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 깎은 마리에 둥그런 버즘자국이 있고
윗입술까지 길게 내려온 콧물을 훌쩍이는 춘동댁네 둘째아들
동네사람 다 쳐다보는데도 제엄마 치맛단 잡고 통 사정 중입니다
엄마 죽해줘 ..죽해줘 잉 잉
지나는 사람마다 악동 춘동댁네 둘째아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차는데
아랑곳 하지않고 징징거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린시절을 도시에서 보낸사람들이라면 좀 의아한 풍경일겁니다
그러나 이 광경의 속내를 알고나면 살며시 웃고 말 일이죠
저 어릴때 시골에선 밀가루 음식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여름이면 수제비를 만들어 온식구들 들러앉아 토방에서 수제비를 먹곤 했습니다
말린 쑥대를 마당에 피워 모기를 쫒아가며 여름 내내 즐겼던게 수제비 입니다
그때의 수제비는 지금처럼 별식이 아닌 주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밥솥위에 쟁반을 넣고 막걸리에 발효시킨 반죽을 넣어 쪄낸 풀빵도
젓가락으로 가로 세로 잘라내 한입 먹던 맛이 정말 그만이었습니다
점심에 손으로 뚝뚝 떼어내 한솥 끓여낸 수제비를 먹고나면
해질무렵엔 배가 고픕니다
저녁엔 어르신들 밥상에 흰 쌀밥을 올려야 하니
춘동댁은 해도 저물기 전에 (수제비)를 다시 써 내라하는 아들의 청이
귀챦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엄마 치맛단을 붙잡고 다섯살 악동이 통 사정중 입니다
엄마 ..나 죽해줘. 나 죽해줘
죽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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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죽여줘~주겨줘로 봤다는거이...
나이값못허고 한심혀
속들나면 한참 멀엇다니께~~~~`
한때는 밀가루 음식 안 먹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반죽 잘 해서 정성으로 만든 수제비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풀때죽"이라는 거 하루 종일 해질녘까지 농사일하시다 들어오신 어머님~
배고픈 애들을 위해 어머니께서 금방 해 낼수 있는 음식이 풀때죽 이었습니다.
그래도 배 곯지 않고 살게해준 부모님!
오늘 따라 더 보고 싶습니다.
소싯적 저희 어머님께서는 늙은 호박을 엷게 써시곤...
불린쌀을 멧돌에 갈아서, 호박범벅을 해주곤 하셨었지요...
몇해 전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 생각이 너무도 간절하더군요...
집사람하고 마주앉아 이렇쿵 저렇쿵 이야기중 호박범벅 이야기를 했더만...
어제 저녁 퇴근하고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콧구멍을 파고드는 호박냄새...^^
올만에 어머님 손수 해주시던 호박범벅 맛에 취해서 두 그릇이나 비웠답니다...
아래 부의글 보고나니 유난히 어머님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