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고,
어둠이 내리는 저수지에는
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물 속의 대물들을 다 잡을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대물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헛챔질을 하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찌들이 말뚝을 박은 까닭입니다.
찌 하나에 준척과
찌 하나에 월척과
찌 하나에 4짜와
찌 하나에 5짜와
찌 하나에 대물 대물....
대물!!! 나는 찌 하나에 물고기 이름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어릴 때 잡았던 물고기의 이름과, 베스, 떡붕어, 짜장붕어 이런 이국(異國) 물고기의 이름과, 벌써 내가 잡았던 대물들의 이름과, 잡다가 놓친 대물들의 이름과, 메기, 뱀장어, 가물치, 꺽지, 쏘가리, 감성돔, 부시리 이런 물고기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대물들이 수심 깊숙이 있듯이,
대물!!!
그리고, 그대는 수초 속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찌불이 내려앉은 저수지 위에
대물 이름자를 써 보고
물결로 지워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졸고있는 말뚝 찌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저수지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차디찬 저수지 가장자리에
자랑처럼 수초가 무성할 게외다.
2003. 10.14
----윤동주님을 사랑하는 안동어뱅이가---
찌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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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 그러한지 찌불이 더욱 밝아 오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오호 이런 통제라
"찌 헤는 밤"으로......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졸고있는 말뚝찌를 슬퍼하는 까닭이라...
아하!
그래서 낚수가면 제귀엔 그렇게 풀벌레 소리가 많이도 들렸나 봅니다.
.....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바람의 뒷보습이고 싶다
.....
시인 서정윤선생님의 '소망의 시' 중 일부입니다.
조사분들께서 꼭 맘속에 새겼으면 하는 귀절입니다.
근데 이상한 건...
약발이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조루의 낌새마저 잇더라구요? 이상하죠?
중국땅에서만 듣는 건가?
아니면 한족한테만 듣는건가?
음............................
어쩌면 제 마누라빼고는 다 듣는건가?
거참...아직 한빙 남앗는데...아차차~! 실수~! 오타~!
안녕히계셔요^^*
휘리릭~!!!!!
댓글에 자신이 없으십니까?
굵게 사십시요...
초생달이나 그믐달이나 그 어디에도 나의 찌불은 보이지 않더이다.
날 차가운 밤에........
살얼음 사각거리는 밤에........
선배님의 눈망울에 기웃거리는 케미컬라이트의 미광을 봅니다. ^^*
찌헤는 밤을 위해 가르마 같은 가시밭길을 헤집고 갔더이다.
언제나 꽝이라도 498대물을 기리며 갔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