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행복한 여행
딸아이의 사춘기적 어느 날,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길래 조금 심하게 잔소리를 했죠.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하는말이
"아빠는 우리를 위해 해준 게 뭐 있어요.
가족끼리 놀러 한 번 간 적 있어요. 다른 얘들은…어~어~엉…"
봇물처럼 터져 나온 울음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순간,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수처럼 꽂히는 딸아이의 외침에,
애비로서의 상실감으로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는 지 모릅니다.
장사한다는 핑계로-사실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죠-
가족끼리 변변찮은 외식 한 번, 놀러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으니까요.
전에 다니는 직장 선배의 권유가 있어 장사를 정리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 새로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장사할 때는 명절외에 휴일 한 번 없이, 장사가 되던 안되던 가게 문을 열었죠.
다행히 취업한 새 직장은 여름 휴가가 있었습니다-토요일도 없고 빨간 글자도 없지만-
일요일 포함하여 4일, 얼마간의 휴가비도 주어져
애비 노릇 이제 한번 제대로해보는가 싶어 얼마나 기뻤는 지 모릅니다.
2009년, 거제도로 1박2일 예정을 하고
장거리에 혹시 나의 애마가 쓰러지지 않을 까 염려되어 카센터에 갔습니다.
(1991년 12월産 엑셀,수동,일반 핸들,94년 중고로 매입,2011년 11월 회생불능)
"사장님 장거리 가야 하는데 혹시 부품 교체 할 것 있는가 봐 주세요."
빙그시 웃으시더만
"참 오래 탔네요."하면서 시동 걸어 보고 본넷 열어보고 이 것 저 것 보더니 다시 하는 말
"아직 탈만 한대요. 타시는데 까지 타타가……부품은 굳이 교체 할 거 까지 뭐……"
사장님은 참 양심적이었습니다.
차 상태를 보니 부품 교체하기가 아까웠다는 얘기죠.
차 내부는 깨끗한 편 이었으나 외부는 설명드리기 정말 어렵네요.
쥐 색이었는데 바래지고,벗겨지고,긁히고,우그러지고……
도색 비용이 차 값 보다 비싸서 아예 포기했었죠.
아무튼 기본 점검 마치고, 스프레이 두 통 사서 보기 싫은 곳 칠하고
나름대로 준비는 하였습니다.
드디어 거제도를 향하여 go go
바깥 공기가 이리도 싱그러운 줄, 차창 밖 풍경이 그리 아름다운 줄,
마음의 안경을 바꾸면 세상은 그 안경 색깔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나도 쉬고 차도 쉴 겸 휴게소에 잠시 들렸습니다.
"너희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골라라. 아빠가 팍팍 쏠께"
사실 1~2만원이면 떡을 치지만 이번 여행에는 돈 아끼지 않고 함 써 보리라 마음 먹은
큰소리였는 지 모릅니다.
아내와 나는 커피 한 잔 하고……
주차한 곳으로 가고 있는데,
제 애마 주변에 서너 사람이 서서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발걸음이 멈추어지고……
"야, 차 정말 오래 되었네,진짜 골동품이다.
굴러 가긴 갈까…&*^^5%#2@..."
아! 나 혼자는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이골이 났는데, 한 귀로 흘려 보냈는데…..
가족들이, 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딸이,
.
.
.
출발을 하고 10여분간 차 안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아빠, 쪽 팔려 죽는 줄 알았다."
"가시나야, 그라믄 내리라. 세워 주까.차만 잘 나가믄 됬찌……"
차가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행은 쪽팔림으로 시작되었지만,
행복한, 내겐 오랫동안 잊지 못 할 아주 행복한 가족 여행이 되었습니다.
에필로오그:
딸아이와 아들에게 월척에 글을 쓴다고 공언하고 그 글도 보여 주기로 하였습니다.
"아빠, 조회 수에 연연하지 마세요."딸아이는 벌써 이만큼 컸습니다.
옆에서 듣던 마누라
"됐거든요, 뭐 자랑할 일이라고….."
압니다.나는 못난 남편이란 걸,
잘 해 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사랑 합니다."
愛馬 이야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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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또한 그러네요!공감갑니다.
힘내셔서 좋은남편,아빠가되도록 저와같이 노력하시지요~~~
많은부분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자영업 한다는 핑계로 가족여행 일요일
물놀이 한번 못가고 고2 중3 사춘기 인데 그래도 나름
잘커주고 있으니 고맙네요.
행복한 삶 되세요^^
가족 이야기하심 쥐구녕부터 찾는 일인 인지라 사랑합니다 에 조용히 묻어가요~~행복하세유^~^;;;;;;
가족모두 건강하고 웃으면서 지내면 그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행복하게 지내세요~~~~
그래도 옛날에 비돌기색 엑셀 탈때가
참 좋았습니다
그때 내차 타고 차 우습게봤던 여자들은
지금은 좀 큰 차 타는 신랑들을 만났을라나?
가슴이 찡하네요
가족이 최곱니다
님
행복하세요
돌이 켜 행복이라 느끼는 기억이 많은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 아닐까요?
한개도 갈라묵을수 있지요.
훈훈한글 잘보고 감니다
ㅇ ㅏㅈ ㅏㅇ ㅏㅈ ㅏ~~~뽀 ㅏㅇ ㅣ팅!!!!!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부족하다 여길 수 있는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님은 부자입니다..
가슴에 남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보물같은 글이 여기있었네요
소2, 94년 1월, 23만킬로, 옆문은 찌그러지고, 본네트에는 저승꽃 피었고, 와이퍼는 누가 때렸는지 빨갛게 멍들었고,,,
ㅋㅋㅋ 근데 이넘이 심장만은 엄청 강하답니다... 아직도 고속도로에서는 백오륙십은 기본입니다.
남들은 안전 때문이라도 차를 새로 구매하라고 하는데, 전 아직은 쓸만하다고 고집 부립니다.
이건 절대 돈이 없어서 못사는 것이 아니라는. ㅋ
삶에 감사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로또 한번 사보세요...
그나마 곁에잇을사람....
저는 79년부터 여름 휴가를 바닷가로 배낭 메고 애들 걸리고 버스타고 배타고해서 남해안 일대를.
낚시와 겸해서 근 10년 다녀습니다.
가끔 풍랑 주위보도 만나 멀미와 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은...
지금 생각하면 그 고생을 그때는 어떻게 했나 싶은데....
요즘도 아이들 그때 참 좋아다고 이바구 합니다.^^*
가슴이 시린 이야기입니다
못한다는걸 아는 가장처럼 현명한 가장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