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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에게...

어느 여인에게/무릉

잠시 아픔인가 싶었네  

숨겨 놓은 추억에 빗장을 지르고

왠지모를 서글픔에 잠겨버린 까만 밤

까만 종이 위에 까맣게 쓰 내려간

몸서리치는 그리움은

창가를 흔들며 새벽으로 스며들어

길게 흐를 때까지도

갈피 잡지못한 상념은

아직 미명 속에 떨며

조심조심 어둠을 거둬 내곤

먼 길 찾은 길손 맞듯

문지방을 타고 넘어온 여명과 눈맞출 때

어젯밤 남몰래 불러보던 이름은

누가 가져다준 그리움인지

새벽이 돼서야 처마 끝 소낙빈줄 알았네

 

 낚시 여정

30여 년 전 송충이 한 마리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ㅇㅇ사단으로 배치를 받아

졸병의 영광된 보직에 충실할 때쯤 ㅇㅇ지구 휴양 켐프 공사를 하려고 내린천으로 파견 나갔을 때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원시적인 숲과 강변을 간직했던 그 시절 조경용 자연석을 채취하려고 내린천 어느 지류로 갔었는데 맑은 물속에서 떼 지어 노는 산천어와 이름 모를 큰 고기들을 보고 설렘과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30십 년 전의 흐린 기억을 더듬는 나의 지나가는 말을 듣고 초보 루어꾼인 조 사장님의 전격 제의로 이른 초 새벽에 강원도 인제 내린천으로 달렸다

계곡을 끼고도는 강원도 특유의 구부러진 길은 지척을 구분키 어려울 만큼 안개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엮으려는듯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산중의 새벽 공기는 상큼하다

인제 삼남면 미산리 강변에서의 새벽 루어 낚시는 초보루어꾼 조 사장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붕어낚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루어, 플라이낚시에 빠지면 그 고생길이 안 봐도 시네마 코프다

자연과 함께하는 조심스러운 캐스팅 속에 고운 자태의 산천어가 바늘 털이 하는 모습은 참으로 플라이낚시의 진수 자체다

하루만 더하고 가자는 조 사장의 간청에 못 이기는 척 일박을 하기로 하고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십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동네라 외지인을 반기는 정겨움 또한 극진하다

별미라 해서 먹어본 집에서 만든 동동주와 손두부 김치보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깊은 산중에선 온갖 버섯들이 풍부한 습기를 머금고 한참 자라고 있다며 주인아주머니의 정성 담긴 버섯전골요리도 일품이었다

어둠이 깊어갈 수 록 산 진 승들의 정 찾는 소리도 시골의 정취를 더해준다

먼동이 터오는 깊은 산중의 산새소리에도 삶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로운 장르에 흠뻑 빠진 조 사장의 입가엔 원더풀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한껏 손맛을 본 조 사장이 속초를 가잔다 여기까지 온 김에 바다 가로 가서 자연산 회나 먹고 가자고 한다 문득, 한계령 구비 진 고개가 그립고 정상에 있는 휴게소가 그리워진다

젊은 시절 한계령 정상에서 발밑 산허리에 걸려있는 구름을 보고 그 풍경에 반해 나도 꼭 휴게소 사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한계령! 태고의 신비는 없지만 그 절경은 누구라도 감명받으리라

비릿한 바다 내음이 스치는 속초는 내 평생 세 번째다

한 번은 가족들과 경포대 해수욕장을 갈려고 왔다가 정동진도 둘러보았고 또 한 번은 몇 해 전 후배와 항호지 낚시를 갔다가 들러본 적이 있고 이번이 세 번째 속초를 가 본다 허긴 나하고는 먼 인연 하나 없는 이곳에 특별히 올 일도 없었다

바밧가가 손에 잡힐 듯 고갯길에서 보는 속초는 작지만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이런 곳에 닿는 인연이라도 있으면 자주 올 수 있으련만... 역시 자연산 회는 그 쫄깃함이 양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입에서 감치는 고소함과 한잔 술과의 조화는 진정 소인삼락중 최고의 기쁨이다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속초를 떠나 귀경하던 중 강원도 평창 봉평읍 가산 이호석 생가에 들러 보기로 하였다

철 이른 메밀밭의 하얀 눈송이는 볼 수 없었지만 어쩌면 그 풍광은 파도가 칠 때 일어나는 물보라 같기도 할 것이다

주변은 상업을 위해 정비되고 진열되어 자연스러움이 덜했지만 이효석 선생의 문학을 생각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산 선생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남다른 느낌이었다

근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산자락에 향기로운 야생초들을 어우러지게 조성한 허브농원은 촉촉이 내린 이슬비로 꽃도, 푸르름도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그로 인한 자연의 넉넉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봉평 이효석 생가 근처에서 메밀국수, 메밀전까지 넉넉하게 맛보고 근처 강가로 나가 섶다리에서 강변의 정취들을 필름에 담으며

푸른 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슴 가득 품어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진부 장날이라고 해서 그곳에 들렸는데 역시 장터에 별미는 무쇠솥뚜껑에 기름 두르고 부쳐내는 메밀전이다

종잇장처럼 부쳐내는 아주머니의 솜씨는 감탄사가 절로 났다

탁배기 한 잔에 시름을 달래는 촌 노들의 정겨움도 포장지에 한 움큼 더 집어넣어 주는 넉넉함도 물건을 앞에 놓고 깎고 흥정하는 모습도 그 질펀한 장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다움의 인정 어린 정경이다

초록을 쓸어다 놓고 초록빛으로 갈아입은 산자락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차창으로 떠나보내며 돌아오는 길이 못네 아쉬웠다 

 

 


까만밤 소낙비~~~~~~~~~~~

떨어져나간 여인!

무릉님 잘 보고갑니다.
문지방을 타고 넘어온 여명 ..
은근하고 부드러운 표현이 참 좋네요
시는 워낙 문외한 이라서 예전엔 습작도 좀 했었는데
시도해본지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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