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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당선작입니다....

2011년 시와시학 신춘문예 당선작 물 깁다 외 4편 문병채 저수지 위에 박음질 자국이 선명하다 셈을 할 수 없을 만큼 수면이 겨울바람에 너덜거린다 늙은 저수지의 수심을 재는 것은 이미 이골이 난 전신주 길게 목줄을 매달아 헐은 수멍으로 넣었다 뽑아 올린다 수심을 체크하는 일쯤이야 언제나 낮달의 몫이다 저수지 주변을 배회하는 바람은 재봉틀의 동력이다 누가 가볍게 페달을 밟아 주면 바람은 저수지의 허기진 수면을 박음질한다 이때 밑실을 담은 북알은 어디서 날아왔는지 물속으로 처박히는 오리들이다 물오리가 밑실을 잡아당기면 수심을 재던 전신주는 윗실을 풀어 말랑말랑한 물살을 깁는다 구름이불 한 채 깁는 데 하루 나팔꽃 앞치마는 반나절 바람이 물결로 한 땀 한 땀 물살을 깁는 사이 수면 위를 나는 제트기 대바늘 흰 실을 길게 늘어놓아 코발트 하늘을 기워 새들은 속치마를 만들어 입는다 햇살이 점점 늙어 가는 겨울 오후 블라우스 청치마 구멍양말도 빨래집게 수만큼 제 살을 꿰매고 물속에 거꾸로 처박힌 내 그림자도 듬성듬성 하루를 깁고 있는데 오월의 힘 침묵으로 묶어 호송하고 있다 도시의 범인들 수갑을 풀지 못해 발버둥치는 줄줄이 땅속 빌딩 감옥으로 끌려 들어간다 젖내보다 더 부드러운 살갗에 저런 단단한 밧줄이 있었나 그믐달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고속도로 자동차를 송두리째 부숴 끌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의 보드라운 근육에 복날 견공 끌려가듯 위장술의 대가답게 그는 소나무 뒤나 수초 덤불 속에 낮은 포복으로 숨죽이고 있다가 기회를 엿본다 정신을 놓고 걸어가는 사람들에겐 전봇대나 가로수를 뽑아 뒤통수를 후리치기 예사다 산속 바위틈에 억만년 단단히 뿌리박고 밤이면 도시의 고양이들과 썩은 식내음 컹컹거리다 아파트 콘크리트 벽 사이를 헤집고 돌아갈 시간조차 망각해 버린다 취객의 너덜거리는 구두에 넘어져 허연 피를 흥건히 뿌려 놓는다 알리바이 알리바이 이제 수갑을 풀어 줄 시간 햇살의 그림자가 성큼성큼 걸어올 즈음 도시락 하나 보석으로 풀려난 도시의 범인들 이제 자유가 된다 안개가 떠난 텅 빈 도시 담벼락 능청스런 장미 넝쿨이 피 뚝뚝 떨어뜨리며 칸타빌레로 묶여 호송되고 있다 봄비 푸른 비가 집단 자살을 감행하는 저수지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저 초록의 말들 맨살로 다리 위에서 나무 위에서 지붕 끝에서 사선으로 텔레비전 뉴스에 떨어져 내린다 오줌발보다 가는 모양이 땅속에서 바다 위에서 허공의 우주로 떠돌아다니다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우주선처럼 저수지 활주로에 연착륙한다 날개도 없고 추진체도 없는 로켓을 타고 때로는 바람에 떠밀려 하얀 수증기로 산 너머 천년 소식이라도 안고 왔을 듯 (일가족 네 명이 승용차로 저수지에 뛰어들었다 텔레비전 뉴스로 사라진다) 풍덩풍덩 아~ 그런 자살은 아닐 거야 누가 물방울의 껍질을 벗겨 연애를 하는지 구름도 사랑하고 바람도 애무하는 그래서 더욱 맨들맨들 살갗에 닿으면 간지러운 아름다운 수의(壽衣) 죽음 놀이를 하고 있나 물고기 한 마리 허연 배를 하늘로 밀어 올리고 있다 방금 하늘에서 깨어난 새끼 물고기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입어 보는 그들은 죽음을 재미있는 놀이쯤으로 생각하나 어제는 물닭들이, 오늘은 낮달이 번갈아 수의를 입고 논다 거풍(擧風)한 삼베옷 입은 어머니의 모습에 차마 눈 머무를 수 없었던, 그래서 눈물 펑펑 봄비 저수지로 흘려보냈어야 했는데 지금 봄 저수지에는 아침 햇살이 환한 죽음 놀이를 하려 한다 파킨슨병에 한쪽 수족(手足) 떨면서 못둑 위를 걸어가는 정수발 할아버지 그림자도 가봉 안 된 수의를 미리 입어 보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날, 일생 최고의 멋진 모습으로 입어야 할 옷, 그 옷을 입기 위해 허름한 바지저고리와 살아서 고달팠던 사설들 구름구름 날려 보내야 하나 보다 바람의 파편들이 구름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오후 저수지 후미진 구석에 홀로 무거운 상엿집을 짊어지고 수의를 입은 물고기 한 마리 수초 덤불 속에 수장되고 있다 물 위 허옇게 누워 하늘저수지 오르고 있다 (손 없는 날 마누라 손잡고 장인어른 수의나 보러 갈까) 수평이 없다 바람이 어둠을 묶어 끌어낸 빈자리 숲들이 머리를 찌른다 사무실과 빌딩 사이 사각의 허공이 모두 링이다 수많은 선수들이 무스를 바르고 스킨으로 손뼉을 치며 각을 세운다 한 평의 수평도 허용치 않는 거대한 격투기장 내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누워야 진정한 승자인 줄 모르는 사각의 링 끝에 까마귀가 붉은 울음 짓을 하고 있다 딸그랑딸그랑 두부장수의 쇠종 소리도 2층 베란다 쇠파이프를 타고 차갑게 각을 세운다 세워야 살았다고 하는 세우기 위해 먹는 비우거라처럼 허연 김이 사각을 만든다 잎과 가지 사이, 가지와 사람 사이 기다란 창(槍)이 만들어진다 몸뚱어리 없는 끝은 누구를 향한 비수인가 시간의 지령에 따라 찰나의 오차도 없이 찔러 대는 햇빛 서리 각을 세웠다 부순다 종일토록 천진한 아이, 오줌 꽉 찬 고추를 곤두세우고 울고 서 있다 심사평 자연스럽고 힘찬 형상력 마지막으로 겨룬 네 편 가운데 문병채의 「물 깁다」는 우선 단단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그를 따라가노라면 놀라운 상상력의 새 길이 있다. 어휘도 산뜻하다. 물의 너울을 ‘박음질’로 끌어낸 그의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물 깁는 그의 시적 작업이 자연스럽게 상처를 꿰매고 너덜거리는 생을 꿰매고 죽 찢어져 버리는 하루의 언약들을 꿰매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보인다. 드디어는 “물속에 거꾸로 처박힌 내 그림자”에서 이 시는 우리들의 자신의 내부로 와서 꽂힌다. 「오월의 힘」등 다른 작품들도 고르게 노련한 깊이가 있다. 의심하지 않고 지켜봐도 될 것 같다. 정진 바란다. 김병철은 작은 것에 대한 끌림과 사랑이 있어 보인다. 「3분에 대하여」「비 오는 날에는 자장을 먹어야 한다」등과 같은 작품이 우리들에게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작은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조금은 짜임새가 느슨한 듯도 하지만 꽃봉오리 한 송이가 우주를 펼쳐내는 시간의 긴장감을 안다면 자신의 시적 작업을 엄격하게 끌고 가리라는 믿음이 있다. 자장면 이야기는 누구나 경험한 달고 쓰린 기억이다. 젊음의 허기와 추위와 흔들림, 미래의 육교를 건너가는 싱싱한 추억하나가 우리 안에서 일어서게 한다. 두 분의 시가 줄기차게 투박한 문단의 노면을 튼튼하게 걸어가기 바란다. 심사위원 정희성, 신달자 당선소감 사람은 저수지에서 나서 저수지로 돌아간다. 어머니 자궁이라는 거대한 저수지에서 태어나고, 우주의 저수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저수지를 찾아 헤맸다. 허허벌판을 헤매다가 산속 가시덤불을 기고 넘어서 오로지 나만의 저수지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물 맑고 공기가 좋아서 낚싯대 하나 달랑 매고 저수지를 찾아다녔다. 하룻밤 물가에서 노숙을 하고 나면 일주일이 즐거웠다. 그러나 아무리 저수지를 찾아다녀도 편히 쉴 나만의 저수지는 없었다. 내 안의 저수지가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저수지를 파기 시작했다. 시는 내 안의 저수지다. 때로는 삽이 없어도, 곡괭이가 없어도 맨손으로 파기도 했다. 아무리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저수지. 그러기를 10년이 다 되어 간다. 오늘 저수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봤다. 바위틈 작은 샘물을 발견한 것이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으로 물길을 찾았지만 매번 허사였는데……이제 저수지 파는 일은 그만해야겠다. 저수지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저수지 물이 새나가지 않게 둑을 쌓아야겠다. 지진이 일어나도, 지구가 반 조각나도 허물어지지 않을 둑을 쌓아야겠다. 작은 무너미도 정성 들여 만들어 놓아야겠다. 미흡한 저의 저수지 둑에 간판을 걸어 주신 신달자 선생님, 정희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의 물길을 찾을 수 있게 동기를 주신 고마운 선생님들, 특히 수맥의 길을 알려 주신 이기철 교수님, 정숙 선생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튼튼한 저수지를 팔 수 있게 함께 해 준 ‘청연(淸緣)시회’, ‘시가마’ 회원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두 아들과 아내와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문병채 경남 진주 출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청연시회 회원, 사단법인 한국영재교육개발원 사무총장, 한국방과후학교연구학회 회장, 문병채논술연구소 소장.

여기에 올려도 되는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낚시인은 시인입니다. 단지 제가 시를 썼을 뿐입니다. 아름다운 대 자연에서 하루밤 빌려 잠시 내려 놓는 일이 바로 시인이 하는 일과 똑같지요....
낚시인 여러분 아름다운 낚행 하시기 바랍니다.....
자유로운 게시판입니다 무엇을 올리든 무슨상관이겟습니까,,ㅎㅎ

낚시인의 고향인 저수지에관한 멋진시입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넘쳐나는 자게에

멋진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잘 읽엇습니다
첫번째 시만 읽어 보았습니다

멋있으십니다 ^^

주말에 나머지랑도 음미하며 볼 생각입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앞으로 종종 부탁이라면...한꺼번에 많이 말고 1편 정도로 올려 주시면 집중하고 감상 할텐데...
여러편의 글이 있다보니 성급하게 읽어나가는 느낌이 생겨 산만해 지는 느낌을...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음에도 기대해 봅니다!
아 좋습니다

시인의 글이 자방을 부드럽고 풍요하게해주는군요

참 자방에 물골님도 시를 쓰시니 좋은 글벗이 되리라 믿습니다

가끔 올려주시리라 믿고 ...혼자 기다려볼랍니더
신달자 시인은 한 발작만 가면 만나는 수심 깊은 강에서, 그쯤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했지요.
정희성 시인은 흐르는 것이 어디 물 뿐이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고 했고요.

두분이 금방 알아 볼만한 훌륭한 시를 쓰셨습니다.

지금까지도 시인이셧습니다. 굳이 신춘문예이거나 등단이라 하지 않아도 지금 껏 시인이셨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겁니다.

그러나, 당선을 크게 축하드립니다.

축하받을 만한 일이므로...
언어의 마술사 들이네요
참 좋습니다
전봇대를 비유함은 참 넉넉한 상상입니다
허접한 잡글만 쓰는 사람이 이런 좋은글 보니
마음마저 깨끗해지는듯 합니다
훌륭한 시인을 여기에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박음질이 선명하다'라는 첫 문장부터 무척이나 인상적이네요.
자주 좋은 글을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늦은밤 눈이 마음이 호강합니다.

저 같은 허접인 감이 근접을 못하겠습니다...

문장하나 하나가 살아 움직입니다.

다음글이 기대가 됩니다.*^^*
아 머찝니다

전화 드리구 한번 더 음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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