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난한 마음에 울쩍하여 늦은 밤 홀로 조용한 호숫가로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컴컴한 어둠속에 나그네 발길 없는 텅빈 밴치가 나를 맞이해줍니다.
벤치에 몸을 맡긴 채 사색에 잠겼고 적막함이 밀려옵니다.
그렇게 적막함이 흐르기를 몇시간..
캄캄한 어둠을 뚫고 나온 보름달이 동무해주며 적막함을 씻어줍니다.
그러나 심난한 마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고 밤은 깊어져 나의 쓸쓸한 발길은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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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가시지 않고 있는 심난함을 떨치기 위해 다시 조용한 저수지로 발길을 옮겨 낚시대를 편성했습니다.
해는 서산에 진 지 몇시간 지난 후 가로등 불빛마져 꺼지고 적막할 정도로 조용함과 어둠이 대물을 낚기에 좋은 상황입니다.
열심히 채비를 하고 찌에 집중합니다.
열심히 미끼를 여러번 바꾸어주며 몇시간이 흘러도 짜는 요지부동입니다.
낚시가 붕어를 낚는 것이 다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대편성을 한 이상 붕어 얼굴을 한번 보고 싶른 마음은 떨치기 어렵습니다.
붕어 얼굴을 한번 보고싶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데 보름달마져 훤히 떠오릅니다.찌는 계속 요지부동이고 붕어를 기다리는 마음은 지쳐만 가니 이제 밝게 떠 있는 보름달마져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붕어얼굴도 못보고 심난한 마음은 가시지 않은 채 초췌한 얼굴로 쓸쓸한 발길은 집으로 향합니다.
주섬주섬 낚시도구를 정리한 후 몸을 씻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맡깁니다.
피곤이 조금은 가시는 듯 합니다.
이제 나 혼자입니다.
침대에 누워도 심난한 문제 때문에 잠이 쉬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누워서 텅 빈 천정을 바라보며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이제 나 홀로라고 느낄 찰나..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것이며 나는 무엇과 연관지어져 있나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게됩니다.
몇일전 혼자서 호숫가에 가서 어둠을 밝혀주고 동무해준 달과 피곤한 몸을 편히 쉬게해준 밴치가 떠 올랐고, 낚시간 저수지에서 달을 원망했던 나 자신을 보고 부질없던 나의 욕망을 되돌아 보게 괬습니다.
나는 왜 나의 욕심과 딱닥이 굳어지고 편협된 나를 보지 못하고 나의 문제를 왜 다른 곳에서 찾으려 무모한 수고를 했고 나의 책임을 왜 다른 곳으로 돌려 다른것에 원망을 되돌렸는지 스스로 모진풍파 꿋꿋이 해치고 살아 남아 인간에게 무한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인간이 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연약한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보다 못한 한없이 약하고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고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나를 연약한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보다 더 연약하게 만든 것은 죄 없는 풀한포기 나무한그루도 아니요 피곤한 몸을 쉬게 해준 호숫가 밴치도 어둠을 밝혀주었던 달도 아닐 것입니다.
심난했던 나의 문제는 나와 관련된 인간관계에 있었고 인간 자신의 편협됨과 욕망으로부터 잉태됐음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나 다 자신의 입장에서면 나는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이지만 상대방이 나를 볼 때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너나 나를 가리는 편협됨을 버리고 인간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자연의 이치가 무엇이지를 깨닽고 자연앞에 겸허가고 정직하게 살아 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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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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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적수역부님의 글을 쭈~욱 읽었습니다.
허나..
역시 댓글달기 어려운ㅠ
천성이 가볍지 못하니 늘 스스로
고립하는 거지요
늘 그렇습니다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