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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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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단다.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출근을 한 후 시계를 보다가 휴대폰 번호를 눌러나갔다. 신호음이 청각의 끈을 잡고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제수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 아주버님이세요?" "예, 아버지 어머니 출발하셨어요?"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어머님 바꿔 드릴게요." "누구고? 애비가?" "아직 출발 안 하셨어요? 지금 비 안 와요? 여기는 날씨가 궂은데요." "출근했나? 여기도 비가 온다." "비가 오는데 두 분 조심해서 잘 다녀오이소." "그래, 알았다. 지금 출발하려고 한다. 너 할 일이나 잘해라. 아까 에미도 전화했더라." 잘 다녀오시라고 말씀을 드린 후 전화를 끊었다. 어제 오후 감자를 캐러 밭에 나가 땀을 질질 흘리며 작업을 했다. 작업한 감자를 싣고 내려오다가 주차된 내 차 옆에 트럭을 세우게 하신 후 노란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두 상자를 트렁크에 싣게 하셨다. 그리고 삶은 감자를 잘먹는 손자, 손녀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셨다. "어이구, 감자가 너무 많아요." "가다가 니 동생 집에도 한 상자 내려줘라. 집에 가거든 그늘에 신문 종이 깔고 널어놓아라. 담아 놓으면 공기가 안 통해서 물러진다.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집에 있는 것 갖다 먹지 돈주고 자꾸 사 먹을 필요가 뭐 있나." 어머니는 중년의 아들도 마냥 어린아이처럼 생각을 하시며 일일이 다 챙기신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너무 깊숙이 내려서 걷지 말라는 말씀은 현재 내가 딸이나 아들에게 하는 주의사항이랑 똑 같은 이야기를 하신다. 부모님의 마음은 끝이 없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마을어른들과 어울려 동행하시는 부모님의 제주도 여행에 자식된 도리로 인사를 하기 위해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었다. 아내가 약간의 여비를 드리자 몸빼 바지 안에 차고 있던 낡은 주머니를 꺼내 봉투를 내보이면서 사위들에게 많이 받아서 여비는 충분하다고 하셨다. "사위 돈만 받으면 됩니까? 아들 돈도 받아야죠." 며느리가 건네는 봉투를 받으면서 아버지께 "내가 받았다고 다 내 혼자 안 쓰고 임자하고 같이 쓸 테니까 걱정은 하지 마소." 아버지와 같이 수박을 먹던 식구들이 모두 웃었다. 오늘 아침 모처럼 부부간에 나서는 나들이에 날씨가 부조를 좀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식사 시간에 찐 우엉잎을 가지고 쌈을 싸서 먹는데 상추와 쑥갓에 익숙한 두 녀석은 우엉잎을 펴서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엄마! 우엉잎에 곰팡이 슬어서 못 먹겠어요. 난 참치 뜯어 주세요." 얘들 엄마가 "야, 이녀석아 우엉잎 뒷면은 원래 그런 거야. 금방 했는데 곰팡이가 왜 슬어." 생각하는 사고와 먹는 먹거리가 세대간에 이질적인 벽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쯤 교실에서 두 녀석 모두 수업을 받고 있겠지. 세월이 흐른 뒤 내가 현재의 부모님 연세가 되고 녀석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부모와 자식간의 연결 고리와 생각하는 사고는 어떤 차이로 내 곁에 다가올까?

3대가 같이 하는 저녁식사 모습이
시골경치와 어우러져 너무 평화롭게 떠 오릅니다.
님의 효성이 ... 사모님이 건네시는 용돈에..배려가 보입니다.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글 잘 보았읍니다..
세대차이 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각자의 방법대로 이해하고 잘 어우러지면 더 아름답죠..
참고로 저는 대학1년 딸이랑 늘~ 다툽니다..
컴 서로 차지 할려고요...
출조길에 출발부터 도착까지 쉬지않고 재잘대던
아들녀석이 요즘은 애비보다 더 과묵(?) 합니다.

뭔가 변하긴 변했는데
설마 녀석이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일까요?
입질!기다림님!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다가 다시 한기가 들고
어릴적 시골에서 앓던 하루걸이 보다가도 더 아픈 사흘입니다.
이런 나를 와룡산 만대기에 오르라는 물사랑님도 밉고...
우리 마누라만 뭐 마려운 뭐처럼 주위를 맴돌뿐
자식새끼는 별 무관심인 듯 합니다.
아홉살 난 눔이 뭘 알겠습니까만........
비몽사몽 님의 글을 읽으니 농장에 심겨진 감자가 머리에 박혀
아이구 골 때립니다.
장마라도 끝나면 캐기 시작해야 될텐데...
싹은 벌써 말라 비틀어져 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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