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생각은 마리 수와 크기를 동시에 상상하고 있었는데 달랑 두 마리만 보고는 실망하는 눈치였다.
남자는 수염이 있으면 잉어이고 없으면 붕어라고 부연 설명을 하고, 30㎝가 넘는 붕어는 월척이라는 수식어가 첨가된다고 하며, 10년 넘게 낚시를 해도 쉽게 못 만나는게 월척이라고 강조를 했다.
잉어의 수염 이야기를 듣고 한 달 정도 면도를 하지 않은 원숭이 형상의 내 수염을 여자가 힐끗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남자가 수면을 바라보면서 쥐고 있는 캔의 돌출된 손잡이 부분이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 앞 공간 사이에 낚싯줄을 엉키게 하여 괘심죄에 걸려 자유를 박탈당한 잉어란 놈이 수면 위로 5∼6m 앞에서 지느러미를 흔들며 나타났다.
여자는 낚아서 묶어 놓은 고기인 걸 모르고,
"야! 진짜 큰 고기가 앞에 떠다닌다."
하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남자는 묶어 놓은 말뚝을 가르치며 잡아 놓은 고기라고 설명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저수지 아랫동네가 여자의 친정이었고 남자는 처가에 왔다가 저수지까지 올라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초라한 몰골을 보고는 남자는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인이고 멋진 생활이라며, 낯간지러운 찬사를 보내 왔다.
난 그저 나사 풀린 멍청한 표정에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잉어가 묶여 있는 말뚝 앞에 앉아 있던 여자가 일어나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 같으면서도 애써 자제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잉어를 가르치며 남자와 무슨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운동화로 흙을 문질러 발자국 표시를 내면서 어렵게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떼고 있었다.
"선생님! 어려운 부탁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여자의 의사표현을 남자를 통해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예, 무슨 부탁을요?"
얼굴 가득 홍조를 띠고 겸연쩍어 하면서
"저어, 다른 게 아니고 잉어를 좀 팔 수 없겠습니까? 아내가 장인어른 약에 써보고 싶다고......"
낚시터에서 당해 보는 황당한 매매 요구에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고
"예? 고기를 팔 수는 없고, 약에 쓴다면 드릴 테니 가지고 가세요."
여자도 얼굴에 홍조를 띠며 겸연쩍어 하고 있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르신 약에 사용하시겠다면 가지고 가세요."
일어나 언덕 위의 텐트 속에 들어가서 검은 비닐 주머니를 두 겹으로 만들어 내려왔다.
분탕질한 괘심죄로 인해 자유를 구속당한 잉어를 당겨내니 여자가 끈을 모두 자르고 넣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니퍼로 끈을 자르고 뛰어오르는 잉어를 봉지에 넣어 묶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가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 열더니 수표 한 장을 내밀었다.
깜짝 놀라 두 손을 저으며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돈을 드려야 약이 된데요. 받아주세요."
여자가 운을 떼자 남자도 푸덕거리는 봉지를 들고
"약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정중하게 부탁을 해왔다.
금액이 너무 많다고 하니, 기어코 내 조끼 주머니에 수표를 밀어 넣었다.
여자의 약값과 커피값이라는 억지 강요에 의해 본의가 아닌 타의로 잉어장수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을 했다.
"선생님! 언제까지 낚시를 할 예정입니까?"
"글쎄요.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닙니다."
갑갑해서 요동치는 잉어를 들고 남자와 여자는 언덕 위로 오르면서 건강하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저수지를 돌아 후미진 골을 따라 두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다시 담배를 꺼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산딸기나무 가지 너머로 두 사람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회귀하는 미늘(잉어를 파실수 있겠어요?)3
-
- Hit : 6040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