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희미한, 십삼 년 전의 그녀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녀는 인기 블로거였습니다(지금은 모르겠지만.). 전직 국어 교사였고 책방 주인이었나,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녀는 늘 소설을 쓰고 있었고, 늘 불륜을 꿈꾸었습니다. 딱 한 번 봤는데, 쭉쭉빵빵한 게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독특한 취향이라구요? 단아하고 고매한 거죠~. ^^" 원고지를 한 웅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 그녀는, 대뜸(상당히 건방지게) 제게 교정을 부탁했지요. 아, 치기만만한 제 자랑이 아닙니다. 저는 글은 잘 못써도 교정은 쫌 하거든요(쫀쫀한 A형입니다.). 하튼 그날, 원고지 첫 장을 다 못 읽고 집어 던졌습니다. "C바, 이게 쓰레기지 글이냐?" 이 여자가 또 글을 보내왔습니다. 나름 신춘문예 도전작이랍니다. 첫 장부터 마음에 안 듭니다. 같이 읽어 볼까요? 가제 -- '오르가즘'이랍니다. .................................................................... 나를 바라보세요. 내 눈을 바라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당신은 독을 닦아내고 싶은 거예요. 권태와 불감증, 무료함과 생의 공백을 당신은 소독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의 흔들리는 눈빛은 죽음을 동경하지는 않지만 당신은 지금과 다른 삶을 열망하고 있군요. 타성화된 삶과 일상에 불안을 느끼는 당신은 일탈과 불륜과 범죄의 매력을 아는 당신은 가면이 필요한지도 몰라요. 일상의 평온을 위장한 허위의 삶에서 당신은 잃어버린 순수를 찾으려 탈주와 모반을 꿈꾸고 있군요. 이젠 숨가쁜 탐색을 치워버려요. 현실을 배반하는 비현실을 도모해봐요. 낯선 이와의 섹스를 꿈꾸어 봐요. 사랑이라 착각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잃어버린 영혼만 찾으면 돼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일탈만을 시도하면 돼요. 나를 바라보세요. 내 눈을 바라보세요. 내 허무를 잊지 마세요. 자유의 욕망과 반란의 열기로 가득찬 당신의 마성을 꺼내 줄게요. 순종의 미덕과 나약함은 거절하겠어요. 어린 양의 탈을 벗겨 주겠어요. 당신의 찌푸린 얼굴에 고통의 쓰라림이 언뜻 비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감각의 극치인지 모욕인지는 헤아리지 마세요. 그냥 느끼기만 하세요. 격렬하고 섬세하고 은밀하고 과감한 몸놀림을 따라 허무의 탈을 벗어버려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오르가즘을 향해 가고 있어요. 메마름과 건조함에 쇠가 녹슬듯 우리는 현실에 노출되어 부식되고 있어요. 일상의 무감각과 두려움을 파괴하고 우리는 지금 오르가즘을 향해 떠나고 있어요. 이하 생략. .................................................................... "C바, 이게 일기지 소설이냐?" 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졸라 까칠한 거 아니까, 함만 만져 주라, 응?" "C바, 진짜 이건 아니다. 열일곱 살 일기장도 아니고." "그래도, 자기야~ 응?" "C바, 자기 가튼 소리하네!" 말은 그래놓고, 이거 뭐, 군산에 도착하자마자 노가다. C바! .................................................................... <가제 / 멀티 오르가즘> 자, 나를 바라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그대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알아. 그대는 독을 닦아내고 싶은 거야. 끈적거리는 권태와 무기력한 불감증, 절망적인 무료함과 밋밋한 생의 공백을 그대는 소독하고 싶은 거야. 그대의 흔들리는 눈빛은 죽음을 동경하지는 않지만, 나 는 알아. 그대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열망하고 있는 거야. 타성화된 삶과 일상에 불안을 느끼는 그대는, 일탈과 불 륜과 범죄의 매혹을 아는 그대는 때때로 가면이 필요했 을지도 몰라. 일상의 평온이 아니라 평온으로 위장된 허위의 삶에서 그대는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으려 끊임없는 탈주와 모 반을 꿈꾸었는지도 몰라. 이젠 제발 숨 가쁜 탐색은 치워버려. 그대의 현실에 맞먹 는 비현실을 도모해봐. 낯선 이와의 색다른 섹스를 꿈꾸어 봐. 사랑이라 착각하거나 자위하지 않아도 돼. 그대는 잃어 버린 영혼만 찾으면 돼.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그대의 삶에 대한 일탈만을 시도 하면 돼. 자, 나를 바라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허무한 눈동자 를 절대로 잊지 마. 자유와 욕망에의 이끌림과 반란의 열기로 가득 찬 그대 안의 마성을 꺼내줄 게. 아, 그대의 벌거벗은 몸에선 비 젖은 풀잎 냄새가 난다. 순종의 미덕과 나약함은 거절하겠어. 어리고 순한 양의 껍질을 벗겨 주겠어. 처연한,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려주 겠어. 그대의 찌푸린 얼굴엔 고통의 쓰라림과 야릇한 자긍심이 살짝 비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고문인지 감각의 극치 인지 모욕인지 찬사인지 굳이 헤아리지 마. 오로지 느끼기만 해. 격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은밀하면서도 과감하고 절박하 면서도 우아한 몸놀림을 따라 허무와 상실의 외피를 벗 어버려. 처음 삶을 느낀 그 순간부터 살고자 버둥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Extasy를 향해 가고 있어. 메마름과 건조함의 극단에서 쇠가 녹슬듯, 우리는 현실 에 노출되어 부식되고 산화되고 있어. 일상의 결핍과 무감각과 두려움을 숙성시켜 자, 마침내 발효시키자. 아, 가고 있어. 우리는 지금 멀티 오르가즘을 향해 떠나 고 있어! 이하 생략. .................................................................... 이 여자, 이혼하면서 위자료를 너무 많이 받았나 본데, 차라리 돈 주고 작가 타이틀 사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멀티 올가즘 / Ex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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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희미한, 십삼 년 전의 그녀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녀는 인기 블로거였습니다(지금은 모르겠지만.). 전직 국어 교사였고 책방 주인이었나,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녀는 늘 소설을 쓰고 있었고, 늘 불륜을 꿈꾸었습니다. 딱 한 번 봤는데, 쭉쭉빵빵한 게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독특한 취향이라구요? 단아하고 고매한 거죠~. ^^" 원고지를 한 웅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 그녀는, 대뜸(상당히 건방지게) 제게 교정을 부탁했지요. 아, 치기만만한 제 자랑이 아닙니다. 저는 글은 잘 못써도 교정은 쫌 하거든요(쫀쫀한 A형입니다.). 하튼 그날, 원고지 첫 장을 다 못 읽고 집어 던졌습니다. "C바, 이게 쓰레기지 글이냐?" 이 여자가 또 글을 보내왔습니다. 나름 신춘문예 도전작이랍니다. 첫 장부터 마음에 안 듭니다. 같이 읽어 볼까요? 가제 -- '오르가즘'이랍니다. .................................................................... 나를 바라보세요. 내 눈을 바라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당신은 독을 닦아내고 싶은 거예요. 권태와 불감증, 무료함과 생의 공백을 당신은 소독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의 흔들리는 눈빛은 죽음을 동경하지는 않지만 당신은 지금과 다른 삶을 열망하고 있군요. 타성화된 삶과 일상에 불안을 느끼는 당신은 일탈과 불륜과 범죄의 매력을 아는 당신은 가면이 필요한지도 몰라요. 일상의 평온을 위장한 허위의 삶에서 당신은 잃어버린 순수를 찾으려 탈주와 모반을 꿈꾸고 있군요. 이젠 숨가쁜 탐색을 치워버려요. 현실을 배반하는 비현실을 도모해봐요. 낯선 이와의 섹스를 꿈꾸어 봐요. 사랑이라 착각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잃어버린 영혼만 찾으면 돼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일탈만을 시도하면 돼요. 나를 바라보세요. 내 눈을 바라보세요. 내 허무를 잊지 마세요. 자유의 욕망과 반란의 열기로 가득찬 당신의 마성을 꺼내 줄게요. 순종의 미덕과 나약함은 거절하겠어요. 어린 양의 탈을 벗겨 주겠어요. 당신의 찌푸린 얼굴에 고통의 쓰라림이 언뜻 비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감각의 극치인지 모욕인지는 헤아리지 마세요. 그냥 느끼기만 하세요. 격렬하고 섬세하고 은밀하고 과감한 몸놀림을 따라 허무의 탈을 벗어버려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오르가즘을 향해 가고 있어요. 메마름과 건조함에 쇠가 녹슬듯 우리는 현실에 노출되어 부식되고 있어요. 일상의 무감각과 두려움을 파괴하고 우리는 지금 오르가즘을 향해 떠나고 있어요. 이하 생략. .................................................................... "C바, 이게 일기지 소설이냐?" 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졸라 까칠한 거 아니까, 함만 만져 주라, 응?" "C바, 진짜 이건 아니다. 열일곱 살 일기장도 아니고." "그래도, 자기야~ 응?" "C바, 자기 가튼 소리하네!" 말은 그래놓고, 이거 뭐, 군산에 도착하자마자 노가다. C바! .................................................................... <가제 / 멀티 오르가즘> 자, 나를 바라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그대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알아. 그대는 독을 닦아내고 싶은 거야. 끈적거리는 권태와 무기력한 불감증, 절망적인 무료함과 밋밋한 생의 공백을 그대는 소독하고 싶은 거야. 그대의 흔들리는 눈빛은 죽음을 동경하지는 않지만, 나 는 알아. 그대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열망하고 있는 거야. 타성화된 삶과 일상에 불안을 느끼는 그대는, 일탈과 불 륜과 범죄의 매혹을 아는 그대는 때때로 가면이 필요했 을지도 몰라. 일상의 평온이 아니라 평온으로 위장된 허위의 삶에서 그대는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으려 끊임없는 탈주와 모 반을 꿈꾸었는지도 몰라. 이젠 제발 숨 가쁜 탐색은 치워버려. 그대의 현실에 맞먹 는 비현실을 도모해봐. 낯선 이와의 색다른 섹스를 꿈꾸어 봐. 사랑이라 착각하거나 자위하지 않아도 돼. 그대는 잃어 버린 영혼만 찾으면 돼.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그대의 삶에 대한 일탈만을 시도 하면 돼. 자, 나를 바라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허무한 눈동자 를 절대로 잊지 마. 자유와 욕망에의 이끌림과 반란의 열기로 가득 찬 그대 안의 마성을 꺼내줄 게. 아, 그대의 벌거벗은 몸에선 비 젖은 풀잎 냄새가 난다. 순종의 미덕과 나약함은 거절하겠어. 어리고 순한 양의 껍질을 벗겨 주겠어. 처연한,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려주 겠어. 그대의 찌푸린 얼굴엔 고통의 쓰라림과 야릇한 자긍심이 살짝 비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고문인지 감각의 극치 인지 모욕인지 찬사인지 굳이 헤아리지 마. 오로지 느끼기만 해. 격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은밀하면서도 과감하고 절박하 면서도 우아한 몸놀림을 따라 허무와 상실의 외피를 벗 어버려. 처음 삶을 느낀 그 순간부터 살고자 버둥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Extasy를 향해 가고 있어. 메마름과 건조함의 극단에서 쇠가 녹슬듯, 우리는 현실 에 노출되어 부식되고 산화되고 있어. 일상의 결핍과 무감각과 두려움을 숙성시켜 자, 마침내 발효시키자. 아, 가고 있어. 우리는 지금 멀티 오르가즘을 향해 떠나 고 있어! 이하 생략. .................................................................... 이 여자, 이혼하면서 위자료를 너무 많이 받았나 본데, 차라리 돈 주고 작가 타이틀 사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똥에서도 과장된 지식인 냄새까지를 풍길 수 있을 법한 치들이었지요. ^.^;
'돈을 주고 작가 타이틀을 산다.'는 표현에 그녀의 집착과 광기에 대한 조소가 느껴진다 해도 되겠습니까.
지식인 타이틀에 환장한 그녀를 한번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
허ㄱㅇ씨가 생각납니다
내~에누늘~바라~바~아~
긴글은 골 아픈데 어르신이 쓰신 정성봐서 대충 봣네요ᆢ
피터님이 저글 쓰신거 아니랫죠ᆢ
뭐라 씨불 쌋는지ᆢ도통
아무래도 피터님이 삥뜯긴다 치고 몽마른사심 한마리 구제해줘야 할듯요ᆢㅋㅋ
다음문장부텀은 먼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어떠께 함하보자는 말인지~?
해봐야 별거 없단 말인지~?
위로 해준단 말인지~?
암튼 다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머리야~@@@@
ㅎㅎㅎ
피러 선배님 ~~쫌
쉬운거로 올리주시이소~^^
명절 잘 보내셨죠...
먼길 운전 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장문의 글...
요즘 눈이 안좋아 좀만 읽으면 대충 감으로...
거기에 알콜성 치매로 인해 글 해석이...
좌우지간 존 글이죠...
편한 밤 되세요.
마눌 말고 딴 여자를~~~^^
사용회수는..어떻게 되는지요?
몇년도 식인가요?
년도수가 많더라도 사용회수가
적으면
일관 하겠읍니다
설명절 잘쉬셨읍니까..?
긴글...시간이 없어 다 못읽고
있다가 가계가서 자세히
함 읽어 보겠읍니다
대충보니....행님이 글좀 쓰는사람이다
그말 같은데...맞지여
요즘 카톡도 없으시고...
너무 소심한거 아닙니까..^^~
어르신 새해 건강하시구요
팔순 잔치에 맞쳐 한국 방문 하겠읍니다
삼십대후반
노벰버 올림
주부습진은 쫌 괜찮으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