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벌초를 했습니다.
양파망을 머리에 쓰고 한 손엔 에프킬*를, 다른 한 손엔 바퀴벌레 약을 쥐고 묘소를 한 바퀴 돌았더랬습니다.
다행하게 6봉 모두 벌이 없었습니다.
오전에 3기, 오후에 3기 나눠서 했습니다.
적막한 산속에서 홀로 봐앙 방 부아아앙 촤라라락 벌초를 했더랬습니다.
워낙에 실력이 좋아 묘소 2기 작은 평 수는 20분 이내에 정리해버립니다.
그렇다고 슬렁슬렁하는 것 아닙니다.
지면에서 자(尺)를 대 1~2mm 남기고 날렵하게 잘라줍니다. ^.^V
벌초를 마치고 도로를 달려 내려오는 길에 뱜이 하나 지나가길래, 은근 독사나 능사(능구렁이)이길 기대했었는데 가냘픈 유혈목이라 실망이 컸습니다.
남들은 벌초를 다니며 적게는 부부가, 많게는 10여 명도 어울려 다니고 참도 맛있게 드시고 하는 모습이 마니 부러웠습니다.
혼자 벌초를 하고 다닌지 15년 세월인데, 발복(조상의 은복)은 커녕. 집안에서 저만 아픕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년부터는 뚜디리 맞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벌초를 하지 말까 봅니다. ㅜ
p.s
아버지!
벌초 좀 해달라고 하는 집이 많은데요.
제가 거절하는 곳은 길이 너무 험하고 돈도 터무니 없이 적게 주는 곳이니 제발 해내시지도 못할 벌초는 가셔서 일만 어지럽히시고 그러시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아버지께서 대충 해놓으신 그곳엘 가서 깨끗하게 정리하느라 아들 죽는줄 알았습니다. 눼??? ㅜ,.ㅡ
휴일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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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에 시원한 켄 항개 따십시요. 그럴자격 충분히 있으십니다
그리고, 술은 거의 끊다시피 해서요. ^^;
그래도 조운붕어님 밖에 없네요. ㅎ
수고 하셨고 비얌 보다 비아그라를 추천해 드립니다 ㅎㅎ
벌초란게, 하는 사람만 계속 한다는... 슬픈현실 ㅠㅠ
한양산다는 핑계로 다가....ㅠ
나도 광주 공화국에서 고창까지 가는데..
못오며는 회식비라도 쏴 주든지...
아묺튼 벌초 할떄마다 기분 별로임 ㅠ
그나 이박사님은 3대가 복받을 꺼라 믿음 ㅎ
혼자 벌초를 하고 다닌지 15년 세월인데, 발복(조상의 은복)은 커녕. 집안에서 저만 아픕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년부터는 뚜디리 맞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벌초를 하지 말까 봅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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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안되는데.....^^;
이박사님 글 진짜 재미있게 쓰시네요
혼자 배꼽잡고 한참을 웃었네요^^
조상님 정성으로 모시면 발복(조상의 은복)은 반드시 옵니다
더 크게 많이 주실려고 더디 오시는거니까 딴 맘( ? ^^;)먹지 마세요
글구,,,,,
아버님은 왜 그러신데요
아 ....진짜.... 이박사님 힘드시게.......^^:
아 진짜, 왜 그러실까?
벌초 15년동안 열심히 다니셨으니까 발복이 곧 되실거라 믿습니다
조상님 공경하는 맘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다
잘되시더이다
내 대에서 이어서 자식대에서 발복할수도 있
구요
월척에서 호남 고수시죠?
덕택으로 좋은 공부하고 있습니다. ^^*
살다보니 벌초에도 계급이 있는 듯해 저도 씁쓸하답니다.
좋은 절기 굵은 손맛 만끽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두개의달 선배님/
항상 제 글을 명확히 짚으시는 두달 어르... 아니, 두달 선배님. ^^;
제 글은 대부분 웃음코드가 맞습니다.
진지함 속에 배시시 숨어있는 웃음을 늘 기가 막히게 찾으시는 두달 선배님.
한 가지 청이 있는데요.
집으로 좀 오셔서 울 아부지 쫌 말려주세요 눼??? ㅡ,.ㅡ;
피러 얼쉰도 집으로 좀 오셔서 울아부지 쫌 말려주세요 눼??? ㅡ,.ㅡ;
항상 뒷 감당과 정리와 정돈은 오마니와 제 몫이겠죠.
오늘도 그래요.
제가 분명 거절했던 그곳 벌초 묘 세 봉(3기)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젊은 제가 해도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쉼없이 2시간 작업해야 마무리가 될 정도로 풀이 억세고 가슴까지 차오르고 덩굴도 많아 벅차고 힘든 곳입니다.
그나마 도로는 가까워 차 세워두기도 수월하고 하는 잇점은 있습니다만, 그 고생을 하고 푼돈을 쥐어주는 묘 주인을 상대하면 정말 확 마 부웅 날라... ㅡ,.ㅡ;
그곳을 제가 거절했더니, 낼 모레면 팔순이신 아버님이 예초기를 메고 들어가셨다가 작업만 흐트려놓고 건강도 안 좋으신 분이 머리가 띵해지시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셨더랬지요.
생각 같아서는 발을 빼고(절대 그곳 벌초를 하지 않고 모른체 함) 싶었습니다만, 시골살이가 어디 그렇습니까.
해서 5시에 출발해서 6시 30분까지 물 한 모금 안 먹고 잘 마무리 짓고 왔습지요.
제가 거절을 했다면, 응당 무슨 타당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아버지께서도 거절을 하셔야 하는데, 아들이 벌초를 못하겠노라 하니 연세도 많으신 아버지께서 예초기를 메고 당신이 벌초를 해보시겠다고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일까요.
오늘은 참 답답하고 긴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술을 잘 마실 때 같았으면 오늘 같은 날은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셨을 테지요.
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썼습니다만, 울 아버지 기인열전 제목으로 책 한 권 내셔도 되실 분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믿음은 별로 안 가네요. ^^
제가 딴 생각을 먹을 만큼 아파지는 경우도 부지기 수라서요.
요새 좀 컨디션이 그나마 좋은 편이기는 합니다.
지금 몸 상태만 유지되도 조상님의 은복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
이박사님 좀 챙겨주시고~ 보살펴주시지~
이박사님이 조상님께 섭섭합니다~ 주장하신다면~ 정당한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상님 죄송합니다~ 하실 성품을 가지신 분이,,, 이박사님이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농반진반 같은 하소연에,,,
건강하고픈~ 간절한 이박사님의 소망이 보이는 듯하여~ 남자로서, 짜안 합니다~
건강하시게 될겁니다~
조상님~ 부탁드리오니, 보살펴 주십시요~ 꾸벅~
그리해야 맴이 편하신거 아녀라??
못난 자식늠들이 벌초를 해달고 많이 하지예**
글쿠는 명절에 내려와 보지도 않구~~~~망할늠들~~**
갑장님 고생이 많으시네예~~
아버님이 그래도 고향분 안쓰런 마음에 벌초를 시작하셨나봅니다.
힘드셨을 텐데
이박사님 힘들게 하실려 그러셨겠읍니까
오작동으로 손가락 세 개를 날릴 뻔한 분도 실존하시고, 튀어올라온 뭔가에 실명하신 분, 미끄러지면서 다리쪽에 손상을 입으셨던 분..
도로 근처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돌멩이가 날아가 지나가던 차 유리에 부딪쳐 수십만 원 물어주신 분도 계시고요.
작업할 땐 유난히 민감해지는 성격이라 벌초를 오래하다보니 어느 곳에 땅벌이나 장수말벌이 사는지도 또 어떤 장소에 독사가 자주 출몰하게 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어제 제가 벌초를 거부했던 곳은 예전에 제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푼돈을 쥐어준 묘주인도 문제였었지만,
독사와 장수말벌의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야산 인근에 묘소가 위치하지만 산이 돌산이라 호박 크기 돌덩이나 수백kg~ 수 톤이 나가는 바위가 많은 곳엔 독사가 많습니다.
벌초하다 목격하면 이걸 죽여야할지 그냥 살려둬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죽여야 하는 이유는 그런 곳에 꼭 밭이 있어 맨발로 밭일을 하시는 할머님들이 많으시다는 걱정과 성묘객이 혹여 밟아 물리지나 않을까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묘소에서 만나는 동물에겐 절대 해를 가해선 안된다는 선배님들의 가르침이 있기에 늘 갈등입지요.
어찌 됐건 시골에선 독사에 물려 고생하시는 분들이 매년 꼭 발생해서 서로서로를 위해주는 씀씀이로 독사를 죽이는 일이 잦습니다.
죽이면서도 마음은 늘 편치 않지요.
장수말벌은 땅을 파고 집을 짓습니다.
주로 묘에 집을 짓는 일이 많고요.
산 중턱에 집을 짓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나 어른 몸통 크기 참나무가 많은 곳은 조심해야 합니다.
참나무 수액을 좋아하는 장수말벌 특성상 굵은 참나무가 있는 묘소도 꺼리는 편입니다.
근처 참나무를 배회하던 장수말벌이 예초기 엔진소리에 격분해 벌초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곳 벌초를 거절했던 이유가 되겠네요.
독사를 만나면 죽여야 하니까, 장수말벌을 만나 쏘여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기에...
그런 곳을 아버님이 아무 생각도 없이 벌초를 가셨으니 제 마음이 편할리는 없겠지요. ^^:
참 고맙습니다.
어찌 하다 보니 집안 젊은 사람 (65세 이하) 들 중엔
제가 대장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참석도 잘하지 않고 집안 일에 참견만 하는 몇몇 친척이 얄미워
합의하에 벌금을 화-악 올려 버렸습니다.
그러고나니 참석율이 엄청 높아지더만요.
개구장이(?) 아버님의 만수무강을 기원 드립니다.^^
아침 출근후
어제 마신 숙취도 제거할겸
예초기를 메고 근무지주위를
촤라라락~~~~~~~~~~~~~했씀더.
4cycle 휘발류만 넣는 예초기이며..
또한 날이 아닌 끈으로 돌리기에
위험성이 떨어지지요.
뤼박사님!!!
요즘 수고가 데끼리 많으씸미도.
화이팅!!!!!하십시요.
지금은 고달파도 덕을쌓다다보면 본인이 혜택을 못보면 후세에
덕을 봅니다 아버지께 감사드리세요 저는 그런 아버지도 안계십니다...
건강 좋아집니다 확신을 가지세요....
댓글을 못 드립니뎌. 죄송요. ^^;
원문을 다시 한 번 읽어 봅니다.
차마 벌초를 거절하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못 내 걱정스러운 아들 ...
가까이서 보는 듯 장면 장면이 그려집니다.
새 컴퓨터로 '발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