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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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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손바닥, 
그 주름살 계곡 속에서 나는 늙어가고 녹슬고 시들고 희미해져 간다. 
망각, 시간의 속성. 
영원을 약속하고 영원을 갈망하는 그대,
부정하고 싶겠지만, 영원은 없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할 단어가 아니다. 
오직 저 시간의 신, 크로노스만의 언어인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내게 망각을 주사하고 나는 무력해지지만,
나는 완전하게 시간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내 육신의 썩어감은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언제나 추억함으로써 시간의 맹점인 망각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추억은,
내게 있어서 잊지 않기 위한 슬픈 행위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치열한 반항인 것이다. 


/ 이상은 오래전에 썼던 글에서 퍼왔음.
권태나 나태도 시간의 속성임이 분명함. /

 

 

 


터닝 포인트 1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가을비 내리는 현장.
공정 체크와 작업지시를 마치고 담배를 문다.
후...
담배 연기가 사라진 허공에 소환 되는 추억.
지나간 날의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 나는 기대어 선다.


 

 



1986년의 가을을 가져오자.
서울발 진주행 고속버스와 스물여섯 살의 나를 가져오자.


창밖을 보던 나는 그 여자를 떠올린다.
이름이 은지라는 여자.
방탕과 타락의 끝에 서 있던 내게 어느 날 나타난 여자.
사랑이 유치하고 희망이 천박하다,
는 내 말에 빤히 내 눈을 바라보던 여자.
계획? 그딴 거 없어. 걍 이대로 살다 디져 버릴 거야,
라는 내 말에 말없이 웃기만 하던 여자.
나는 은지에게 껄렁하게 한 마디 뱉어주고 버스를 탔다.
ㅡ 그러니 C발, 내 눈에 자꾸 보이지 마 !


몇 년만의 고향은 변한 거 하나 없다.
촉석루 돌담길에 가을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카페 '늦은 오후' 는 늦은 오후인데도 조명이 어두웠다.
창가에 여자 하나뿐, 은밀한 분위기도 그대로다.
ㅡ 어따~ 아직 살아있네 !
턱, 엉덩이를 만지던 손길이 쓱,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다.
ㅡ 쓰글... 고마 해라~.
뒤를 돌아본다 땅콩만 한 여자가 웃고 있다.
늘 야전잠바를 입고, 늘 예쁜 여자가 곁에 머무는 여자.
세상 모든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여자.
ㅡ 땅콩, 오랜만이네.
ㅡ 니, 안 죽었더나?
ㅡ 무슨 말이고?
ㅡ 니, 자살했다고 소문이 쫙 났었다.
ㅡ 써글... 니도 믿었나?
ㅡ 당연히, 피러 답다고 생각했지.
ㅡ 써글...
창가에 앉아있는 여자의 시선을 느낀다.


땅콩은 내 오랜 여자친구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없다.
내가 첫사랑 빈이에게 따먹힌 사실을 땅콩은 안다.
땅콩이 레즈비언인 사실을 나도 안다.
희망이 없으면 경계도 없다, 는 지점에서 우리는 닮은꼴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땅콩은 카페 사장이 되었고,
카운터 뒤 골방은 내 아지트가 되었다.
땅콩은 내가 있든 없든 별 상관을 안 했다.
땅콩은 내 옆에서 예쁜 계집애들을 희롱했다.
ㅡ 피러야. 여기가 급소다. 누나 하는 거 잘 봐라.
ㅡ 피러야. 니도 함 빨아 볼래?
하악하악,
땅콩이 예쁜 계집애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엎드려 책을 읽었다.
땅콩과 나는 어떤 사건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럴 수 있겠네. 근데 그게 뭐?


이 년 전, 이제 그만 죽어야겠다는 내 말에,
늘 웃던 땅콩이 처음으로 웃지 않았다.
사흘 후, 땅콩은 내게 큣대를 선물했다.
ㅡ 이기 뭐고?
ㅡ 큣대다. 좋은 거다. 이것도 받아라.
ㅡ 이건 뭐고?
ㅡ 30만 원이다. 누나가 용돈 주는 거다.
ㅡ 지금 뭐 하는 기고?
ㅡ 이왕 죽을라모 실컷 놀다 죽어라꼬.


큣대 하나 들고 나는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었다.
차창 너머 땅콩이 가운뎃손가락을 세웠고,
나도 땅콩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답십리 황제 당구장.
나는 2년 동안 내기당구와 포커와 훌라만 했다.
계획? 그딴 거 개나 줘버리고... 아, 아니다.
계획이 있기는 있었다.
땅콩이 준 30만 원이 바닥나면 그만 죽어버리기로.
쓰글, 내 인생은 왜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가.
30만 원은 자꾸 불어나고 있었고, 나는 그만큼 자꾸 초조해졌다.
이기 아인데...
그럴 즈음 은지라는 여자애가 갑자기 나타났고, 나는 정말 짜증이 났다.
내가 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발라야 하는가.
내가 왜 머리를 감고 슬리퍼를 벗어야 하는가, 말이다.
써글 !
내가 왜 디자인 회사에 다닌다고 거짓말까지 하느냔 말이다.
이젠 오지 마라고, 고향에 내려갈 거라고,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고 통보하고 나는 서울을 떠났다.


ㅡ 그동안 뭐 했노?
ㅡ 당구만 쳤다.
ㅡ 또.
ㅡ 포커도.
ㅡ 또.
ㅡ 훌라도.
ㅡ 연애는?
ㅡ 그딴 거 귀찮다.
ㅡ 글은? 그림은?
ㅡ 안 썼고 안 그렸다.
땅콩이 불쑥 빗자루를 내민다.
ㅡ 밥 값은 해야지.
빗자루를 받으며 땅콩에게 봉투를 건낸다.
ㅡ 뭐고?
ㅡ 30만 원이 새끼쳤다. 300만 원이다.
ㅡ 돼따. 3000만 원 되면 주라.
창가에 앉아 있던 여자가 카운터로 걸어왔다.
여자가 말없이 밖으로 나가는데도 땅콩은 반응이 없다.
ㅡ 아는 사람이가?
ㅡ 아니. 한 달 전에 미리 계산하더니, 매일 온다.
ㅡ 핏기 없는 게 꼭 귀신 같다.
ㅡ 니 모르제? 저런 여자가 맛있다.
ㅡ 쓰글...


촉석루에 밤이 왔다.
골방에서는 땅콩이 예쁜 여자를 희롱하고,
나는 흐물흐물한 해파리가 되어 유리창에 뺨을 대고 창밖을 본다.
가로등 불빛이 이슬비처럼 내리고 있다.
너무 피곤해...
모든 게...
은지...
쓰글 ! 이 여자는 왜 자꾸...


딸랑 !


고개를 돌리니, 아까 나갔던 하얀 여자가 서 있다.
하얀 여자가 검은 봉지를 들어 보이며 하얗게 웃는다.
ㅡ 괜찮다면, 술 한잔할래?
쓰글... 반말?
ㅡ 왜 말을 까고...
ㅡ 같이 한잔하자, 피러.
쓰글... 내 이름은 어찌...
ㅡ 우리, 구면입니까?
ㅡ 정말 기억 안 나나 봐? 같이 한잔하면 가르쳐 주지.
ㅡ 까짓, 합시다 뭐.

 

 

/ 글이 길어졌습니다.

호흪 한 번 멈추고, 내일 나머지 올립시다. /

 



가을 탑니꺼?
이맘때만 되면
이카시네~~~^.^
집에 후딱 들어가입쇼@@
뭐지!
빠져드는 느낌은?
숨쉬지 마시고 빨리 올려주세요!
어차피 세월가면 숨쉬지않고 쉴수있으니까요^^
역쉬~~
얼척 최고의 작가십니다~~
아니 .. 이 우주의 어느 작가보다 더
훌륭하십니다 ~~
이렇게 숨 막히는 전개는
본적도 읽어 본적도 없습니다
근대 내일 까지 기다려야 하는겁니까?
아~ 얼릉 자고 싶다~~ ㅎㅎ
난봉 피러 얼쉰.

남들은 횟집에서 선수가 재단한 회가 맛있다지만,저는 조금은 무딘 칼로 탐스럽게 썰어낸 낚시꾼표 회가 더 맛스럽게 느껴지더란 말씀입지요.
뒷 이야기

기대합니다.

내일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기다립니다.
다음편에 베드씬도 나옵니까? 꿀꺽~!
아니
토끼티 횽아인줄 알았더니 86년에 스물여섯이였으믄 소띠 할배자나요?
아 소가 너머갔네. 소가 너머갔어...ㅡ.,ㅡ
읽다보니 장문아닌 장문의 글에 빠져드는군요
뒷얘기는 낼인가요?
펜을 들어야 했는데,

글이 아주 그냥 막 촥촥 감기는것이..

판타지 소설을 읽는듯..^^

혹시

피터팬도 피러고문님이 쓰신건가요??
얼굴만 받쳐 줬어도----
추천합니다..
제1회 월척문학상 예비후보로..
근디 노지사랑님 지적처럼 토깽이가 어찌 86에 26? 24이 아니고요?
월척도 연예계라고 나이를 마이갈이 하셨나보네요..ㅎㅎ
나이 먹어 보이소.
안 헛갈리나... ㅜ.ㅠ"

그나저나,
볼빨간 분 !
자꾸 갱년기 증상을 여기다가..
2부 빨리 올려주세요 ..^^
장문의 글은 안 읽으랍니다.
노안 때문에 눈물만 질질

금연이나 하이소.
굴루텐에 입질없는데
비법쫌 갈챠주입쇼~^.^
무협지 읽을때 보다
2부가 더 기다려 집니다.
'터닝포인트'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ㅎ
2부 가다려 지는데욥~~~ㅋㅋ
피러님만보믄 자라생각이 물씬 나는데다가 갱년기가 도져요
갱년기를 여기서 푸시믄 어쩝니까ᆢ?

2부가 기대되네요 ^^

아참 꼬부기는요ᆢ?
나누지 말고 한방에 갑시다~~~^^
웅크렸던 감성이 '꼼틀' 고개를 내밉니다.
가을에는 편지를 쓰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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