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벼르고 별러서 우여곡절 끝에 만난 월척지 후배,
낯선 여관에 보내기 싫어서 저의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따라 오다가 이내 보이질 않았습니다.
"아빠, 그 아저씨 왜 안 오셨지요?" 아들이 묻더군요.
누추하지만 있는 그대로 내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고
하룻밤같이 자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처음 보는 못난 선배에게 부담 주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책 두 권과 고향집 고추장, 된장을 남기고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했습니다.
저는 준 것도 없는데 책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극구 손사래 쳤지만, 며칠 후 우체국 가고 있다며 주소를 부르라 합니다.
보내온 책 세 권과 또 다른 선물.
그것은 저의 아린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랑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이 '핑'도는 아름답고 슬픈, 그리고 희망찬 내용에
감동과 함께 아픔에 힘겨워한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꼈습니다.
사랑이라는 월척을 선물하신 두 분께 참으로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읽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연탄길'의 좋은 글귀를 옮겨왔습니다.
이철환 지음 / 연탄길 1권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종현이는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앙드레말로의 말을 생각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말을...
(엄마의 뒷모습)
진실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옳고 그름을 말해왔다.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작은 것인가. (우리들의 얼굴)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정원이 있다. 그 정원에 지금 무엇이 심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사과나무를 심었으니 다음에 포도나무를 심어야지. 그리고 그 다음엔 멋진 소나무를
꼭 심고 말거야......'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는 한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마음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마음의 정원 )
사람들은 마음속에 유리 조각을 꽂아놓고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한다.
심지어는 친한 사람들의 속마음까지도 실눈을 뜨고 경계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다. (유리 조각)
종민이보다 더 약한 몸으로 아버지는 그 긴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아버지가 흘린땀은 종민이가 세상을 건너 갈 징검다리가 되었다.
종민이 아버지는 종민이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무 똑똑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아.
조금은 어리석어야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거든..." (세상을 건너갈 징검다리)
사람은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힘들 수도 있고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인다.
(소중한 희망)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스스로 어둠이 되었다. 빛을 거부했던 아들의 어둠속으로
들어가 그의 인생 앞에 불빛 하나를 밝혀주었다.
어둔 밤바다와 같은 인생에서 표류할 때마다 두고두고 바라볼 먼 불빛,
아버지, 아버지... (먼불빛 153쪽)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통해, 우리는 흉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우리 세상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겨울을 걸을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 먼저 치워놓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등불을 켜는 손)
고정 관념
여섯살짜리 어린 아이가 목욕탕에 앉아 대야에 발을 담그며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아빠에게 갔습니다.
"아빠, 내가 물 떠왔어. 이걸로 세수해."
"영호야, 발 담근 물로는 세수하는 거 아냐."
"왜?"
"발 담근 물은 더러우니깐 그렇지."
"아빠,그럼 이 물은 더러운 거야?"
"응, 더러운 물이야. 발을 담근 물이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야에 있던 물을 바닥으로 쏟아버렸습니다.
잠시 후, 아이는 아빠를 한참 동안 바라 보았습니다.
아빠가 너무 이상했습니다.아빠는 여러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탕 속에 앉아서 그 물로 얼굴의 땀을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인식이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식자체가
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버스나 배로는 철로 위를 달릴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철로를 깔아놓으면 달릴 수 있는 건 오직 기차 뿐입니다.
부족함 때문에 넉넉해질 때도 있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풀 위에 가만히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살금살금 다가와 있는 힘껏 잠자리채를 휘둘렀습니다.
윙'하고 바람 갈라지는 소리에 잠자리는 날개를 폈습니다.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한 잠자리가 아이를 향해 말했습니다.
"나에게 날개가 없었다면 어린 너한테 잡힐 뻔했구나."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잠자리는 온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아이에게 말을 하다가 그만 거미줄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파르르 날개를 떨고 있는 잠자리를 보며, 거미가 말했습니다.
"너에게 날개가 없었다면, 이렇게 거미줄에 걸리진 않았을 텐데.
아무리 움직여봐야 소용없어. 움직일수록 더 조여들 뿐이니까."
거미는 그렇게 말하고 재빠른 동작으로 잠자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산새 한 마리가 허공을 가르며 총알처럼 날아왔습니다.
산새는 표적처럼 박혀 있던 거미를 낚아채듯 물고 갔습니다.
신음하는 거미에게 산새가 말했습니다.
"거미야, 미안해. 네가 몸을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만 않았어도
나는 너를 보지 못했을거야."
우리, 부족함 때문에 오히려 넉넉해질 때도 있습니다.
고통은 기린처럼 목이 길지만
삶은 때로는 흉악한 거인을 앞세워 우리에게로 다가옵니다.
흉기를 든 거인 앞에 우리는 맨주먹이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닙니다.
희망을 가진 자 앞에서 인생은 마술을 보여주니까요.
고통은 기린의 목처럼 길지만, 그만큼의 높이에 희망을 매달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아픔이 있다는 건 아직도 꿈이 남아 있다는 거니까요.
두 분께 받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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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그분맘과 같다보면 될것입니다.
서로가 폐를끼치기싫어하시는 성격들이라서 그런가봅니다!
장마철..건강관리하십시요!
제게 희망같은 글을 보았습니다
딱 한줄이 저를....
금요일 오후 저는 편안합니다
그리고 그런 후배들을 가지고 계시다는 건
좋은 선배님이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번이고 글들을 되새김질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뒤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더 좋아지겟죠ᆢ
더위에 건강유의 하시옵고ᆢ화이팅 하십시요~^~^#
부럽습니다~
초록이 같듯이요 ~
좋은글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
누군가 사랑이라는 끈으로 그를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스스로 그 늪에서 헤어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코 버려서는 안될 '희망'이라는 끈과
자신을 채찍질하는 '책임'이라는 끈으로 동여매어야 하겠지요.
유율님
하얀부르스님
좌청룡우백호님
미소짓다님
소풍님
두개의달님
매화골붕어님
붕날라차삘까님
향수님
고마우신 댓글에 머리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