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
택배를 하나 받았다.
우리 집 주소는 확실히 맞는데 수신인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어 간신히 배송자와 연락이되고
실제 택배 물건 주인이라는 옆집 아줌마와도 통화를 했다.
알고보니
배송자가 ###1호를 ###2호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
바로 옆집이기는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별도로 쓰는 바람에
일면식도 없는 아줌마다.
하지만 벽 하나를 두고 이웃해서 사는 처지다 보니
간혹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기는 했다.
왜냐고?
밤 늦은 시간 간혹 들려오는 여성의 민망한 괴성 때문에
가끔 밤 잠을 설치거든. ㅋ
거사를 얼마나 장하게 치루시는지는 모르지만
벽을 넘어서 까지 들려오는 처절한 소리는
차라리 누군가가 누군가를 고문하는 소리에 가깝다.
처음에는 쿵쿵거리는 소리 (아마도 침대를 우리 집 벽쪽으로 배치한듯) 와 함께
괴성이 들려 옆집에서 싸움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간헐적으로 여보! 자기! 엄마! 찾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미루어
금슬 좋은 부부의 심야 애정행각임을 알고서는
쓴 웃음을 지었다.
각설하고
문제의 그 아줌마가 우리 집에 물건을 찾으러 오겠다길래
내가 경비실에 맡기겠노라고 했다.
마침 집사람도 외출 중인데
그 아줌마 얼굴보면 내 자신이 민망해져 어색해질까봐. ㅋ
경비실에 내려갔다.
이런!
마침 경비 아저씨 순찰 중 표시를 걸어놓고 부재 중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그 사이에 외출 중 이라며
죄송하지만 아파트 입구 마트에 맡겨달랜다.
그러마하고
마트엘 갔다.
난 아줌마가 마트 주인하고 잘 아는 사이여서
맡겨달라 했는줄 알았더니...
마트 주인은 뭔 소리를 하나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젠장!
이쯤되면 설명이 복잡해진다.
나는 누구고 ###1호가 어쩌구 ###2호가 어쩌구...
택배가...
잘못 배달...
마트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고릴라 닮은 아줌마가 대뜸 짜증을 낸다.
경비실에 맡기면 될 걸 왜 여기 가져왔느냐면서...
울컥 넘어 오는 것을 한 번은 꿀꺽 넘기고
또 설명이 시작된다.
그렇치않아도 경비실에 갔는데..
경비 아저씨 부재 중...
물건 주인이 여기 맡겨달라하더라.. 어쩌구...
이 정도면 마트 아줌마
아! 그러세요.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 라는 반응을 기대하며 재차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마트 아줌마 표정이 시나브로 일그러지는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짜증 스런 표정을 보니
평소 분노조절 장애로 수많은 사건을 치루면서
곤란을 겪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또 폭발을 해버렸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 훈계하다 머리에 피도안마른 것들이 대들어 폭발.
비 오는 날 아파트에서 경적을 10분 동안 울려대는 무개념 아저씨 때문에 폭발.
동네 놀이터에서 걸음마 쟁이가 떼 쓴다며 애를 북치듯 때리는 아이 엄마 때문에 폭발.
관공서에서는 공무원들이 꼴 같잖은 갑질 행세 하려할 때 폭발.
생각해보니 나의 크고 작은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폭발의 역사는 참 다채롭기도하다. ㅋ
다시 마트
울컥 밀려오는 분노 때문에
목소리 조절이 불가...
고함을 치기 시작한다.
이웃 간의 정...
나도 이 마트 단골...
처음에 내가
폐끼치게돼서 죄송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뭔 어려운 일이라서 그렇게 짜증스런 대꾸와 표정을 짓느냐...
등 등
두서없는 소리를 버버거리며 떠든다.
결국은
한 참 내 얘기를 듣던
그 아줌마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안하단다.
교양과는 거리가 멀게 생긴데다가 얄밉게 미안하다는 그녀를 보니
소리지르는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다.
애들끼리 싸우는데
열받은 아이가 한 참을 떠들고 나니
한 아이가 다 듣고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반사' 하는 꼴이다.
젠장!
떠들고 나니 멋적고 후회가 밀려온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게재에
어떻게 생긴 분이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하시는건지
얼굴이나 한번 볼걸...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오니
마침 집사람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있다.
집사람이 이 인간 왜 또 흥분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유를 묻는다.
나는 또 흥분하면서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아까 택배 하나 받았는데...
옆집...
아줌마...
경비실...
마트 아줌마...
흥분해서 열심히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고나니
집사람은 "그래요?" 라고
한마디 하더니
너무나도 심드렁히 낮잠을 자겠다며 방에 들어간다.
결국은 잘못 배달된 택배를 힘들게 주인 찾아주고도
나만 열받는 상황이 된거다.
괜히 이 모든 상황이 옆집 아줌마 탓인거 같아 부아가 난다.
다음에 옆집 여자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 나도 벽을 발로 쿵 쿵 차주겠노라며 다짐하며
냉수 한 컵을 벌컥 벌컥 마셨다.
by 천안외대조사
아줌마! 소리가 너무 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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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31
가끔들리는데
2 3분이면 끝나는듯
젊은커플인디 쯧쯧
그 정도면 울 동네에선 천하장사 났다고
경운기태워 퍼레이드 해주는디유? ㅋ
언제적 일인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ㅠㅠ
"여보!, 자기, 엄마!" ~~ 우우욱
엽집 아주머니 사는것같이 사는군요. ㅎ
늘 그렇듯 2편 기대합니데이~^^
담배한대 피는시간
부러워하실분이 많을듯 합니다
감성이 좋으신 분이십니다~
감성이 풍부한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꾸벅~
고생하셨습니더
아침부터 빵터지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 아주머니보다 저는 그 분 남편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 궁금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동호수 부탁 쬼~~~~~~~~~~~~~~~~눼!!??? -.-
저두 그래유 ㅠㅠ
조운붕어님
예리하십니다. 푸하하
뚱복잉어님
감사합니다유 꾸벅^^
붕어와춤을님
얼굴보면 제가 묘한 상상을 하게될까봐서요 ㅋ
까르님
댓글 감사합니다 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황금빛잉어
저두 궁금해 죽겄슈 ㅋ
물가에선나무형님
헉! 고럼 어젯밤에도?
형님 대단하셔유. 어제는 거의 밤을 새다시피... ㅋ
달구지님
님도 천안 이사오시면 갈켜드릴게유.^^
글구 주로 언제쯤 그소리가 들리는데??
나좀 집에 놀러가두 되지??
소설인가요 ~~ ㅎㅎ
속 상한 얘기지만
잼나게 읽었네요
2부
기대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본문 보면서 웃음 꾹 참았는데
댓글에 2,3분이면 울 동네에선 천하장사 났다고
경운기태워 퍼레이드......
이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아침부터 웃고갑니다~
크게 ㅎㅎㅎㅎ
그러니 아파트에 사는것은 눈치를 보아야하니 ㅎㅎㅎ
고생하셨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