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이 눈이 내린다
밤새 소리도없이 옅게 내리던눈이 한낮이 되어도 여전히 펄럭인다
16년을 함께살아온 .그리고 한번도 떨어져본적이없었던 집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2주여정으로 서울엘 갔다
덤덤한 나와는 달리 마흔셋이나되고도 엉성한 큰아들(?)이 걱정됐던마눌이
미역국이며 뼈국도 넉넉히 끓이고 바로 입을수있도록 옷들도
장롱에서 꺼내 걸어두고 밥쉽게 해먹으라고 다루기쉬운 밥통까지 빌려두고 갔다
안쓰러워하는 마눌과는달리 덤덤한마음으로 혼자생활 오래했으니 걱정말라며
안심시켜보내고 하루가 지났다
곁에살고 함께일하는 처남댁이 저녁식사준비해놨다며
오라하지만 어째 가고싶은맘이 일지않아 혼자 저녁을 준비했다
처남녀석도 .처남댁도 남처럼 여긴다며 서운해하고
장인어른이며 집사람까지 전화해서 처남댁으로 가라며 등떼밀지만
늘 집사람이 계산하는 식당에가서 밥먹고 내가돈내는것처럼
어색해서 밥솥에 물붓고 쌀두컵씻어내 밥을 얹혔다
이쯤은 총각때 이미 이골이 난일이고보니
별 어려움없이 해낸다
집안에 식구들이 없으니 퇴근하자마자 TV켜고 앉으면 쉽게 일어나질것같지않아
부지런히 씻고 옷갈아입고 청소기돌리고 ...
쓰레기봉지까지 버리고나니 금새 한시간이 간다
마눌이 집에있었다면 TV켜고 한참을 궁딩이 떼지못한나를향해 잔소리꽤나 했을터 ...
안주인없는 태내기싫어 반찬도 가짓수로 꺼내놓고 국도 뎁혀 밥상에두고
혼자만의 만찬이지만 천천히 먹고 또 식사끝나자 바로 설것이를 해뒀다
침구털어 다시깔고 컴퓨터하고 TV보고 ,...
별다를것없는 일상이지만 뭔가 허전한건 어쩔수없다
화장실가는길에 흘깃보니 네개가 걸려있어야할 치솔건조대에
내것만 덜렁 혼자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가끔 하루정도 집에없는날은 여행용칫솔을 따로 챙겨가고
집에서 쓰던 칫솔은 늘 짝맞혀놓아두고갔었는데 ...
바삐가다보니 잊어버렷나보다
혼자있는내가 허전해할까봐 늘 칫솔대는 채워두고갔었는데...
잠은달다
늘 다리를 올리고자는 버릇이 있어
자다 깨어 마눌의 다리를 내려놓곤했는데
그무거운 다리가 없으니 잠은 편하다
가끔 혼자서 입밖으로 내서는 안될말이지만
40대가되고보니 일본사람들 다다미처럼 각각의 잠자리를 갖고싶은맘이 간혹 들곤했었는데
마눌이 서운해할까봐 혼자서 속으로만했던 생각..
꼭 밥챙겨먹고 .매일 속옷갈아입고 ..
버스에오르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울먹거리던 마눌 ..
아주 떨어지는것도아닌데 남아있는 서방이 안쓰러웠나보다
첫날밤은 허전하기도 자유롭기도했다
별히 혼자라서 따로해볼일도 없지만
내 면도기를 가끔 훔쳐쓰는 아들넘과 TV채널싸움않해도되고
지엄마만큼 커버려 귀여운태를 벗어버린 딸래미의 징그러운 뽀뽀공세를 안받아도되고...
마눌은 다른아빠들은 딸래미가 뽀뽀않해줘 서운해한다며 딸래미피하는나를
탓하곤했었는데 ...
밤늦은시간
화상전화로 마눌에게 전화를 해본다
비어있는 서울 둘재처남집에 임시거처를 정해둔아내와 아이들이
금새 화면에 보이고 아이들보다 아내가 더 반가워한다
밥먹었어?
금새 글썽거리는 마눌 ..
밥도잘먹고 잠도 잘자고 씩씩하게 잘있노라했더니 마눌없으니 더 잘있는것같다며
서운해한다
빈말이라도 마눌없어 잠이 안온다해야했는데 ...
화상전화기를 켜두고 씽크대며 방이며 쓰레기봉지들을 비춰주고
노래도불러주고 춤까지춰줬다
잠간동안 생쇼를하니 아들녀석과 딸은 재밋어라 뒤집어지고
마눌은 안심이되는지 비로소 웃는다
잘자라 낼또 전화하마 ...
겨우 하루를 가족없이보내고 나니 문득 오랫동안 잊고살았던 혼자라는거 ..
젊은시절과는 달리 마흔넘은 사내가 혼자산다는거
새로운 경험이어서 신선하기도하지만 귓속에 맴도는 적막감의 무게가 만만치않다
젊은시절과는달리 청소도잘하고 혼자지내는것치곤 오히려
남에게 험잡힐까 더 깨끗히 몸단장을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영위와는달리 마음속은 허전해질것같다 그것도 많이 ..
함께 체온을 나누고 대화하고 같은공간에 같이있다는거
서로 다른방에있어 보이지않아도 거기에 분명 있다는안도감이 얼마나 큰건지..
아침에 눈을 뜨니 배란다밖풍경이 온통 하얗다
늘보는 겨울풍경이지만 아이들과 마눌이없는 눈온아침풍경이
생소하다
화상전화로 마눌에게 전화를 연결하니 잠자리에서 막일어난듯
아내와 아이들이 부시시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다
작은 휴대폰액정안에 마눌과아이들얼굴이 꽉차온다
화사한 꽃들이 핀모양 .이쁘고 반갑다
영광엔 눈왔다며 배란다밖풍경을 비춰주니 눈와도 뻔히 낚시갈 서방을 아는지라
조금만 하고 오랜다
부부 .가족
세상에 이보다 귀히 여겨야할게 또 있을까
허전함에도 불구하고 마흔넘어 혼자지내는 경험이 왠지 설래이기도하다
마흔셋에 나홀로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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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7 년전 겪었지요.
그러나 힘내세요. 다시만나는 가족의 소중함느끼며...
가족이란게 어떨땐 귀찮고 하루만 떨어져 있으면 왠지 서운하고 보고싶고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서 조금 느끼나 봅니다
저 역시도 집사람이 아이들 데리고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혼자 신세가 되었었네요!
전화가 안되는 곳에 다녀온터라 일주일간 걱정과 그리움에
잠을 설치면서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마음 편하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요?
혼자 계시는동안 밥 잘챙겨드시고 잘 안되겠지만 혼자만의 자유도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려울땐 가족뿐입니다..
가장이 없으면 기둥이 없는것이고,
마눌이 없으면 안방이 빈것이고,
친척이 없으면 울타리가 없는것 입니다,^^*
나는 언제 그런 해방감 맛볼수 있을런지~
결혼 25년째 인데 마누라 큰애 출산으로 친정에 간일, 병원에 입원 빼고는
집 비운적이 없어스리
근데 막상 없으면 허전 할것 같네요
나이들고 보니 내마누라가 최고 더구만
언제오냐구.....ㅎㅎ
혼자 있으면 좋을 것만 같은데...애들도 보고싶고...심심하고...
지금도 고독속에서 밤을 지세우시는지요~~~~~~~`
전 혼자남겨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더군요.
밥통에 밥 있어도 라면만 끓여먹고.
냄비 설겆이하기싫어 냄비 있는데로 다 더럽혀 놓고
이불도 쏙들어갔다가 쏙나오고
마눌 집비우기 싫다합니다.
혼자남겨지면 짜증나더군요.
가장으로서 빵점이지 싶네요.
은둔자님!
한수 배웁니다. ㅎㅎ 아침 단디챙겨 잡수이소
저도 어제 저녁 혼자 지냈습니다.
마누라가 딸년 데리고 여행을 가는 바람에...,
가게 끝나고 저녁 11시에 집에 들어갔더니 불꺼진 집이 썰렁하고,
혼자사는사람 제일 서러운것이 아플때와 불꺼진 썰렁한 방에 혼자
들어가는것 이란말이 실감 나더군요.
옆에 있을때는 잘 모르지만 마눌님이 없어면 얼마나 불편한지 소중함을 느끼지요.
은둔자님 혼자서 극복 함 해보이소오.........
앞으로 아이들이 크면 가족과 헤어져 있는시간이 종종 생길것입니다
나는 숙달이 잘 돼어있습니더...
감기 조심하십시요.
머리가 있는 울딸래미 생각에 코끝이 찡...
이주라..안즉 한참남았네요 이왕이리된거 낚시나 실컷 ㅋㅋ
은둔자님요 낚수나가입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