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순천 출장 끝내고 광주로 돌아오는 길
잠깐 중간에 빠져 이미 어둠이 내린 강가에 가보았습니다.
낚싯대도 깔지 않고 우두커니 한시간 물만 바라보다 왔습니다.
가을 바람이 스산 하네요.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고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 앉습니다.
낚시가 병은 병인가 보네요. 그것도 지독한 만성질환.....ㅋㅋㅋ
붕어는 못낚았어도 시한수 건져서 왔습니다.
허수아비
붕어우리/
털려버렸다.
빈들 지나온 갈바람에 우수수 털려버렸다.
털린 게 무엇인지 몰라
한참 주머니를 뒤지다 온몸을 더듬어 보고
끝내 가슴속을 뒤져보고
영원히 뒤적이지 말자 다짐했던
추억 더미들을 뒤적이며
빈 들녘에 홀로 섰다.
아직 털릴 체온이 남았던가?
아직 누군가를 향한 뜨거움이,
끈적한 눈물이 남았던가?
빈 들녘을 지나온 갈바람이 차다.
한 방울의 체액도 남지 않은 삭은 육신과
뜨거움을 담기에는 너무 메마른 영혼.
털릴 것도 털린 것도 없음을 알기에
갈바람이 더욱 차다.
빈 들녘에 바람이 분다.
자꾸만 우수수 뭔가가 털리고 있다.
털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털리고 있다.
털린 게 무엇인지 몰라 다시 주머니를 뒤적인다.
아직 털릴 뭔가가 남아 있는 것만 같다.
빈 들녘을 떠나지 못하는 한줌의 체온이 남은 것만 같다.
병은 병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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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부지와 목욕탕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지금도 또렸합니다.
남녀간에도 쫌 그래봤으면...
채우지 않으려
아니,
비우려 애쓰다가도
허전하고 외로워
털어내지 못함에 서글픈 계절입니다.
기냥 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