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목요일)
내일 서울 출장을 가야하는데 밤차를 타지 않고 대구서 새벽차를 예약하고, 일찍 사무실을 나와서 4시에 차당지로 향했다.
보트가 7~8척이 떠 있고 물가에는 3명이 앉아 있다.
2명은 떡밥이고, 1명은 릴에 지렁이를 달았단다.
환상붕님이 1시간 후 오신다니 2곳의 터를 잡고 망설인다.
제방 우측 끝자락과 무너미 중간지점.
수심이 무너미쪽이 2자 정도 더 깊은데, 끝자락은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을 것 같이 내가 차지했다.
당연히 환상붕님은 무너미로 추천해주고....
그것이 실수의 원인이 되다니....
오후 5시, 환상붕님이 대를 펼 무렵.
또 한 조사가 오더니 내 위 상류로 들어간다.
나의 목을 죄는 형상이다.
저수지가 내 것이 아니니 아무 말을 할 수도 없다.
좌 환상붕! 우 스윙꾼!
오늘밤 또 허탕이군.
스윙꾼과 나의 찌는 3~4미터 거리다.
한쪽이나마 숨통을 터야 하는데...
저녁을 먹고 환상붕님이 9치를 올리고 이어 계속 물소리가 나고.
우측의 스윙꾼도 옥수수를 쓰는지 잔챙이를 올리는데 내 찌는 말뚝이다.
스윙꾼은 빠른 침질로 헛챔질이 많고 스윙을 할 때마다 저수지가 울었다.
12시경, 끌고 가는 입질에 9치 한 수를 하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본사 회의시간에 졸면 목이....
2시경! 곤하게 잠을 자는데 환상붕님이 오더니,
"36 쯤 되는 거 한 마리 했심다.!"
축하! 축하!
그런데, 아이고 속 쓰려!
그 놈이 39 대물이였다.
새벽 시간에 손맛을 봐야 하지만, 6시 기차를 타려면 지금 출발해야 한다.
대구가서 사우나라도 해야지, 거지꼴로 회의를 할 수 없으니...
대를 닦으면서 눈물도 함께 닦았다.
11월 1일 (토요일)
금요일 서울서 회의를 마치고 술 한잔하자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급하게 열차를 탄 이유는?
서울서 대구를 거처 안동까지 가니 밤이 깊었다.
피곤한 몸을 자는둥, 마는둥 새벽에 눈을 떠니 5시다.
마누라 몰래 미친 듯 도망을 가서 비안 이두지에 대를 폈다.
안개 속에 새벽입질을 노려보자는 욕심 때문이다.
온종일 8치 한 마리와 잔챙이 몇 마리를 잡았다 방생하고,
이리저리 저수지만 둘러보고 마음만 삭이고 돌아왔다.
밤에 잠을 청해보지만 오기가 발동을 하고
가을이 다 지나간다는 아쉬운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
세상사 마음 먹은데로 다 되는 건 아니지...
내일은 마음을 비우고 깊은 산 속, 소류지
나만의 비터에 단풍구경이나 가야지....
11월 2일 (일요일)
천천히 아침을 먹고 식구들은 부석사와 풍기온천에 갔다오라고 말하고
나만의 비터로 간다.
가장의 임무를 포기한지 오래고, 또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비터!
저수지 위로 집도 절도, 논도 밭도 없다.
계곡물을 담수해서 농사용으로 사용하므로 비가 와서 뻘물이 지면 가라앉는데 오랜 시일이 걸리고 뻘물 때는 입질도 없다.
5월경, 이리저리 포인터를 점검하다 지렁이를 물고 나온 턱걸이 월척이후
올해는 잦은 장마로 이곳을 찾지 않았지만, 씨알 좋은 토종의 힘이 좋아 심심하면 찾아오는 옛애인 같은 그런 곳이다.
가을이라 물이 맑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물이 1미터 정도 빠졌고 아직 흙탕물이 진하다.
미루나무는 잎을 떨구었고 단풍이 곱게 물들어 그림자를 물위로 드리우고 있었다.
불청객을 보고 놀란 꿩들이 날개를 치며 가을하늘을 솟아오르고, 물가의 진흙 속에는 노루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수온이 내려갔으니 제방 쪽에 32대에 지렁이를 달아 걸쳐두고, 중류에 32, 29, 27대를 펼친 후, 상류에 25대를 펴서 어디서 먼저 입질이 오는지 시험을 했다.
혼자 저수지를 전세 냈으니 아무 곳이든 먼저 입질이 오는 것이 오늘 나의 포인터가 된다.
제방쪽 32대를 돌아보는데 멀리 중류의 29대 찌가 움직임이 보인다.
급히 가서 챔질을 하니 지렁이를 자근자근 씹어 놓았다.
역시 나의 예견대로 중류에 주포를 설치해야겠기에, 양쪽의 펴놓은 대를 합세하여 5대를 폈다.
조금 후, 7치 2마리가 연달아 올라온다.
늦가을이라 찌맞춤은 예민하고 케미만 물위로 내밀게 하고, 초릿대를 한뼘 쯤 올려놓았다.
지렁이 미끼라 살며시 끌고 갈 때는 초릿대 끝을 보고 입질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간혹 버들치가 찌를 끌고 가므로 붕어와 구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2대의 찌가 살며시 잠기드니 초릿대가 쭉쭉 끌고 물 속으로 잠긴다.
순간 챔질을 강하게! 제압은 천천히!
맹탕못이라 서둘 것이 없다.
강항 앙탈과 함께 옆으로 파고드는 놈을 천천히 제압한다.
잉언가?
제법 힘쓰는 폼이 다르다 생각했는데 몸을 뒤집고 공기를 먹는 놈은 눈으로 봐도 턱걸이는 되는 것 같다.
그냥 심심풀이 손맛이나 보고, 물위로 떠다니는 낙엽이나 보려고 했는데...
날밤을 새며 새우를 달아 놓고 기다려도 오지 않던 월척이, 지렁이 몇 마리를 물고 나왔으니, 마음을 비운 탓있까?
또다시 욕심을 부려 36대 2대를 추가로 설치하니 7대가 된다.
지렁이 낚시대를 7대나 폈으니, 과욕인가?
그러나, 평소에 극성을 부리던 버들치가 덤비지 않으니 그냥 먼 산을 보다가 초릿대가 휘청거리도록 끌고 가는 놈을 당기면 7~8치가 되었다.
그렇게, 씨알 좋은 놈들을 10여수 생포한 후, 해가 중천에 올라 왔을 때 대를 접었다.
집에 와서 계측을 하지 않았다.
만약에 30.2가 되면 서운하니까, 그냥 월척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월척을 잡았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다음주에 또 간다면 욕심이겠지!!! (끝)
마음을 비우니 월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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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여유가 물씬 묻어납니다.
월척 잡았다고 누가 상 주는건 아니지요.
대충 비슷한 거 잡아놓고 저도 그리 생각할랍니다.
그냥 월척이라고....
멋진 가을 보내십시요!
가장의 임무를 포기한지 오래고, 또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저도 내심 바라는 바입니다
순간 챔질을 강하게! 제압은 천천히! ...맹탕못이라 서둘 것이 없다.
...좋은 말씀~!
집에 와서 계측을 하지 않았다. 만약에 30.2가 되면 서운하니까, 그냥 월척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월척을 잡았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고수의 뻣댐, 혹은 고수의 여유^^;;
다음주에 또 간다면 욕심이겠지!!!
...ㅋㅋㅋ 다음주가 아니먄 다다음주 가실라꼬요?^^*
9치를 잡아도 월척이라고 우기면 괜시리 다른 일행이 애가 말라서 계측을 하곤하지요.
붕애를 잡아도 월척이라고 생각하면 월척이 되니까요.
조행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