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첫월척과 이별하고)
왜 주말마다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리는지?
3한4온의 특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기후는 특히 계절이 바뀌는 봄, 가을에 한번 주말에 비가 오면 연거푸 주말마다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의 궂은 날씨를 싫어하겠지만 주말을 기다리는 월급장이 낚시인은 가슴이 아프다.
날씨가 좋아도 입질을 보기 힘든 초봄에 진눈개비가 내리고 찬바람속에 먹구름이 감돌고 있으니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방안에 앉아 바보상자만 바라보고 있을 어뱅이가 아니다.
어차피, 붕어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고 어디쯤 봄이 오는지 봄처녀 찾으러 가는길이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다면 새벽입질을 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새벽에 집을 나선다. 오늘 같은 날은 분명히 오후는 심술궂은 영등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나의 단골터는 물론 아무도 없다.
36대 외바늘 지렁이 3마리, 32대 짝바늘 떡밥 그리고 지렁이 1마리, 29대 떡밥 2가지.....
이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놓고 초대장을 보냈지만 찾아오는 붕순이가 없다.
얼마간 시간도 지나고 바람은 조용하다.
차에 가서 빌려온 릴을 하나 들고 와 지렁이를 달아 던진다.
몇해만에 릴을 펴 보는지.... 지난주에 릴에 잘 나왔다고 릴을 빌려온 어뱅이도 언제나 마음을 비울지?
릴에서는 이내 소식이 온다.
민장대는 돋아나는 새싹에 바늘이 묻이는데 릴은 윗바늘을 물고 올라온다.
8치 예쁜놈이다. 또 7치 한 마리....
그러는 중에 맞은 편에 젊은 조사가 한 사람 터를 잡고 앉는다.
얼마후 릴대가 휘청하더니 줄이 축 늘어진다.
챔질을 하고 릴링을 하니 옆으로 짼다.
발앞에 모습을 들어낸 붕순이는 대충 턱걸이는 되어보인다.
번쩍 들어내어 붕순이를 잡으니 한손으로 잡을 수 없어 두손을 잡고 바늘을 뺀다.
순간! 붕순이가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바늘하나가 손등에 찔리고 붕순이는 푸당당! 하고는 물속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수초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붕순이를 아쉬운 듯이 바라본다.
건너편에 젊은 조사도 아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올해 첫 월척!
그렇게 나의 마음과 달리 방생을 하고 또 허허! 웃고 말았다.
4짜가 되어서 만나야지.....(끝)
* 황기택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3-12 20:02)
첫 월척과 이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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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이지 주말에는 주말답게 날씨가 화창했슴 좋겠습니다...
님의 글을 오랜만에 접해보는군요~~
이웃 마실에 살면서 인사도 못드리고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였는데...
님의 조행기를 접하고 보니 더욱 죄송스럽네요....
조만간 연락드리겠으니 시간을 허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님의 글을 대하게되니 오랜 벗을 대한듯 마음 뿌듯하군요.
항상 건강하시고......즐낚하세요......一 釣 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