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 만났던 반려견 세디
어느날 도심 외곽을 걷다가 가축취급하는집 앞마당에 놓인 철망태 안에
여러마리 개들이 갇혀있는걸 보게 됐습니다
어디론가 금방팔려 가는듯 여러마리를 좁은 망에 가둬놨는데
그중 작은 개한마리가 눈에 띄더군요
작은 체구에 똘똘한 눈동자를 가진 녀석은 구경꾼인 저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회사 기숙사에 기거하던 때라서 데려다 키울 여건도 아니었는데
그 눈망울이 너무 불쌍해서 주인께 사정해 3만원만 주고 데려왔었습니다
2년정도 자란 성견이었지만 식용으로 팔려갈만한 견종은 아니었습니다
빠삐용 .. 프랑스의 국견인데 다른 종류의 견종이 섞인 믹스견 이었습니다
집에 데려오는동안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쓰다듬는 손길도 거부하더니
막상 회사에 돌아와 낯선 사람들 틈에 내려놓으니 제뒤만 줄곧 따라다녔습니다
영리한 녀석이었죠
금새 주인을 알아채고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던 녀석
잡종 발발이를 데려왔다는 기숙사 동료들의 핀잔이 이어 졌지만
그 핀잔은 곧 감탄과 부러움으로 변했습니다
영리한 개였습니다
며칠만에 교감이 통하나 싶었는데 앉아 .일어서 .가져와 .기다려 ..
한두번만에 척척 알아들으니 신기했죠
한순간도 주인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눈치도 볼줄 아는 녀석이 왜 버림을 받고
철망속에 갖히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참대단한 개였습니다
회사 근처에서 산악오토바이를 즐겨 타곤 했었는데
처음엔 주머니에 넣고 함께 오토바이를 타다가 나중엔 오토바이 시동만 걸리면
먼저 타려 발버둥을 치는 통에 미끈거리는 기름통위에 녀석을 올려놓고 오프로드를 하곤 했습니다
오토바이에 삼겹살 .소주 한병 그리고 주머니에 그녀석
회사근처 저수지를 맴돌며 낚시를 할때에는 밤마다 그녀석이 제 곁에 있곤 했습니다
여건이 어려워져 2년동안 고향집에 맡겼다가 다시 그녀석을 데려온건
아내와 신혼살림을 막 꾸리던 싯점
집사람이 때리는 시늉을 하기라도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던 녀석
그래서 처음엔 아내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곧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나선
아내의 보드가드 노릇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진도에 눌러갔다 으르렁 거리며 아내에게 덤비던 덩치큰 진돗개에게 몸을 날려
주인을 지키던 충견이었는데 7년을 함께 보내다가 병으로 그만 가고 말았죠
지금도 가끔 보챕니다
세디와 같은 견종으로 한마리 키우자고 ..
그녀석 아직도 제 기억속에 또렸이 남아 그몸짓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레이트 덴
사진과는 달리 얼룩무늬 덩치큰 두녀석을 키운적도 있습니다
송아지만한 녀석들이었죠
한겨울에도 공을 던지면 물속으로 들어가서라도 가져오던 녀석들이긴 했는데
세디처럼 교감이 되지 않더군요
2년 키우곤 마당 넓은 지인의 집 경비견으로 갔습니다
누군가 애견관련 글오린거 보니 또 생각납니다
세디녀석이 지금도 있었다면 낚시하다 피곤한 주인대신
영락없이 찌올림보고 신호도 해줬을거라고 ..
그녀석이라면 몇번 가르쳐 주기만 해도 충분히 해냈을 겁니다
눈앞에 웃는 얼굴이라도 사람들간엔 그 웃음뒤에 진심을 알기 힘듭니다
바로 코앞에 서로를 마주하고도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지난날 어설픈 우정보다
절대 배신하지않는 반려견의 충심이 더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세디 .. 하고 부르면 귀를 납작하게 하고는 깡총깡촌 뛰어오던 녀석 ..
보고싶습니다


친구이상이죠....
그 녀석의 이름은 "짱똘"이었습니다
15년을 살다 가출해 버린 나쁜놈........
치매끼를 보이다가 집을 나선후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만한 녀석을 본적이 없습니다
가르치지 않았는데도,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신문 가지고 오고
무선전화기 가져다 주고 담배 라이타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던녀석..........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님이 그녀석 생각이 나게 하시네요
그나저나 이웃집의 진정으로 지금은 처갓집에 맡겨진 녀석들 얼굴이나 보러 가야겠습니다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후배식당으로 보냈는데 그곳에서 적응못하고 후배삼촌을 물었다고하네요~~~
나중에 그애기를 듣고 얼마나 미안했던지~~~~~
그후로 시골 할머니집으로 보냈다고하는데 무척 보고싶네요^^
.
안녕하십니까? 은둔자2님
쿠마도 집에서 시츄 ( 은별이 )를 15년 동거동락 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퇴근하여 집에들어오면 아무도없는 집에서 제일먼저 반겨주고
정말로 친구이상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같이 생활을 할수있을지는 모르지만
연이 다하는날까지 동거할라 합니다 ^^
강아지땐 이쁘다고 호들갑을 떨던 "견주"들이 성견이 되고
귀찮다는 이유로 버리는것을 T.V로 봤을때 할말이 없더라구요...
키우시려면 끝까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키우셔야합니다.
"쿠마"님 말씀처럼 퇴근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반겨주는 녀석...우리집 "퍼피"(강아지 이름)입니다...
저는 총각때는 원룸에서 7마리를 아메리카 코카빼고 다들 중대형견을 키웠었습니다
결혼하면서 후배에게 보냈습니다
그후배도 개를워낙 사랑하는지라 갈때마다 견들이 튼튼해보여서 기분이좋습니다
개는 한번만 잘해주면 평생잊지 않는다는게 맞는말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