니하고 넘어 갔지만
그 상황 상황이 저에겐 참 재미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애를 낳으러 시골에 간 어느날 이었습니다.
새벽 2-3시경 초인종 소리..
"딩동"
"누구세요?"
"나야. 문 열어..우쒸 안열면 부수고 들어 간다."
순간적으로 장난기가 발동 했습니다.
두말 않고 문을 열어 안으로 모시고
거실에 이부자리까지 봐 드렸습니다.
아침에 눈뜬 후의 그 양반 표정을 상상하니 솔직히 신이 났습니다.
출근 준비를 다 한후 소파에 앉아 있으니
그 양반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 나더군요.
"엥? 누구쇼?"
"이 집 주인인데요."
"여..여..여긴 어딥니까?"
"아저씨 집 위층입니다.물 좀 드릴까요?"
"아..아..아니요.."
혁띠도 잠그지 않고 신발도 채 신지 못한채 허둥지둥 그 아저씨가 나간 후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 후에도 먼 발치에서 낚시 가방을 둘러맨걸 몇 번인가 봤지만
더 이상 밤손님은 오시질 않았고 저도 얼마 있지 않아 이사를 했습니다.
낚시를 좋아 하고 술을 좋아 하고
남의 집을 자기 집 처럼 넘나들던 호연지기의 그 분을 찾고 싶습니다.
지금쯤 한번 그 분과 지난 일 이야기 하며 동출도 하고 싶네요.
그 분...혹 월척 회원 아닐까요?
시화 영남 아파트에서 서식했던 "소풍"입니다.
연락 주이소.
눈 뜨보니 윗 집
-
- Hit : 2519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18
然이은 실수로 하룻밤 유숙한 뒤
之송해서 얼굴 붉히며 떠난 후에도
氣다리는 윗 집 맘씨 좋은 소풍님
호연지기한 분은 소풍님이십니다.^^
안주인 되시는분이 취해서 들어오면 문을 잘 안열어주나봐요 재밌는 인연이네요
그분 나타나면 좋을텐데요^^
전설의 꽐라,,,
That was me... 농담입니다
잘보고갑니다
술마시면 터프해지는 분인거 같습니다
번뜩이는 그런 시상이 어찌하면 떠오르는지 500원에 파세요~~
하시구 나타나시겠어여 ^^(아이구...면팔려~~~~-.-;)
근데. 나타나셨으면 좋겠네여
대체...
어떤분인가 얼굴이나 보게 ^^
혁띠도 없으니.. 더욱 큰 봉변이 기달리고 있을듯...^^;;;
웃자고 한 소리입니다.ㅋㅋㅋㅋ~~
대단 하십니다.
아마 그분이 매화골붕어선배님이 아닐까 추축해 봅니다
그때만 해도 어릴때라..
지금은 하라 해도 못할 것 같습니다.
아부지와 함께님!
원글 보다 댓글이 더 빵빵 하십니다.
멋진 댓글에 감사!
바른생각님!
대단이 아니라 제가 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일랜드님!
그 분 이야기는 몇개가 더 있는데..ㅎㅎ
수줍어 하던 그 분 저도 보고 싶네요.
물방개형님!
맞습니다. 원글 기죽이는 반칙 댓글입니다.
대명이 멋집니다. 모두 동생만 있겠습니다.ㅎㅎ
감사해유님!
혹 아시는 분 아니신지.
댓글 감사합니다.
노벰버레인님!
그로 부터 10년 뒤 제 모습이랍니다.
약주 좋아 하시는것 같던데... 쫌만 드세요.
비맞은 대나무2님!
평소엔 전혀 딴 사람 보는것 같았습니다.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오늘도 한 잔 하시던데.. 집 잘 찾아 가세요.
양반펑키붕어님!
저 삐졌시유. 원문은 답 없고 댓글만 칭찬 한대유?
좋은 밤 되세요.
풀소리바람소리님!
일어 나시길 기다리며 재미 있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일어 난 뒤 첫 표정이 "도둑이야" 소리 지를 줄 알았습니다.ㅎㅎ
카스트로폴리스님!
그 분 사모님 고생 많이 했습니다.
위층만 오는 줄 알았는데 아래층도 한번씩 가셨더라고요.
다현아빠님!
또 삐졌시유.. 원문은 답없고..
멋진 댓글은 고래도 춤추게 한답니다. ㅎ
설용화님!
대명을 무협지에서 본 듯한 느낌.
여유가 아니라 솔직히 장난 이었습니다.
댓글 달아 주시고 읽어 주신 분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망년회 시즌인디..
그 분 또 어느 집을 방랑하고 계시는지..
한번 더 오시면 해장국이라도 끓여 드릴텐데..
짐작은 했는디..매화골붕어님 맞겠쥬?
년말 알차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