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은 역시

머리로 하는 게 제맛입니다. 보름 뒷날인 앞번 금욜 떵어리가 많이 나오는 수로로 원정낚시를 갔겠죠. 갑장친구, 저, 후배님 이렇게 셋이서. 달이 밝아 새벽 4시부터나 꼬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공기중에 황사와 먹구름이 뒤엉켜 밤 10시부터 달이 사사삭 얍삽하게 숨더군요. 바로 옆 친구자리에서 철푸덕철푸덕 하길래, 가봤더니 35cm급 떡붕어를... 친구에게 떡이네 했더니 붕어를 잡아 바로 던지듯이 연안 가까이 물로 풍덩. 12시가 조금 넘어 소주 일발씩 장전을 하고 잘 사람은 자고 낚시할 사람은 낚시를 하는데, 의자에서 자다가 깨다가 졸다가 찌 보다가 해도 입질이 없더군요. 친구가 깨워달라던 새벽 3시 30분. 4시부터나 꼬기가 나올 것 같아 부러 3시 50분 쯤 깨워줬는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은 대략 눈치를 챘었더랬습니다. 줄풀 새순이 곱게 핀 닭발고랑에 찌를 세운 친구는 땡(글루텐) 미끼로 루길이도 잡고 살치도 잡고 똑붕어도 잡고 마침내 새벽엔 9치도 한마리, 36cm급도 한마리 꺼내더군요. 그 친구 한 다리 건너 우측편 후배는 줄풀 새순이 몇 개 듬성이던 곳에서 턱걸이를 낚았다길래, 친구랑 둘이 마실 겸 가봤는데 29cm 정도나 밖에 안 되길래, 제가 '웃기시네' 허믄서 던지다 시피 연안 가까이 물에 바로 놓아줬습니다. 결론적으로다가 저만 오리지널 헤딩이었지요. 세팅 중에 어떤 님이 제 자리로 오시더니 2주 전엔가 제가 앉은 자리에서만 대박이 났다나 하면서 기대감만 부풀리더니 헤딩을... ㅜ 아침에 그 양반 다시 와서는 제가 헤딩을 했다니까 고소한 표정으로 자긴 다른 데로 가서 낚시를 해야겠다며 친절하게 약을 올려주셨구요. ㅡ,.ㅡ; 친구는 저부력 찌에 바늘까지 케미까지 다 달고, 한 목 반을 내놓고 현장에서 찌맞춤하고, 바늘은 향어바늘 9호 정도를, 후배는 올킬인가 올렌가 하는 투 봉돌 채비를 쓰면서 벵에 바늘 6혼가를, 저요? 저야 뭐 6~8호 퐁당 채비에 감싱이 백침 5호를 고수하지 말입니다. 간만에 컨디션이 좋아 한 시간 조금 넘게 졸다가, 날을 꼬박 지새면서 낚시를 했었는데 게절바람 선배님께옵서 만들어주신 5짜 계측자와 사진기까지 가져갔었는데 나오는 시간대까지 정확하게 예측을 하고 미끼도 올 땡으로 4.8칸 뗏장을 넘겨 줄풀 빈 공간에까지 쓩~ 쏙쏙 잘도 넣었었는데... 이것저것 저것이것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대로만 착착 진행됐지 결론은 헤딩을 못 면했군요. 역시 헤딩은 머리로 해야 제맛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