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맘때쯤이었습니다.
오후 시간 딸아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아빠, 엄마가 조금 이상해, 혼자 우는 것 같은데 말도 안 하고 그런다."
순간 직감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
큰일이나 사고 같으면 벌써 아내가 저에게 전화하였을 것인데
말 못하는 그 무엇이...
서둘러 퇴근하여 아내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표정, 눈가는 이미 발갛게 충혈되었고
아무 말 없이 저녁상을 차리고는 누워 버립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내하고 바람 쫌 쐬자."
아내는 마지못해 절 따라나섭니다.
가까운 호프집으로 갔습니다.
"머 안 좋은 일 있나? 얘기해 봐라."
아내는 한참을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면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한 해가 또 지나가는데 아무리 생각하여도 자기의 존재가 서글퍼진다고 하더군요.
정말 바지런히 뛰어다니고 발버둥쳤지만 좀 더 생활이 나아지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알량한 생활비로 아등바등 살아보려 무던히도 애쓰건만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과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는 회의감, 나이는 자꾸 들어가고 자꾸만 늙어 간다는 허망함,
왠지 모를 허탈함과 서러움이 응어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에 대한 원망이 가득히 배어 나왔습니다.
아내는 참다가 참다가 한 해가 저무는 시기에
그 세월의 무게에 겨워 켜켜이 쌓인 아픔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미안하데이, 못난 내 때문에 ..."
"고생시켜 정말 미안하데이... 내가 앞으로 더 잘해 줄께..."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잘해준 것 없는 못난 남편은 이해가 가기 전
아내에게 이 노래를 불러봅니다.
내 품에 안기어 곤히 잠든 그대여
어느 덧 그대 눈가에도 주름이 졌네
내 가슴에 묻혀 꿈을 꾸는 그대여
야위어진 그댈 바라보니 눈물에 솟네
고왔던 여자의 순정을 이 못난 내게 바쳐두고
한마디 원망도 않은 채 긴 세월을 보냈지
나 맹세하리라 고생많은 당신께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그대를 사랑하리
.............................당신/김정수
♥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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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해 주세요ᆢ알튼니가 속빠지도록~~ㅎㅎ
돈이 뭔지ᆢ살다보면 나아지겟죠ᆢ
사모님위로좀 해드리시고 따스한 연말 되십시요~^~^
회사에서 갈 곳이 없더군요.
월급은 몇달째 끊기고 오라는 곳은 없고..
그냥 쉬고 싶어 집에 갔다가
거실 바닥 가득 피어있는
백만송이 장미를 봤습니다.
생활비 때문에 종이 장미를 접고 있더군요.
지금도 "백만송이 장미"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몇 줄의 글로 면피를 해 보시려는
"아부지와 함께"님께 격려를 드립니다. ㅎㅎ
간난을 함께한 사람은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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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 있다네
이 생명 다~~~하는 날 까지 그대를 사랑하리~~~~~
맘에 세겨 봅니다
10년 가까이 직장생활 하다 최근에 사표 쓴 집사람 .....
그동안 고생했으니 몇달 쉬라 했는데 쉬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
뭐라 말은 해야 할텐데 섭섭해 할까봐 딱히 뭐라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휴~~~..
겨울타나..
이심전심
동병상련
키힝~~ ㅠ.ㅠ
베이비세대 가장들의 슬픔
부모에게는 불효자
마눌과새끼들한테는
무능한가장.
못난아빠
아부지와함께님은 말씀이라도 표현하시지만 그말도 못하는 사람도 많읍니다.
지금도 한잔하면 흥얼거립니다.
글에서 진실한 부부의 정이 느껴지네요.
아자 아자 파이팅!!
쇠주 두병 깠는디....또 마시구 시포유~ 아부지님!!!^^
감성이 참! 풍부한신분 같습니다.
가까이 계시면 연주라도 들려드릴텐데요...씨-__^익
결혼14
년차 아즉 집한채 마련못한놈
두애건사하느라 힘든당신
술좋아하고 낚시좋아하고
항상 당신께 죄송할 따름이네요♥
한때 남자들 사이에 많이 애창 되던 놀래 이지요.^^*
어느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고 넘어가는 일입니다.^^*
그때 잘 위로 해주고 사랑으로 감싸줘야 그 고비를 잘 넘깁니다.^^*
결혼생활 40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고생시켜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 메뚜기보일러님, 살다보면 나아지리라 믿어봅니다. 따뜻하게 보일러 더 올려주세요.^^
♥ 율포리님, 그냥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 가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ㅎㅎ 늘 건강하시길 소원합니다.
♥ 소풍님, 사랑으로 백만송이 장미를 피워야 하는데, 한 송이라도 피어줬으면 좋겠네요.
♥ 지나가는꾼님, 짧은 제 생각으로는 아내분께 아무 말씀 안하시는 것이 좋을듯 싶네요.
♥ 정근1님, 차분하신 의미있는 글, 늘 잘 보고있습니다. 아마 그도 이심전심이라 생각합니다.
♥ 달랑무님, 저는 항상 아내에게 딸랄딸랑 거리는 푼수 남편이랍니다.ㅋㅋ
♥ 두개의달님, 부모에게는 불효자, 아내에게는 무능한 가장, 자식에게는 못난 아빠, 정곡을 찌르셔서 마이 아픕니다.
♥ 물그늘님, 가슴에 담아두면 서로간에 병이 되지요. 자게방에 글 올리기 전에는 가슴에만 담아 두었습니다.
♥ 유뺑님, 반갑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꾸벅'
♥ 그림자님, 저도 아직 철이 덜 들었습니다.^^ 서로 같이 철이 들도록 노력해요.
♥ 대구심조사님, 웃기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자꾸 웃으려 합니다.⌒ ⌒
♥ 하얀비늘님, 위에 절 부르셔서 답글 남겼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형님, 사실 섹소폰 연주음악을 올리려다 노랫말의 의미로 원곡을 올렸습니다. 권형님의 연주는 꼭 듣고 싶습니다...씨-__^익
♥ 깨롱이님, 반갑습니다. 아내분께도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행복한 가정 되세요.
♥ 송애님, 항상 따뜻하신 말씀으로 격려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하고 고민 없이 사는 것 같아도 나름 어려움도 있고 아픔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세상 그 어떤 것 보다 큰 힘이 되리라 생각 됩니다.
몇 해 전의 이야기...누구에겐가 지금의 이야기 같읍니다....ㅎㅎ
기분 좋은 날 되세요
♥ 바른생각님!
아프면 보듬어 주고
괴로우면 위로해 주고
쓸쓸하면 곁에 있어 주고
슬프면 같이 울어 주고
즐거우면 같이 기뻐해 주는
가장 가까운 벗이 부부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