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동네 이발소를 마다하고 예전 큰집 근처의 이발소를 애용하는 이유는
동네 어르신께는 저렴한 이발료를 받는 착한 가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르신이 아니었지만 아부지, 형님께서 단골이었던지라
사장님께 부탁하여 그 가격에 이발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만원이었는데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이발, 염색까지 만 오천 원 받습니다.
그날도 이발한 뒤 면도하려고 누워있었는데,
사장님 지인으로 여겨지는 분이 들어와서는 전날 낚시갔던 얘기를 하더군요.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먼저 온 낚시꾼이 있어 고기 쫌 나옵니까? 물었더니 아! 글쎄 바람 쐬러 왔다고 캅디더.
나오면 나온다든지, 안 나오면 안 나온다 카머 되지 지가 무슨 강태공이라꼬…"
하며 언성을 높이며 짜증스러운 투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뜨끔했습니다.
잡어가 찌를 갑자기 불쑥 올리듯 벌떡 일어서서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늘상 두어 시간 짬낚이 고작인지라 '낚시 간다'라고 하기에는 멋쩍어
그냥 '바람 쐬러 간다'고 표현을 합니다.
낚시 가방을 챙기면 아내는 낚시 가냐고 묻지만 저는 한결같이
'바람 쐬고 올께'라고 답을 하고
낚시 하는데 누가 와서 '입질 좀 있습니까' 물으면
저 역시 '그냥 바람 쐬러 왔심니더.'라고 답을 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여 면도를 마치고 일어나 보니 언제 갔는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짜증스럽게 얘기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의아스러웠습니다.
살림망도 담그지 않고 '바람 쐬러 왔다' 하면 '꽝' 이구나 짐작하면 될 터인데…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엉뚱하게 동문서답하는 말투가 귀에 거슬렸는지….
마치 강태공인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이 그를 짜증스럽게까지 했나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 말이 그러한 뜻은 결코 아니었을진대,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며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다음에 혹시, 진짜로 누가 내게 다가와
"입질 쫌 있습니까?" 물어보면
"꽝입니다!" 하기에는 쪼~옥팔릴 것 같고……
"바람 쐬러 왔심니더." 하면 짜증 낼 것 같고……
"바람 피려 왔심니더~!" 라고 대답해 볼까요? ⌒ ⌒;;
바람 쐬러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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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년 전쯤, 써 놓았던 글인데 그때 스무 편 정도 바이러스로 날려 먹었지요.
하여 얼마 전, 기억을 더듬고 끄집어내어 초안을 다 쓰고
분명히! 학실히! 저장 키를 눌렀는데…
뿅~사라졌심니더.
치매예방 훈련과 독수리 비상(飛上)훈련을 하는 셈 치고,
오기발똥으로 또 한 번 썼심니더. 흑~
이렇게 대답하면 알아듣지 않을까요? ㅎㅎ
저는 낚시를 가면 눈으로만 살림망 망태기를 넌지시 보고 묻지는 않습니다.
돌아서면서는 "많이 잡으세요" 인사는 합니다.
저도 꽝이 많거든요.
낚시꾼이 아닌사람이 물으서 꽝이라고 하면 한심해 보일지도 모름니다.
아부지님께서는 글을 참말로 맛있게 쓰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망태기 담갔으면 "잔챙이만 나오네요" 하시구요^^
글 완성 축하드립니다 ㅎ
나: 귀싸대기를 확마! ㅡ.,ㅡ;
앞으론 욜케 답변하겠습니다.
"(붕어와)바람 피우러왔다가 (붕어에게) 바람맞고 있심니더…"
잠시의행복님, 혹여 절 보시게 되면 '많이 잡으세요' 하지 마시고
'한 마리라도 잡으세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초사랑님, 그렇죠. 그냥 '입질 없심니더' 하면 될 것을…
글 완성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박사님, 그랬다가는 제 귀싸대기 안 맞는 게 다행이겠죠.ㅋ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 예! 고기는 안나오고 욕 나옵니다!"
* 망태기 안 담그고 있어도 질문 받고, 이제 막 대를 펴는데도 질문 받고
가끔은 낚시자리뒤에 "고기 안나옵니다!" 라고 써붙여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ㅎ
이제 펼쳤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은 그냥 가더라구요
아니면 옆에서 좀 말하다가 손맛 보세요하고 가고요
'고기 안나옵니다' 라는 팻말이나
김성환의 '묻지마세요'를 틀어 놓을까요?
♩♪♬묻지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마부위침님,
낚싯대를 펴고 있는데도 "고기 나옵니까?' 묻곤 하지요.
그러면 '미끼도 달지 않았습니다' 답을 합니다.
꾼(?)은 참 많이 궁금한가 봅니다.
한번 모실게유 ㅎㅎ
몇마리 잡은날엔...
"영~션찮아요." 또는 "겨우 꽝은 면했네요"
꽝 친 날에는...
"심심찮게 따문따문 나옵니다"
간혹 제 옆에 앉아서 구경하시는 분들도 계시면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커피한잔 나누기도 하구요^^
하고 괜스레 물어 본답니다
고기 나오고 안나오고는 직접 한시간만 해보면 알터인데 굳이 말을 건네는것은 아마도
낯선 사람끼리 같은 공간에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어색함을 달래려는 유화의 제스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맛깔스런 글 잘 보고 갑니다 안출하세요~
B접점님, 거꾸로 얘기하는 것도 재밌네요.⌒ ⌒
한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신지요?
무유거사님, 레옹8585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라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꾼끼리는 금방 친해지지요.
가벼운 수인사로 시작하여 다음 출조 시 같이 가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무조건 방금왔다입니다
오늘은 입질이 없네요
내가와서 그런가..ㅋ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바람쐬고 오네요
낚시하다보면 조황 물어보는일 흔한 일이지요
전 그냥 잡은거 있으면 잡았다하고 꽝이면 꽝입니니다 합니다
낚시가면 맘이 편해서요
기분좋게 낚시대 담그 시라고
아주 자~알 나온다 카십시요....^^*
그래서 대답을 기대 하지 않고 그냥 물어 봅니다.
낚시터에서 "아버님 편안 하시냐?"고 물어 볼 수는 없잖아요.
자전거에 몇대 싣고 거의매일 3~4시간 짬낚하는 일인입니다
낚시도중 뒷쪽에서 물어 보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듣기좋은 소리는 재미 많이 보이소 입니다^^
붕어를 못 잡기에 '여기 붕어 없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