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계.

비가 나립니다. 주루룩 주루룩 밤새워 내리는 빗물. 비가 그친 다음 날 집을 나서 포인트에 도착하고 낚시를 시작하기에 앞서 물에 손을 담궈 대략적인 수온을 체크합니다. 으차차 차가워! 비가 그쳤고 바람까지 낚시에 그리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어떤 땐 낚시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설 때도 있고, 오늘 이 정도면 그래도 잔씨알 세 개 정도는 만나겠다 싶으면 그래도 둬 시간 때려보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는 당일엔 오히려 수온이 높아 붕어가 산란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일 때도 있고, 비가 그친 다음 날 수온이 더 차갑거나 오히려 전날 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포인트에 따라)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나오기까지는 대류, 강우량, 새물유입로로 들어오는 물의 양, 기온, 수온, 포인트 여건 및 위치 등 여러가지 복잡한 조건이나 현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엉켜줘야 가능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붕어입장에서야 2~3m 수심에 산란을 하지 않고 거의 표층수에 인접한 수초군에 산란을 하므로 수온만 맞는다면 비가 그치는 즉시 급한 늠들은 빨리 싸질러버리고 중하류로 내려가 편히 쉬고 싶겠지만, 우리네 꾼들은 밤새 빤쮸까지 다 젖고 파라솔과 텐트 붙들고 으앙 울고 있을 게 뻔해 출조를 접고 방안에 틀어박혀 방바닥이나 긁는 수밖에요. 붕어는 유유히 산란을 마치고 다 빠져나가고... 산란기 낚시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겠지요. 수온계를 가지고 다닌지 벌써 20년 세월이네요. 하지만 낚시는, 달력과 날씨, 포인트와 낚시대와 채비 바늘과 미끼로 하는 것이지, 수온계로 하는 건 아니더군요. 혹시 20년 사용한 제 쯔리겐 수온계 사실 생각 있으신 분께서는 쪽지 주세요. 아주 싸게 만 달러에 넘기겠습니다. ^.~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고모님이 옆에서 7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드으은 노래도 부르시면서 계속 말을 걸어오셔서 도무지 글이 정리가 안되네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