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사탕같던 부들열매는 흩날려 반쯤 벗겨진채 그몽골진 자태를 처연히 들어내고 ..
한대 낚싯대를들고 30여분간격으로 올라오는 씨알굵은 붕어를 보느라 너무 재미있었던밤
뜸해지면 이젠 나올때가 됐으니 나와달라 주문을 외면 거짓말처럼 다시 입질이와 밤을 지새버렸던 그밤을 잊을길이없다
그저 유년의 친구와 대나무꺽어 하던 채비그대로
연안수초에 지렁이 껴 잠시 소일거리를 찿아 했던 그밤의 낚시가 시발이되어
지금껏 물비린내를 묻히고살게했으니 그밤이 내게는 꽤 강렬한 영상이었나보다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휘청거릴만큼 아파도
낚시만은 할것같으니 그연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가족과의 장거리여행은 몸시 피곤하고 힘든데
낚시를하기위해 떠나는 장거리여행은 피곤은 커녕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으로
격정적이기만하다
깊이 한번 생각해볼이긴하지만
아마 천성이 조용한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좀 수줍은 사람들아닐까하는생각도들고
보이지않는 물밑이 늘 궁금해서 물음표를 건져내듯
늘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서일것같기도하다
산행이라면 사시사철 늘 변하는 색이있고 냄새가있고 형태가있겠지만
물은 그것에더해 늘 시시때때변하는 궁금증이 있어서 더 매력적이지 않나싶기도하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보니 다섯시반이다
새벽세시에 알람을 맞춰뒀더니 집사람이 걱정되서 알람을 꺼버린모양이다
밤새 알뜰히 이것저것을 챙겨 아이스박스에 넣어두고
여벌의옷과 비상금까지 넉넉히 챙겨 박스위에 올려두고 여전히 깊은잠에 빠져있는 아내
조용히 짐을챙겨 차에싣고는 스타트버튼을 누르니 이제갓 길들여진 엔진은 1분여 회전수를 조절하며
낮게 그르렁거린다
출발 ....
서해안고속도로엔 지나는차하나없이 조용하다
서서히 가속해 악셀을 누르니 사납지않은 엔진소리임에도 금새 속도계는 140을 가르키고있다
압해도 ...
솜씨좋은 저격수모양 우측으로 총구겨눠 한녀석 끌어내고
바로 다시 좌측으로 던져 또다시 한녀석 끌어냈던 영화같은 장면이 있었던곳 ...
그렇게 30초사이로 70.80두마리를 끌어내고 고장난 릴을 안타까워했던 압해도 첫출조 ...
아침저수지엔 밤을 새워 낚시를하느라 벌겋게 충혈된 눈자위를한채
붕어꾼들이 지쳐 철수할 준비를 하면서도 미련에 못내 아쉬운지
대를 걷어내지못하고있다
예전엔 나도 그랬지 ...
밤새 뚫어져라 찌를 쳐다보고는 아침이돼서도 쉽사리 짐을 챙기지못했어 ...
한컷한컷 저장된 사진처럼 밤사이 만났던 녀석들과의 짧은만남이 너무아쉬워 ....
낚시란 쟝르를 불문하고 모두 그런가보다
만수위다
상류 육초대가 다 잠기고 마름마저 물아래 잠겨버렸다
난해하다
어느곳한곳 채비를 던져볼곳이없다
정자에앉아 상류육초대를 지켜보니 녀석들의 움직임이 보이긴하지만
듬성한 육촛대사이로 채비를 던져 액션을 주기가 쉽지않을것같다
예전조행때는 수초에앉는 잠자리몸짓에도 벌컥거리던 녀석들이있었고
늘어진 라인의 움직임에도 입질을 할정도로 활성도가 좋았었는데 힘든게임이 될것같다
마냥 보고만 있을수없어 상류 육촛대가 끝나는 부분에 채비를 던진후 끌어보지만
첫투에 반응을 보일 상황이 아니다
세시간을 가만히 끌어도보고 미리던져둔후 10분지난뒤 꼼꼼한 액션도 줘보고
육초가지에 걸쳐놓고 라인만잡고 흔들어도보지만 쉽지않다
그런와중에도 가끔 '퍽"소리가 들리는걸로봐선 먹이활동을 하긴하나보다
아니다
자세히보니 까맣게 몰려다니는녀석들이 가물치치어들이다
새끼몰이중 주변에 얼쩡거리는 숙적들을 물리치는 어미들의 방어음이다
먹기위한게아니리 쳐내거나 물어죽일본능으로 덤비는 녀석들이니
반응을 받아낼수도 있겠지만 오늘의조행은 정정당당 승부수를 띄우고싶다
은신해있는 녀석들을 꾀어보고싶다
네시간만에 수초부근에서 울렁 물살이일며 루어를 흔들어놨지만
그이상의 반응을 볼수는 없었다
땡볕 ....
가마솥에 콩볶듯 지글거리는 폭염
이마를 타고내리는 땀과 피로와 갈증.그리고 쪄낼듯 뜨거운 이열기가좋다
벌컥이며 냉수를 들이켜보지만 지면에서 복사돼 올라오는 열기는 냉수만으론 어림도없다
갈때까지 가보자
이미 각오한바 오늘은 몸뚱이에남은 에너지를 다 소진해볼참이다
상류를 벗어나 저수지를 몇바퀴돌며 수면위 들어난 수초한포기에도 캐스팅을해보지만
어느곳에서도 입질을 보지못했다
오전 11시
음료수를 마시려 차문을 여니 차안에서 빠져나온 열기가 후끈하다
정자에 신발을 벗고올라 이온음료에 소금을 타서 마시며 잠시 쉬는중
상류수촛대사이로 머리큰녀석들이 움직이는게 포착된다
다시 캐스팅 ....
그러나 물빠져가는 저수지에서 붕어가 몰황이듯 만수의 수초없는저수지에서 가물치역시 몰황이다
이동 ....
일로 ㅇㅇ지
이미 태양은 머리꼭대기에서 사정없이 지친 몸뚱이를 유린하고있다
다시 두시간여 ...
던지고감고를 되풀이해보지만 뜨거워진수온에 녀석들마저 깊은수심에서 나오질않는다
다시이동 ...영광
오후네시 ....
밤에도 입질을 해주던 늘가는곳
그러나 생미끼하는이가 수초밭을 점령해버렸고
그나마 걸린 채비를 당기느라 마름밭이 고구마밭이 돼버린상황이다
저녁일곱시까지 1미터간격으로 융단 폭격을 해보지만 예민해져버린녀석들이
호락호락 물어주질않는다
한양동이쯤 땀을 쏟고나니 오랫동안 핀담배에 축척됐을 니코틴이며
그동안 과하게 취한 영양분으로 미련해진 몸뚱이가 가뿐해진듯도하다
십수년을 병원수술실에서 일했던 친구녀석이 하던말이 왜 이쯤에서 생각나는지 ...
바닥에 흥건한 피를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던 ....
결과물없는 조행이지만 지친몸에서 느껴지는 농축된 하루의 진한 조행이 주는 만족감이랄까 ...
늘 때가있음을 다시한번 통감한다
루어대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루어를 벌컥물고 딸려나온 가물치들에 흡족했었지만
제실력이 아니었음을 ...
날씨따라 필드상황따라 녀석들이 물어줬을뿐
어느큰비오고난뒤 상류수촛대에선 아무렇게나 던진 루어에도 벌컥벌컥 받아먹어주는
가물치들이 있을것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알수없지만 ....
그게 언제일지 또 한번 궁금증을 간직한채 어느날 그수촛대앞엔 내가 서있을것이다
녀석들을 물밑에서 끌어내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오늘하루 내가쏟은땀만은
결코 태양앞에 주눅들지않았다 .....루어카페글중 ...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3번 바단조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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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이 아닌것 같아 눈여겨 보질 않았는데 본글을 보니
조금은 감이 옵니다.
수초를 칭칭 제 몸을 감은 녀석이 얼마나 튼실한지...
뜨거운 입김을 내 뿜는 꾼을 보니 그 에너지를 조금은 느껴 지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요즘은 가물치루어나
베스(요거 배워서 씨를 말리려고 합니다)낚시 한번씩 봅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전문꾼의 포스가 느껴져옵니다 옛모습그대로의 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계속되는 가물이와의신경전 많이 올려주십시요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