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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없는 그믐밤에 멧돼지와 함께 춤을!!

지금 부터 한 35~36년전인거 같으다 (글을 편히 쓰기 위하여 반말을 합니다 죄송!) 
당시에는 서울에 아카시아 꽃 내음새가 향기롭게 퍼지기 시작하면 낚시꾼 들은 누구를 막론 하고 
장박 짐을 싸서 잉어 잡으러 "파로호"로 몰려가는게 연중 행사 였다 (파로호는 네이버에서 검색 하세요^^) 

코끝에 아카시아 꽃내음이 향기롭게 느껴지는 어느날! 
작년 여름 부터 계획 하고 있던 "파로호" 낚시를 가기위해 친한 조우와 짐을 싸기 시작 했다 

왜 하필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서울에 퍼져야 파로호로 가느냐하면 
양력 으로는 해마다 절기가 틀려서 붕어 나오는 절기를 맞추기가 어렵고

음력은 잘 기억을 못하니 그냥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 끝을 간지롭히면

바로 그때부터가 '파로호"의 붕어와 잉어가 터지는 시기 인거라 ㅎㅎㅎ! 

당시에 "파로호'는 길이 험한 강원도 산간오지라 차로 간다는건 상상 조차도 할수가 없었기에 
유일한 교통 수단은 오직 배뿐 이였던 시절 이였고 새벽 부터 설쳐대야만

아침에 화천에 있는 '구만리"선착장에 도착 하여 첫배를 탈수 있었고

또 첫배를 타야 덥지 않을때 자릴 잡고 낚시를 펴기가 편 하였다 

호수를 휘저으며 각 골짜기 마다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배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선착장에는 낚시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1년에 한번씩 꼭 파로호 선착장에서 만나 얼굴을 익힌 
낚시꾼들 끼리는 못만나보고 지낸  지난 1년 동안의 서로의 낚시 무용담을 자랑 하며 낚시정보를 얻는 
흡사 낚시꾼들 장터 같은곳이 '파로호"배터요 또한 각 골짜기로 낚시꾼을 실어 나르는 배안 이였던것이다 

이윽고 배가 각 골짜기 마다 낚시꾼들을 내려주는데 낚시꾼 마다 원하는 골짜기가 따로 있어서 
시골 버스 정류장 마다 손님 내려주듯이 하나둘 빠져 나가다 보면 배는 텅 비고

마지막 으로 내가 내려야 할곳은 
배의 종점인 '월명리'라 내리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月明리!!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골짜기에 비추는 달빛속에서 보는 밤의 산세와 경치는 정말 수려하며 
옛날에 선녀가 목욕 했다는 전설이 거짓이 아닌듯 물색은 너무 맑아 5-6미터 물 바닥에 하얀 자갈이 보이는곳이라 
낮낚시에는 꽁치만한 피라미가 달려들어 낮에는 그늘밑에 잠 자고 거의 밤낚시를 주로 하던곳이었는데 
호수 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고 산세가 깊어 그당시 개발되지 않은 오지중에 오지가 월명리 였으며

예전 명배우 이신 이예춘 옹(이덕화씨 아버님)의 개인 좌대가 골짝 안에 자리 잡고 있던곳인데

배터 건너편 산길은 너무나 험해서 심마니나 송이 버섯 캐는 약초꾼만 다니는 길이다

월명리 뱃터에서 내리면 당시에 월명리에서 낚시꾼들을 실어 날라주는 쪽배에 짐을 다시 옮겨 싣고 
뱃터 건너편 골짜기 산자락에 낚시 장비를 옮겨놓고 부지런히 낚시 준비를 하고 나니 힘이 다 빠진다 

그런데 낚시대 설치 하길 좋은데를 찾다보니 한쪽 기슭에 땅이 다져저 있듯이 편편한 땅이 있기에
거기에 받침대를 꽃고 낚시대를 3대를 펴고 낚시 준비를 끝냈다

파로호는 원래 물속이 급경사 지역이라 수심이 깊어 낚시대를 던지는대로 4칸대 까지도

전부 초리대 끝에 찌가 대롱대롱 매달린다 

한낮의 낚시에는 피라미만 입질을 하기에 손바닥 만한 파라솔 그늘아래

잠깐 피곤한 몸을 뉘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운다 

자 이제부터가 파로호의 낚시가 시작 되는 시간이라 잔뜩 부푼꿈에 랜턴을 켜고 밤낚시 준비를 하여 
떡밥을 서너차례 던지고 나니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진데다 그믐이 가까운 때라 주위가 완전 칠흙같은 어둠이고 
오직 불빛 이라고는 조우와 둘이 비추는 간드레랜턴 불빛 두개 뿐이며 불빛속에 한마디 물위에 고개를 내민 
야광테프의 반짝이는 작은 반사 뿐이였다 

하염없이 희미한 물위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고요한 적막속에 갑자기 씨뻘건 불기둥이 물속에서 솟아 오르면

그 불빛은 정말 찬란하다 못해 처연 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야광 테프를 칸칸이 붙여 놓아 찌가 올라올때면 불기둥 으로 보인다)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모를정도로 찬란하게 솟는 불기둥을 보면서 열댓수의 씨알 좋은 붕어를 
걸어내고 잠시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 옆에 조우를 보니 조우 역시 연신 붕어를 끌어내기가 바쁘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출출함이 느껴져 라면 이라도 끓이려고 가방을 뒤적이는데 
갑자기 조우가 나에게 묻는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등뒤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여러군데서 나고 
그 소리에 썩여 "풋풋 푸릉루릉"하는 소리도 난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머리털이 곤두서는게 겁이 덜컥 난다 
조우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곁에 와서 "뭐야? 이거 귀신 아냐" 하며 내곁에 더욱 다가든다 
그러는중에도 발자국 소리와 신음 소리는 우리쪽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깜깜한 어둠속에서 파랗게 빛나는 시퍼런 도깨비 불이 여러개가 점점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닌가 

너무 놀래서 둘이 얼굴만 마주보는것도 잠시! 
그래도 담력이 둘중 조금 더 크다는 내가 랜턴을 들어 어둠속을 비추었다 
놀라지마라! 
거기에는 황소만한 시커먼 놈이 퍼런 인광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중개만한 작은것들도 여러마리가 퍼런 인광을 빛내고 있는데 
동물원과 그림책에서 봤던 맷돼지 열마리 정도가 우리쪽을 노려 보고 
그중 황소만한놈은 "푸릉 푸릉"거리며 "씩씩" 콧김 까지 뿜어가며 
앞발로 땅을 긁어대고 금방 이라도 우리 에게로 돌진할 태세 였다 

너무 놀래서 꽃혀 있던 받침대를 빼어들고 물속으로 뛰다싶이 뒷걸음을쳐서 들어갔다 
물속 바닥이 너무 급경사지역 이라 물가에서 2미터 정도만 나가도 바로 수심 4미터 이상인곳이라 
서너걸음 내디디니 벌써 허벅지 까지 올라올 정도로 깊어진다 

시커먼 놈이 점점 다가오는것 같아 조금씩 물속으로 들어가다보니 거리도 얼마 떨어지지 않았는데 
물 깊이는 벌써 배꼽을 넘는다 
받침대를 손에 움켜쥐고 물속에 들어올때는 별로 몰랐는데 옆에 조우가 '으 차다"하며 
추스레를 치는걸 보니 아닌게 아니라 나역시 갑자기 냉기가 스민다 
6월에 파로호의 물이 엄청 찬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듯 뼈속 까지 시려올줄은 몰랐다 

잠시후 물속에 있는 우리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맷돼지 가족들은 물가에서 물을 먹는다 
그러는중에도 어미는 계속 '푸릉 풋풋" 거리며 새끼들이 물을 먹는 와중에도 
물속에 있는 우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질 않는다 

잠시후 돼지새끼들이 미끼로 쓰려고 준비해둔 떡밥 그릇에서 떡밥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 하자 
덩치 큰놈은 라면 하고 김치및 부식이 들어있는 가방을 코로 파헤쳐서 땅에다 다 쏟아놓고 
"우그적 우그적" 다 쳐먹는다 
에궁! 저거 이틀 먹을 식량인데 저놈이 다 쳐먹네 에구! 

떡밥이고 뭐고 닥치는대로 다 쳐먹고 추우면 입을려고 가져온 옷가지도 코로 들어 땅에다 놓고 
그 육중한 발로 이놈 저놈 마구 짓밟는다 
그 와중에 물속에 있던 우리 둘이는 낚시대 마저 돼지들이 박살을 낼까봐 살살 앞으로 끌어 당겨 
물속으로 끌어다 놓는데 성공?을 했다 ㅎㅎㅎ 

근데 멧돼지들이 빨리 쳐먹고 갔으면 좋겠는데 가지도 않고 새끼들끼리 놀고 있는데 
물속에서 중간을 잡고 있던 내 낚시대가 슬그머니 물속으로 끌려가는듯이 느껴져서 
낚시대 잡은손에 힘을 주니 "핑"하고 물속으로 낚시대를 끌고 가려고 하는게 아닌가 
'이크"하고 낚시대를 쳐드니 물속으로 쳐박을려고 하는것이 보통 힘이 아니다 
간신히 대를 세우니 힘쓰는게 암만 봐도 그 힘 좋다는  "파로호 잉어"다 

앞에 "저승사자"같은놈의 씨벌건 눈빛을 봐서는 낚시대고 뭐고 손을 놔야 원칙인데 
거금을 들여 처음 장만한 "은성사"의 카본대인 "수월 3.5칸대"라 아까워서 놓치도 못하고 
물속에 양발을 다 담그고 있으니 힘을 쓸수가 없어 그냥 낚시대만 붙잡고 버티는 꼴이 되고 말았다 

햐!물밖에는 저승사자가 버텨! 물속에서는 용궁 사자가 물귀신 만들려고 물속으로 끌어당겨! 
어쩌면 좋으냐? 바로 이런것이 "진퇴양난"이란건가보다 
옆에 조우는 "움직이면 돼지가 달려들지 모르니 꼼짝말고 있으라"하면서 
"으드드드"하고 이빨을 부딪치며 치를 떤다 물속이 춥긴 추운가 보다 "으~~ 추워" 
그러기를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이젠 힘이 빠지며 잉어에 끌려 발이 자꾸 미끄러질라고 한다 

발에 힘을 주고 다시 버티고 있기 얼마후 멧돼지들은 다시 한번 물가에서 물을 먹고는 
꿀꿀 거리며 산속 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다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더있다가 낚시대를 더 움켜쥐고 물밖으로 걸어 나오니 
잉어도 힘이 빠졌는지 슬슬 끌려나온다 

물에 올라 잉어를 끌어내고보니 정말 엄청 나게 크다 
어림 눈짐작 으로도 80센티는 넘어보인다 
잉어를 넥타이를 하고 낚시짐을 돌아보니 정말로 이런 개판이 아니 돼지판이 없다 
성한것이 하나도 없고 미끼로 쓸려고 개어논 떡밥도 다쳐먹고 안쓴 떡밥 봉지는 다 터쳐서 땅바닥에 가루만 어지럽고....

ㅎㅎㅎㅎ! 조우와 둘이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다 

동물원 철장안에 갇혀 있는 멧돼지를 보는것 하고 산에서 마주친 멧돼지 하고의 느낌은 정말 달랐다

산에서 마주친 멧돼지는 흡사 "저승사자"같은 모습 이였으며 그 숨소리는 지축을 울리는 탱크 소리 정도 였던것 같으다

 

주머니에 있던 라이타는 다 젖어서 켤수도 없고 간신히 흩어진 짐속에서 라이타를 찾아내어 
바나에 불을 지피고 둘이 그 작은불에 추위를 이겨내며 밤을 세운 기억이 지금도 아스라하다


아침에 날이 밝아 잉어를 재어보니 자그마치 85센티! 
지금 까지 나의 낚시 인생에서 가장 큰 잉어 최대어 기록 이다 
그 잉어는 고이 모셔다가 아들을 셋이나 낳아준 그 친구 어부인의 몸보신에 썼다 
그걸 갖다 주며 그 친구가 부인에게 하던말이 
"둘이 목숨 걸고 잡은 잉어여! ㅍㅎㅎㅎㅎ 

그때 같이 물속에 있었던 정겹던 조우는 10년전에 "붕어들의나라"로 먼저 갔지만 
나에게 있어 평생 잊지못할 멋진 추억을 남겨 주었다 
이글을 빌어 다시 사랑하는 조우의 명복을 빌어보며 
지금까지 멧돼지에 얽힌 황당한 조행기 였읍니다^^ 

 

**지난 조행기 가 적힌 제불러그를 보다가 문득 예전 생각이 나기에 옮겨 왔읍니다
 


재미있고 뒤엔 울컥하네요^^;
친구분의 명복을 빌고 국현성재님의 건강도 기원합니다
저도 딱한번 멧돼지를 만난적이 있는데 파라솔밑에 가만히 쥐죽은듯 있어본 적이 있네요
그당시 얼마나 피를 말리던지...
그놈 돼지 물먹는 5분여가 50년 같았습니다^^;;
마치 현장에 있는듯합니다.재미도 있고,가슴이 울리기도 합니다.잘 읽었습니다
맛깔 스러운 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
감동에 깊은 조력도 느껴지는 글입니다.마치20대에 어느 저수지에서 홀로 낚시할때 만났던 중년조사님 처럼요.
꿉벅
강건 하시온지요 형님
많이 격조 하였네요.

내내 건가 유의 하시길 바라오며.
파로호에 얽힌 사연들을 많이 듣긴했지만

(배가 오지 않아 떡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찌가 잠겨서 챔질했는데 시신이었던 얘기)
(6.25전쟁때 죽은 병사의 유골) 등등

멧돼지 얘기도 실제 경험하신거라
실감나네요~~^^

잘보구갑니다
글을 읽어보니 연배가 많으신 선배조사님 같습니다.
재미난 글 잘 읽었읍니다.
덕분에 즐거운하루 시작합니다.
정말 재미난 조행기 입니다. 그시절 낚시가 오히려 정감있고 좋네요
고인이 되신 옛조우와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조행기
파로호 월명리 달도 없는 그믐밤
물속에서 수월대 부둥켜 잡고~
현장에 있는듯 생생하게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주신 V자 스텐주걱 옛날받침대
지금도 감사히 잘 쓰고 있습니다
늘 건강 하십시오
그림한장 없어도 당시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진정한 조행기입니다
예전에도 읽었던 추억의 조행기...
다시봐도 생생하고
당시에 놀랐을 마음이 느껴집니다~~~
안전출조 하십시오 ^^
다들 감사합니다 자주 뵙겠읍니다^^
건강이 최우선 입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오리 연 날린 경험도 올려 주세요...ㅎㅎ
지금이야 재미있고 담담히 말하지만 그땐 정말
심각한 상황 이었 겠습니다.
제가 알기엔 6.25때 중공군 사단 병력이 파로호 에서 몰살 해서
그 시체를 치울 방법이 이 없어 파로호 에 쓸어 넣어 수장 시켜
지금도 수심깊은 제방 쪽에 그 유해가 몰려 쌓여 있다던데
그래서 고기가 크고 힘이 장사 였던가 봅니다.
쟤시켜알바: 오리연 사건은 조금 차분해지면 한번 쓰께요
근데 그 오리 박제도 얼마전에 동생이 자기 사무실 장식 한다고 가지고 가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ㅎㅎ
잘지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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