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 피로 어떻게 푸는냐는 질문에서 문득 몇해전 사건이 떠 오릅니다
때는 바야흐로 춘삼월
앞산에 진달래 타투어 피고 춘정에 못이긴 산새들 부지런히 짝을 찿는 시기인데
금주 아빠는 낚시 삼매경에 빠져 헤어나올줄 모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겨우내 손맛에 굶주렸다가 산란기에 이르러 줄서서 붕어들이 나와주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쪼으는 중이었죠
한 삼주 정도를 출근전 네시간 . 퇴근후 세시간 . 토요일 밤 숫가락 놓자마자 바로달려
월요일 아침에 비몽사몽 흔들리는 걸음으로 출근을 하곤 했으니
당연 피곤한건 물론이고 간장에 무리가 갔던지 병든 촌닭꼴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소 여덟시간 정도는 수면이 필요한데 기껏 하루 서너시간의 수면이었으니
당연한 결과 였겠죠
그러던 어느 주말
낚싯꾼 가장을 둔게 운명이려니 여기며 참아내기만 하던 집사람과 아이들이
마침내 폭팔 합니다
계속 그대로 뒀다간 꽃놀이 .물놀이는 물론 여름 휴가까지도
낚시에게 뺏길 판이라 급제동을 걸어온거죠
이번주 일요일은 무조건 놀이공원 갑시다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우
당신 안가면 나 혼자라도 갈거야
그런데 만약 이번주도 안가고 우리만 보내면 당신 그땐 혼자 살아야 할줄 알아
양미간에 주름 팍 세기고 눈 부릅뜨면 금방 져주는 척이라도 해주는 집사람이지만
구석에 몰린 쥐(?)에 물리지 않으려면 적당히 도망갈 구석도 터주는게 세상사는 지혜인지라
아내의 이유있는 항변에 수긍해줘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끌려간 놀이공원
아이들은 모처럼의 나들이에 신이나고
뙤약볕에 힘들어 보이는 아내는 전사가 되어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아이들 탈 놀이기구 표를사고 먹을거리를 공수하느라 분주합니다
모처럼 나들이에 해가 꼴깍 서산 턱을 넘어가도록 아내가 동분 서주 하는데에는
또 언제 놀이공원을 오게될지 기약이 없으니 속된말로 "뽕"을 빼는 겁니다
점심무렵
목에 방울달린 목줄걸고 쫄랑거리며 젊은 처자 하이힐 쫒는 애완견처럼
종일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가장은 점심쯤에 이르러선
물한모금 먹지 못하고 사막을 건너온 정도의 폐인이 돼 갑니다
눈꺼플은 내려앉고 물먹인 솜처럼 축 늘어져 어깨가 땅바닥에 닿을 지경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과 아내는 놀이기구 하나라도 더 탈려고 필사적으로
종횡무진 공원을 누비는데 반면 한걸음 떼기도 힘든 가장
해질무렵
구석에 겨우 어깨를 기대고 그늘아래 졸던 가장
함께 기구를 타주지 않으니 아내와 아이들은 가장을 내버려두고
원없이 타고 또 타다 마침내 실종된 가장을 눈치 챕니다
아.아...
"영광에서 오신 박 병팔 아빠 께서는 지금곧 방송실로 와 주십시요
가족이 애타게 가장을 찿고 있습니다 "
방송후에도 반응이 없자 아들녀석이 나서 마이크를 잡고 호소 합니다
우리 아빠는 시커멓고 많이 피곤한 얼굴입니다
손도 까맣구요
누가 이런 사람 보신적 없나요
사람을 찿습니다 우리아빠 누가 본적 없나요 아빠..
아주 실종가족 찿기 생방송을 합니다
그시각 ..
술에 취해 도로 바닥에 누워있던 노숙자 차림의 노인이
구석에 잠든 옆사람을 툭툭 발로 찹니다
어이 .. 이거뭐여 뭔데 내 구역에 굴러 들어온겨
들어왔으면 고참한테 신고를 해얄꺼 아녀 이런 개 뼉따구 같은기 ..
회전 놀이기구 담벼락 아래 신문을 깔고 누운것 까진 기억나는데
지나는 사람 뭇 시선을 받아가면서도 세상 모르고 코를 골던 피곤했던 가장
노숙자 발길에 채여 눈을 떠보니 이미 초보 노숙자가 돼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때 다시 들리는 방송멘트
... 뱅팔이 아빠 다 용서할께 돌아와줘 아직 붕어 나온께 날마다 낚시가도 뭐라 안할테니
언능 돌아와 여...보 ..
우리 아빠는 노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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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잡는 기술 절대 전수 안 받습니다 ㅋㅋ
은둔자님 식사 했는교
식사 마나게 이사님께 공짜로 얻어먹고 들어와서
신나게 웃어봅니다
대구에 있는 우방랜드 4인가족 년간회원권 끈혹 2번갔슴다..
그래서 은둔자 되셨구만유`~~~~~~~~~~~~~~축하드려유
평생 낚시 보장권 받으셨네요
(... 뱅팔이 아빠 다 용서할께 돌아와줘 아직 붕어 나온께 날마다 낚시가도 뭐라 안할테니
언능 돌아와 여...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