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조금씩 들다보니 이제 여름과 겨울에는 낚시를 쉽니다.
더위와 모기 성화가 심한 6월이 오기전에 상반기 마지막 밤낚 출조를 지난주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사업자라 번잡한 주말을 피해 대부분 평일 출조만 합니다.
보통은 친한 지인 한분과 2인 출조를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조용히 독조를 즐기다 왔습니다.
요즈음 농번기, 모내기 시즌이 되다보니 낚시할 곳 찾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현지 분들 무더위 속에서도 큰 고생하시면서 바쁘게 일하시고 계신데
한가로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게 괜히 죄송스럽기도 하고 눈치도 보여서
이번에도 좀 외진 산속 계곡지로 출조를 다녀왔답니다.
다행히 배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제가 생각한 포인트 주변이 대부분 밭이라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기에 마음편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단 자리를 세팅하기 전에 준비해간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깨끗이 정리했고, 청정수역 계곡지다보니 물색이 너무 맑고 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밤-새벽 낚시에만 집중하기로 하고 천천히 자리 세팅을 했습니다.
일급 포인트에는 팀으로 오신 분들이 미리 자리잡고 계셨는데 다행히 제가 즐겨찾는 포인트는
외진 곳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제가 개인적으로 사람많은 곳을 싫어합니다) 마음 편히
오랜시간 걸쳐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세팅을 해나갔습니다.
오후 2시경 정도 되었을까요.. 갑자기 조용했던 제 포인트로 트럭 한대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밭일 하러 오신듯한 마을 주민 9분이 트럭에서 내리시더니 제 포인트 바로 옆
밭으로 내려오십니다. 헉... 그리고 그 땡볕 아래에서 쭈그리고 앉으셔서 밭일을 하십니다.
아... 괜히 왠지모를 죄송함이 밀려듭니다. 전부 고령의 할머니 분들이십니다..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은 자글자글... 왜소한 체구에 허리는 굽어서 제대로 못피시
는 분들이 많습니다.. 돌아가신 제 할머니, 외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시원한 음료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독조라서 별로 챙겨온게 없습니다.. 마음이 많이
불편해집니다..
그렇게 2시간여가 지나고.. 그분들을 트럭으로 모시고 왔던 밭주인 분이 트럭에 새참을
싸가지고 찾아오셨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난 후라 간단하게 시원한 막걸리와 수박을 챙겨
오셨더군요. 그리고, 할머니들을 불러모으십니다. 그늘도 아니고 땡볕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막걸리 한잔에 시원한 수박 드시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그리고 갑자기 저를 몇번 크게 부르십니다
'어이 사장님' '어이 사장님~' '거기 낚시하러 오신 사장님~~~'
제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며 '네? 저 부르셨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다들 웃으시면서
'낚시 고만하고 이리와서 막걸리나 한잔 하쇼~ 여기 수박도 한입하쇼~' 라고 하십니다.
아.. 안그래도 괜히 죄송스러운데... 그런 호의까지 베풀어주시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가 주저주저 하자 할머니 한분이 제자리까지 오시더니 제 손을 덥썩 잡습니다.
'어여 이리 오랑께요~ 어서 갑시다' 그리고 저를 거기로 끌고 가십니다... 그 손의 온기가
한낮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느껴집니다..
그분들이 따라주시는 막걸리.. 그리고 시원하고 맛있는 수박... 그냥 감동 입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제가 뭐라고... 다들 바쁘게 일하시는데 한가로이 낚시하러온
낚시꾼에 불과한데... 도움 되드린 것도 없고... 제가 뭐라고... 에휴...
할머니 한분이 물어보십니다 '고기 나오요?'
'아뇨 아직 구경 못했습니다 ^^;;' 라고 대답드리니.. '오메 내가 낚시라도 잘하믄
대신 잡아드리고 싶구만이라~ 꼭 재미보고 가쇼~' 아... 그 말씀에 가슴이 다시
뭉클뭉클 해집니다....
출조를 가면 현지 분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단지, 낚시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저런 험한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푸대접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지분들을 피해 되도록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들만 찾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호의를 받아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됩니다.
막걸리와 수박을 맛있게 먹고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말씀 전하고 포인트로 돌아왔는데,
밭주인 분이 오시더니 제가 주워놓은 쓰레기들을 한번 보시고는 저에게 안그래도 청소한번
하려고 했는데 대신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자리잡은 포인트 공략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분도 낚시를
좋아하셔서 시간나실때 한번씩 낚시대를 드리우신다고 하시더군요. 이야기를
끝마치는 시점에 잠시 기다리라면서 트럭에 가시더니 글루텐 2종류를 가지고 오시더니
저에게 이걸로 해야 큰놈이 문다고 하시면서 써보라고 하십니다. 제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글루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글루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옥수수, 지렁이, 새우 낚시만 하는 편입니다.
글루켄 2개의 조합법까지 알려주시고, 큰 붕어가 나오는 시간대도 알려주십니다.
아무래도 현지분이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정보보다 훨씬 정확하겠다는 생각에 감사하게 받았
습니다.
그분들의 호의 때문에 이미 조과가 꽝이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은 감동과 행복으로
충만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조언대로 했더니... 새벽시간에 환상같은 찌올림에 30대 후반 튼실하고
위풍당당한 붕어를 4수나 만났습니다. 저는 원래 잡으면 바로 방생하는 스타일이라
멋진 찌맛, 손맛만 보고 잡는대로 다시 방생해주었습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자꾸 나오더군요..
조과가 꽝이었어도 전혀 상관없이 행복했을 출조길이었는데, 조과까지 따라주니...
아 낚시를 하다보니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날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소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다시 그곳으로 출조하게 되면 시원한 음료수라도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아가야
겠습니다. 그분들의 미소, 웃음, 구수한 목소리, 선의, 호의...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정말 큰 감동과 행복을 함께 누릴수 있었던 감사한 출조였답니다.
옥의 티라면... 밑에 제가 글을 올린 진드기 정도가 되겠네요 ^^;;;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줍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
큰 감동과 행복을 함께 누릴수 있었던 정말 감사한 출조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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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간 보내셨네요
글 잘 일고 갑니다
낚시로 인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만남으로 행복한 날 보내셨으니 행복한 출조길이셨네요...
80대 어르신께 지팡이로 맞는 외지꾼도 봤습니다.
그 외지꾼이 논둑 허물었거든요.ㅋ
멋진 분들입니다.
풍류님의 글을 보고 더욱 조심히 하여야겠습니다.
저는 그저 피하기만했습니다. 낚시가려는 근처에 농부님들께서 농사 짖는 모습이 보이면 그냥 차를 돌려서 다른데로 갑니다.
낚시 가시는곳에 지인을 인연으로 만드세요.
잠시의행복님 글을 보니 저와 참 비슷하신 것 같네요. 출조를 하다보면 어쩔수없이 현지 분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많은 경험을 통해 잠시의행복님처럼 아무리 좋은 포인트가 있어도 현지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이 보이면 차를 돌려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이번 경우는 글에 설명드린것처럼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자리를 잡았는데
뒤늦게 현지분들이 오셨고 저는 참 많은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런 호의와 정을 받고보니
정말 많은 생각과 느낌들이 저를 감싸안더군요... 오래전에는 이런 비슷한 상황들이 많이 있었는데 긴 시간을 거쳐
어느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없어졌지요... 그래서, 결국 현지분들이 좋든 싫든 상관없이 그분들을 피해서
출조지를 정하게 되었구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습니다.
정... 그 정이라는 의미를 가슴깊이 느끼고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희망 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앞으로는 희망 을 가슴에 품고 출조길에 오를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정말 훈훈합니다~
윗 분 말씀대로 낚시꾼이 현지인들의 눈초리를 바꾸게 합니다
낚시로 인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잊지 못할 시간들이 되었겠습니다..
멋진 경험담이시네요
정겹고 훈훈한 인심에 같이 미소 지어봅니다.
정말 힐링다운 힐링을 하시고 오셨습니다..^^
어쩌다가 낚시꾼들이 민폐 주범이 되었을까요?
자기껀 자기가 챙겨가고...아니온듯 조용히~!!
정감있는 내용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