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하루 종일 우울하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열어 올려놓은 글들을 읽어 보지만,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쪽지가 왔다는 메시지가 뜬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오늘이 불금인데 같이 동출을 하자는 연락하나 받질 못했다.
한때 걸려오는 전화를 다 받지도 못할 만큼 불이 나던 전화도
끊긴지 오래다.
누구하나 잘 지내느냐는 전화 한 통화 주는 사람도 없다.
내 존재가 카페 내에서 이정도 였을까?
회의가 인다.
카페 글을 읽어 보아도 늘 무리를 이뤄 삼삼오오 동출한 이야기
번팅 술자리 이야기들만 넘쳐난다.
웬지 홀로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고,
이제는 서서히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이곳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썻는데,
이곳을 발전된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내 자신을 희생해 가며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며 최선을 다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주지 않고, 혹은 묵은 감정을 드러낸다.
홀로 있는 외로움은 견딜만 한데, 잊혀져 간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x는 이제 이곳에 설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더 이상 이곳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배회하다 보면 다시 이곳에 머물고 있다.
x는 먹이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어둠속에서 사람들을 지켜본다.
어딘가 피냄새를 풍기는 상처 입은 약한 존재나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존재나
예전 자신이 한번정도 상처를 입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존재가 그의 가장 쉬운 먹잇감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날 X는 댓글을 읽다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어떤 이가 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빨을 한번 박으면 쉽게 무너질 허약한 맨살이 드러나 있다.
어슬렁 거리며 그의 최근 동향과 다른 사람들이 y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을 살펴본다.
몇몇이 그의 댓글에 살짝 스트레스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x의 눈빛은 어둠속에서 빛난다.
거친 갈기의 털은 곤두서고 흰 이빨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y의 약한 맨살에 깊이 박아 넣는다.
사이트를 다시 들어오기 위해 클릭하는 x의 손이 가볍게 떨린다.
역시 예상대로 y가 물린 이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뛰고 있다.
날뛰면 날뛸수록 더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y는 야수의 본성으로 서두르지 않고 드러난 허점들을 서서히 공략해 들어간다.
x의 삶은 밝아졌고, 행복해 졌다.
사이트에 들어올 때 마다 수십통의 쪽지가 도착해 있고,
어제는 걸려오는 전화에 전화를 미쳐 다 받지 못할 정도였다.
a,b,c,d.... 선배들의 전화가 왔다.
이곳에서 아이디만 대면 알아주는 선배님들이 줄을 지어 전화를 준다.
a 선배는 나도 젊을 때 너처럼 그렇게 살았다. 지나고나니 다 부질 없는 짓이더라
그만 해라고 했고,
b 선배는 젊을 때 나를 너무 닮은 것 같아서 너에게 충고하는 것이니
그만 하라고 했고,
c 선배는 그동안 네가 했던 일들 중에 자게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알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면 모두가 싫어하니 그만 하라고 했고,
d 선배는 내가 정의감에 넘치고 젊어서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걸 알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이렇게 말하니 그만 하라고 했다.
x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나를 말리고 있지만, 그들은 또한 모두 나를 이해하고 있고
내가 하는 행위가 완전히 그릇되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화를 해서 욕설을 퍼붓거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말고, 내 눈에 띄면 싸대기를 날려버리겠다는 선배는
한분도 없다.
그들은 나를 말리고 있지만 사실은 나를 이해하고,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동조를 하고 있다.고
x는 생각한다.
e,f,g...... 선배님들의 쪽지가 여러통 도착해 있다.
물론 악의적인 공격적 내용의 쪽지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쪽지는 선배님들의 전화와 비슷한 내용이다.
장문의 설교와 x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병행되어
작성된 글들이다. 의외의 쪽지 한통을 열어보고 x는 놀랬다.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배가 보낸 쪽지였다.
그 쪽지엔 역시 장황한 설교들이 적혀 있었지만,
젊기 때문에 그런다는 자신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글과
언제고 술 한잔 기울여 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x는 모른다.
그들의 그 전화와 쪽지가 넷이 만들어 낸 오류라는 것을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넷이 만들어 놓은 변형된 점쟎음 이라는 것을.....
먼저 너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네가 했던 일중 충분히 가치 있는 일들이 있었고,
나도 젊었을 땐 너처럼 했고,
너는 내 젊을 때를 너무 닮아서,
너를 이해하기 때문에 안타까워서 등의 말들이
넷상에서 남을 설교하는 명분이 되는 인사말 정도라는 것을
x는 모른다.
그래서 그에겐 그 모든 인사말들이 그들이 진정 자신을 이해하고
아끼고, 자신의 행동에 동조하는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처음보던 h, I, j.....들의 댓글이 보인다.
누군지 모르지만 처음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을 옹호해 주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이정도 일에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계신다.
x의 이야기가 별로 틀린 말도 아닌데 너무 일방적인 것이 아니냐.
나이 먹었다고 이렇게 공격적으로 대응을 하시면 되느냐......
x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다.
침묵하는 다수는 모두 자기편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자신을 욕하지만, 그 수는 침묵하는 다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런데 침묵하는 다수가 모두 자신의 편이었단 생각에
x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x에게는 이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
내 주장이 맞느냐 틀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수가 자신을 미워하느냐 또는 사랑하느냐 따위도 중요치 않다.
그에게 중요한건 한 가지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 공격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이곳의 사람들은 밀납인형처럼 놀이의 대상일 뿐,
하나의 인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넷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터넷 X"에 대한 대처법은 오직
이것 뿐입니다.
- 모두들 상처받지 않기
- 모두들 관심두지 않기
- 모두들 자신의 감정을 이쁘게 포장해서 표출하지 않기
"인터넷 X" - 자게방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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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미지의 X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것같습니다.
한 분 두분 정든 이곳을 떠나갑니다.
가을 하늘은 맑은데 가슴 한쪽이 아프도록 시려옵니다.
용기있는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X보다 더 인간같지 않는 년놈들이 득실 거리죠
상대안 하면 그만인것을......
진짜 똥파리같은 X놈들ᆢ상대 안하는데 지나치다보면 냄새가 역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