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제법 굵은 줄기가 되어
땅을 적시고 있다
비......
비를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고 비만 오면
데이트를 하자는 아가씨가 있었다
내 아내도 비를 반기는 편 ,그래서 100년만의 대설이라는
지난 겨울 밤10시를 넘긴 그시간에 마흔일곱의 나이로
밤길을 쏘다니다 바지자락을 흠뻑적셔 들어 왔던 것이리라
헌데 나는 비가 싫다
비에 얽힌 갖가지 과거지사
그 첫째
시골 우리집에서 국민학교 까지 거리가 오리 남짓
어른이 된 지금 걸음으로야 15분정도면 오갈수있는 거리
쭉 뻗은 아스팔트 거리 차로라면 2-3분이면 족히 닿을수 있는 거리지만
9살 -10살짜리 꼬마가 노류장화로 주위 경물 구경하며
걷다보면 30분 어떨땐 한시간도 족히 소요되는 그런 거리다
여기에 비오는날이면 지금처럼 잘 만들어진 양산은 구경도 못했고
비닐 우산도 그땐 없었다
최고의 제품이 기름먹인 종이로 만든 대나무 손잡이를 한
말 그대로 우산
불행히도 그 우산도 없어 비오시는 날이면 삿갓
삿갓
지금 4-50대 나이로 도시에서 어린시절을 보낸이들은 그림으로는 모르지만
그 삿갓의 실체는 구경도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리라
비에 흠뻑젖은 삿갓의 무게는 군대 철모의 3-4배 무게는 족히 되리라
그도 어깨에는 가로질러 책보따리를 메고 삿갓이 무거워
양손으로 잡고 뒤집어 쓰고 가면 그러잖아도 작은 키에 삿갓이
끄덕 끄덕 가는지 사람이 가는지?,
또 하나
영화이야기중 잠깐 언급하였지만 한달에 아니면 두달에 한번쯤
포장으로 둘러친 가설극장 영화상영
짚차에 확성기를 달고 무성영화 시대 연사를 흉내내며
눈물없이 볼수없는 영화,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두남매
등등을 외치며 조그만 32절정도의 조악한 인쇄물로된 삐라를
뿌리며 영화선전을 하고 가는 날이면 어린내가슴은 마냥 뛰었다
누나를 졸라 영화 데려가 달라고 근근히 승낙을 받은 그날저녁
꾸물 꾸물하다 비라도 뿌리면 만사휴의
그걸로 끝, 비로하여 보고싶은 영화 놓친게 한두편이 아니다
또 하나
1971년 9월28일
현역병으로 징집되어 훈련을 받고 논산훈련소에서 일반하사로
선발되어 여산의 2하사관학교 보병반 교육을 받던 때
야간훈련중 허리까지 오는 호에 물이 절반이나 차있고 서늘한
가을날씨에 밤새워 궂은비가 추적대면 그 삭막하고 서글픔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불허
훈련마치고 40키로를 행군하여 올짝시면 완전군장20여킬로가 비에젖어
30킬로가 넘고 거기다 판쵸우의, 군화끈 구멍마다 빗물이 찔꺽 찔꺽
올라오며 발은 불어터지고 행군하는 길옆 어둑 어둑해지는
황혼에 호롱불 켜진 방안,낮게 갈아앉아 흩어지는 저녁연기를
보면 불켜진 방안에서 따뜻한 밥을 먹게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아!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그런 상념하나가
머리를 휙 스쳐갔던.....
그리고 30여개월동안 받은 군대교육을 통하여
비가 오면 그 칙칙함,서글픔,서늘함 등등
그리고
기질적으로 비가오면 우울해 진다
괜히 서글프지고 기분이 갈아 앉아 이렇게 낙서를 끄적이던지
아니면 비와 연관된 노래를 듣는다
비를 주제로 한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은
진 켈리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폭우속에서 우산을
소품으로 하여
싱~~깅 인 더 레~~인 하고 노래하며 탭댄스를 기가막히게 추는
3분여의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 아닐까?
오늘은 어디엔가 박혀있는 사랑은 빗줄기를 타고 비디오를
꺼내어 비오는 날 오전시간을 죽여야 겠다
2005년 조춘
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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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추억을 한편 떠올려 보았습니다.
군입대이후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마음 돌린다고
여자친구 집앞에서 비 홀딱 맞으며 생난리를 친 적이 있었는데요
끝내 마음은 못돌리고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서
낯선 서울거리를 헤맨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미경이!
이런 날은 막창에 쐬주 한잔이 최고인데, 오늘 저녁에
주위에 수배를 내려봐야 하겠습니다.
첫사랑 비록 이별의 아픔이 있을지라도 인생에서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지요
만남의 짜릿함도 헤어짐의
가슴 찢어짐도 모두 지나고 나면 달콤한
지우기 싫고 지워지지도 않는 젊은날의 아름다움 그게 첫사랑일터이지요
비오면 검덩고무신 미끄럽죠
아예 벗어 쥐고 달리곤 했었죠.
특히 봄비!
어디메 선가 훈훈한 바람과 함께 오는 봄비는
흠뻑 맞아도 마냥 즐거웠죠.
책보따리야 젖던지 말던지요.
그당시 저의 첫사랑도 비에 젖었지요 ㅎㅎ
기름종이우산과 가설극장을 기억하시니 연배가 오십대중반정도는 되신것 같습니다
오기택씨 우중의 여인 영등포의 밤 60년대 중반대히트곡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저는 지금도 자주 턴테이블에 올리는 레파토리입니다
붕어와춤을님 반갑습니다
검정고무신을 신으셨다니 역시 오십고개를 넘기신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나이 지긋하신분이 많아 마음이 푸근 합니다
반갑습니다
수필을 연상케 하는 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님의 대명을 보고 소설가 김유정님을 생각 했었지요(혹 동명일까 하는...)
님의 글을 읽노라니 유년시절.소년시절의 비오는날의 추억들이 떠 오르네요
유년시절 논으로 연결되는 샛강에서 미꾸라지며.붕어를 잡던추억 진흙탕에 옷을 버려 어머님께 꾸중을 들어도 좋았었죠
소년시절 또래들과 어울려 비오는 여름밤 팬티만 입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네 수박서리 하던추억. 누구의 소행인지 알면서도
웃어 넘기셨던 동네 아저씨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네요
제나이 사십 중반 유소년시절 이런저런 재밌는 추억을 가진 또래 친구들은 충실한 가장의 역할 때문에 전부 모이기가
힘드네요
비오는날 추억을 안주 삼아 막걸리잔을 기울일수 있는 어린날의 친구들이 오늘따라 그리워 집니다
유년과 청소년기의 추억 못먹고 헐벗었던 그때지만 살뜰히도 그리운 것은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지그시 눈감으면 떠오르는 지난날의
추억은 마음의 보물이기도 하답니다
권형님도 좋은 추억들 많이 갖고 계십니다
추억의 창고는 마음의 보물창고이지요
전차,시발택시에 대한 추억은 시골소년인 저는 누려보지 못한
풍경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