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년들이 한가로이 떠 있는 소류지 최상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닥 탐색을 하고 수심을 찾고 대편성을 했습니다. 청태가 많아 봉돌을 조금씩 띄워봅니다. 평일이라 고즈넉한 독탕입니다. 수면에 비친 하늘에 구름 몇 조각 흘러가고 있습니다. 탱탱한 삶에 느슨한 슬로프가 집니다. 소나타 한 대가 들어옵니다. 조폭 같은 덩치의 사내가 건너편 수몰 나무 근처에 앉습니다. 아마 짬낚 같습니다. 시나브로 잠이 옵니다. 인기척에 돌아봅니다. 조폭이 서 있습니다. ㅡ 와... 와요? @@'' ㅡ 안녕하십니꺼, 선배님. ㅡ 아... 안녕하세요. ㅡ,.ㅡ'' ㅡ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예. ㅡ 예~. 말씀하십시오. ㅡ 이제 낚시 두 번째인 초본데예. ㅡ 예~. ㅡ 궁금한 게 많아서예. ㅡ 제가 뭐 아는 게 있겠습니까. ㅡ 무슨 말씀을 ! 저도 척 보믄 압니더 ! ㅡ 믈요? ㅡ 그 폼 ! 그 아우라 ! 찌가 솟아도 채지 않는 그 느긋함 ! ㅡ 찌가 솟았습니까? ㅡ 아까, 첫 입질은 그냥 보시기만 하셨다 아입니꺼. ㅡ 아... 푸헐 ! 눈치까셨군요. ㅡ,.ㅡ'' ㅡ 존경하고 싶습니더 ! ㅡ 이그~. 넘 솔직하시군요. 덩치와 달리 넘넘 순박한 우리의 곰팅이는 그렇게 제 옆에서 고급기술을 습득합니다. 감동이 절절하면 눈물이 날까요? 울먹거리며 메모를 하더군요. 어수선님의 포인트. SG하늘님의 붕어 회유로. 산골붕어님의 정숙엄폐. 소풍님의 풍수지이랄. 이박사님의 휘리리. 주다야싸님의 오뎅. 붕어와춤을님의 자동빵. 그림자님의 몰꽝 극복. 제작자님의 계측. 도톨님의 흘림. 명품짱님의 장비를 강의합니다. ㅡ 선배님은 어케 이리도 박학하십니꺼? ㅡ 박복이라니요? 와이프 생각나거로 ! ㅡ 박학요 ! ㅡ 아~. 박하요. 제가 쫌 순결상쾌하긴 합니다만. ㅡ ... 곰팅이가 족발과 막걸리를 사 옵니다. 땅바닥에 전을 피고, 쪼그리고 앉아 술을 마십니다. 다리에 쥐가 나 둘이서 헛둘헛둘 일어났다 앉았다 술을 마십니다. 몇 번 찌가 솟았고, 다행히 정흡에 무사체포를 합니다. ㅡ 선배님, 아름답십니더 ! 곰팅이가 콧물을 쓰윽 닦으며 울먹입니다. 아까 했던 구라가 맘에 걸려 붕어의 대가들을 얘기해 줍니다. 곰팅이가 황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입니다. ㅡ 선배님, 그런 고수들은 도대체 누구한테 낚시를 배웠을까요? ㅡ 험 ! ㅡ 도대체 스승이 누굴까요? ㅡ 험 ! 허허험 ! ㅡ 응? 그럼 선배님께서 그분들을? ㅡ 민망하거로... ㅡ 존경합니더, 선배니임 ! ㅡ 뚝 ! 울지 마시고... ㅡ 그러나 ! ㅡ 그... 그러나? ㅡ 딱 한 명, 구제가 불가한 잉간이 있었으니 ! ㅡ 도대체 선배님도 못 구한 그 잉간이 누굽니꺼 ! @@'' ㅡ 때려도 안 되는 그런 잉간이 있네. 이거슬 보시게. ㅡ 이기 믑니꺼? 이 불결한 물질은 믑니꺼 ! ㅡ 붕어라고 하더군. ㅡ 이거슨 붕어가 아이라예 ! 붕어가 이리 불결할 리가 없어예 ! ㅡ 나도 자네 말에 동의하네. ㅡ 근데예? ㅡ 아득바득 우기고 있으니... ㅡ 지기삐모 안 됩니꺼? ㅡ 안 되네. 잡초 가튼 잉간이네. ㅡ 휴~. 붕어계의 수치네예. ㅡ 어제도 44대 하나 내놓으라고 카톡이 왔더군. ㅡ 선배님, 우얍니꺼? ㅡ 이민을 갈까해. ㅡ 자, 결론을 냄세. ㅡ 넵 ! ㅡ 낚시는 자기에게 주는 위로고 안식일세. ㅡ 네. ㅡ 집착이나 탐닉일랑 마시게. ㅡ 네. ㅡ 즐기시게. 그냥. ㅡ 네. ㅡ 어떠케? ㅡ 그냥 즐기기요. ㅡ 고로치 ! 걍 즐기기. 저 사진의 물질은? ㅡ 붕어가 아니라예 ! ㅡ 고로치 ! 그리고 그날, 곰팅이는 월척을 했고, 나는... 으음... 조과가 머시 중요한디 !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