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 아기 편지보고 옛 생각이 나서 몇자 적습니다.
제 둘째 아들 녀석이 유년기 때 유독 편식이 심했는데
희안하게도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붕어매운탕만 있으면
밥을 두 공기씩 먹었습니다.
얼음이 꽁꽁 언 한겨울 휴일에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둘째 녀석이 저보고
"아빠 오늘 뭐하세요"라고 묻습니다.
마침 딱히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응 뭐 특별한 일 없다" 그랬더니
"그럼 붕어나 좀 잡아오세요"라고 합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어쩔수 없이 가는 척하면서
마눌님한테는
"아 오늘 너무 피곤해서 좀 쉬고 싶은데 아들이 붕어 먹고싶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이 엄동설한에 얼음낚시 간다"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가까운 강화도 수로에 가서 붕어 몇마리 낚아다
한 남비 끓여줬더니 아주 맛있게 또 밥 두공기를 해치웠습니다.
집사람이 엄청 뭐든지 잘 먹고 체격도 우람한 큰아들에 비해
체격도 여리고 입맛도 까다로운 둘째를 안타까워 했는데
이녀석이 붕어를 무지 잘먹는 덕분에 한동안 출조길이 수월했습니다.
할일 없으면 붕어나 좀 잡아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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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으시면, 붕어나 좀 잡아... ^^;
지난달 군대 제대했고
키 181cm에 체격도 아주 다부진 헌헌장부로 자랐습니다.
거기엔 붕어들의 희생도 상당히 기여한 듯 합니다....^^
옛날에 마이 듣던 말인데.......... 쩝
아들이 최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