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까띵까 놀다 노가다성 일을 하려니 몸도 뻣뻣하고 몸 속에 흐르는 기도 막히고
암튼 컨디션이 난조다.
분명 찬물을 틀었는데 따신 물이 자꾸 나오는 현상이 겨울에는 참을만 했는데
날이 더워지니까 참기 힘들어서 관리실로 전화를 했다.
싱크대 수도꼭지가 문제란다. 몽땅 갈아야 한단다. 그리고 친절하게 철물점까지
가리켜 준다.
뭐..빨래걸이를 새걸로 바꾼다든지, 전등을 교체한다든지 이런 일들은 남자의 일이다.
하고나서 항상 와이프에게 칭찬받는 일이다.
음..수도꼭지를 통째로 바꾸고 어깨에 한번 힘줘보자 이런 심산도 있고해서
어제 철물점에 들러 수도꼭지 세트를 사고 이놈을 내가 함 멋지게 갈아봐야지 했는데
수도공사는 처음이라 일단 경비실에 전화를 했다.
'수도물을 어떻게 잠그죠?'
계량기를 쪽을 함 살펴보란다. 계량기 함을 열어보니 계량기 말고 아무것도 없다.
다시 전화하기 뭐 해서 내려가서 '계량기 쪽에 아무것도 없던데요?' 하니
경비영감님이 귀찮은 듯 관리실에 전화해 보란다.
관리실로 전화했더니 바깥에 잠그는 장치가 있는데 그건 건드리지 말고 수도꼭지
자체에 달려있는 나사를 조이고 작업을 하란다.
음..그렇게 하는 거구나.100원짜리 동전으로도 돌릴 수 있는 커다란 나사 말이지...
근데 사온 수도꼭지 세트에도 그 커다란 나사가 있다.
이건 뭐고, 저기 달려있는 나사는 뭐지 하면서 생각없이 온수쪽 나사를 조금씩
돌리다가 갑자기 펑 나사가 날라가고 그 조그만 구멍으로 엄청난 수압의
뜨거운 물이 물대포처럼 발사되고 그 짧은 순간 거실은 물바다로 초토화되고
아내의 비명, 딸아이의 비명이 거의 아비규환의 지옥을 연상케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사가 날라간 파이프 구멍을 손바닥으로 세게 누르려니 힘도 딸리고 손바닥이
뜨거워서 일단 포기하다 큼지막한 그릇으로 방패를 만들고 그 사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던 아내가 관리실로 전화하고 나랑 통화했던
관리실의 사나이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상의가 흠뻑 젖고 물난리가 난 상황은 관리실의 사나이가 오면서 일단 종료.
엄청난 수압의 물은 뿜어내기를 멈추고 관리실의 사나이는 익숙한 솜씨로
상황을 수습한다. 짧은 몽키로 내가 하려던 작업을 대신해 주고 나는 좀 멋적어서
바킹을 건넨다든지..관리실의 사나이가 서 있는 바닥의 물을 닦아내면서
'양말 다 젖겠네'하면서 빈말을 해 보는데 이미 관리실 사나이의 양말은 다 젖어
있었다.
곳곳의 물을 청소하고 수도꼭지도 갈고 전체상황이 다 원상복귀 되고나서 관리실의
사나이가 한마디 한다. '나사를 잠그라고 했지 왜 반대로 푸셨어요?'
아니 글쎄 세트에 똑같은 부품이 있어서 저것도 교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어쩌구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고 암튼 엘리베이트까지 정중히 배웅을 해드렸다.
암튼 몸이 문제면 머리도 문제다. 빨리 몸이 익숙해져야 할텐데..
그건 그렇고 속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사를 잘못 돌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충분히 설명을 해 주는게 관리실의 의무다. 내 잘못만은 아니다'
이런 말을 했더니 와이프는 거의 욕 수준의 대꾸를 한다.
잘 모르는 건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이것도 교훈이고 실수해도 어찌어찌 수습은
되니 실수를 두려워말라 이것도 교훈일 수는 있는데 암튼 컨디션이 나쁠 때는
조심하자 이게 똑바로 된 교훈인 것 같다.
컨디션이 않좋을 땐 머리도 멍청해진다.
구월산99 / / Hit : 1447 본문+댓글추천 : 0
말없이 퍽~~!!!!!
으슥 할수있는거는 해야지요.. 언제 칭찬 들어 보겠습니까
"잘 모르는건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휴ᆢ저 결혼했잖습니까?
진즉에 좀 말씀해주시지...
만시가 지탄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