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 臥薪嘗膽 )

앞 사무실 이사. 언젠가 발 뒤꿈치를 들고 쉬를 한다는 내용을 자게방에 올린 적이 있다. 관찰한 바 이 분의 화장실 행은 액체를 기준으로 일정한 패턴이 있다. 정확히 말 한다면 나와 싸이클이 같다. 출근 후 , 점심 식사 후 ,오후 4-5시 , 그리고 퇴근 하면서 – 새해 들면서부터 보이지 않는 승부가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고 심판도 없지만 거친 인생을 살아온 사나이들의 맨 몸 승부라고나 할까? ‘누가 누가 더 길게 가지고 가느냐…’ 라는 이러한 이유로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화장실 안은 긴장감으로 늘 가슴이 터질 듯 하다. 손을 씻다가도 그 분이 입장하면 소변기 앞에서 정렬을 시작한 지 어언 보름 승부는 거의 대부분 나의 승리로 귀결 되었으며 난 다시 산뜻한 마음으로 다음 업무에 박차를 가하곤 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지난 주 천렵 출조를 다녀온 이후부터 이번 주는 계속 패배의 연속이다. 방수량을 줄여 보기도 하고 슬픈 추억을 떠올려도 보지만 나도 모르게 마지막 용트림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 분의 청산리 벽계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밥 맛도 없고 일할 의욕도 생기지 않는 나날들 그런데 어제 점심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승부가 또다시 나의 패배로 끝나갈 즈음 언뜻 본 옆 변기의 그분은…. 얼굴이 상기된 채로 내 뿜지를 않고 있지 아니한가? ‘ 이---이—이뤈 이게 머시여 –‘ 지가 무슨 대나무도 아니고 마디 마다 단락이 있었단 말인가? ‘인터벌’을 가지는 이런 암수를 …. 나는 지금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 점심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 바깥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리라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나는 퇴근 시간까지 인터벌을 가질 생각이다. 그 분은 내일 출근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변기를 잡고 있는 나의 뒤통수를-- 어제 밤부터 들이킨 점팔이 생수에 방광이 터질 듯 하지만 단 한번의 승부를 위해 지금 이 시간 나는 곰의 쓸개를 핥고 있다. 아 ! 와신상담 ( 臥薪嘗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