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다섯 번째 짬낚출조에 조그만 붕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짬낚출조를 다녀왔었지요.
아들은 늘 같은 질문으로 절 맞이합니다.
"아빠, 오늘은 어땠어요?
"응, 두 마리 잡았다."
"많이 잡으셨네요."
이미 꽝꾼으로 전락하였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 출조는 비장의 포인트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번만큼은 기필코 내가 보여주리라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강한 바람으로 부득이 포인트를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생자리 포인트, 분명 괜찮은 놈 한 마리는 올 것 같다는 직감은
또다시 꽝꾼의 바램으로만 끝나고 말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는 잔인한 4월의 끝자락…
자정 가까이, 약간씩 흩날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낚시가방과 의자를 차에 실었습니다.
명절 전과 근로자의 날은 두어 시간 일찍 마칠 수 있어
여유 있게 짬낚 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시 비장의 포인트로 들어갔으나 수중전을 해야겠기에
욕심을 버리고 발길을 돌려 물에 잠긴 육초대 주변공략에 나섰습니다.
적당한 비에 좋은 물색, 월척 만날 확률이 그만큼 커지며
입질 타이밍이 언제든 가능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대 담근 지 한 시간 가까이,
스멀스멀 솟더니 옆으로 슬그머니 쨉니다.
"옳거니!"
"피~이~이~~~잉~~~~~~!"
지나가던 바람이 낚싯줄에 걸려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짬낚출조만에 얼굴을 본 월척,
그리고 재지 않은 붕애 한 마리와 26cm,
대 걷는데 올라와 준 29.5cm, 모두 네 마리.
의기양양하게 아들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무덤덤하게 던지는 말,
"아빠, 몇 달 치 잡을 거 다 잡았네요."
"..........................................................."
아들넘과는 달리 대박이라며 맞장구쳐주는 아내
"고기는 어떻게 했어요?"
"응, 다 살려주따."
('아픈 마음과 함께 실어서 보냈다.')
"잘했어요."
아픈 마음, 이제 그만 아파하렵니다.
칠전팔기 간단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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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화장을 하고 머리도 단정하게 깎고 하고 있다네요.
그렇게 하면 찾는다면서... 에휴=3 가슴이 저미지 말입니다.
아부지.
마음이 그리 아파도 아들 앞에서는 태산이 되세요.
딸랑무, 그러니까 "달랑무 닌 빠져' 소리 듣지롱~^^
이박사님, 경하까지는…
5월은 밝고 좋은 일들만 온누리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고기 못잡는 아부지 님도 염장글을 올리시니~!!!
태산은 아니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애비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소박사님,
잡아도 자게방엔 한 번도 안올맀심더.
소박사님 맨날 꽝 기원하는 것이 안스러워서요~.ㅋ
짝짝짝
ㅎ
뎀비다간 "치킨 안묵고 싶나?" 이러면 됩니다.ㅎ
밤을걷는선비님,
아빠 앞에서 짝짜꿍 ㅋㅋ 걍 한 번 웃고 싶었습니다.⌒ ⌒
아드님..은근히 개기는것같네요.ㅋㅋ
많이컸구나,우리조카^^"
행여 4~5치 잡아서 자랑이라도 할라치면 영혼없이 고개만 끄덕입죠..
게임에 열중할 때라 건성으로 대답하더군요.
근데, 못생긴 삼촌은 둔적이 없다하지 싶은데...ㅋ
소요님,
어찌할꼬?
고기 잡아서 진짜 아주 정말로 맛있는 매운탕 한 번 끓여 줘 보세요.
아들넘이 제가 끓인 매운탕에 뿅간 후 조과를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