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제가 사는 이곳엔, 일하기 딱 좋은 날씨였어요.
그래, 논둑 풀이나 좀 베자
예초기를 메고
봉두난발 저 논둑의 풀들을 고마 확 마!
부아아앙
예리한 예초기 날에
촤라라락
풀들의 모가지와 내장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가고
서두르고 부지런을 떤 덕에
어느덧 논둑 끄트머리
그 끄트머리에
언제 새로 들어온지 알 수 없던
뽕나무 가지가 몇 개 보였습니다
또 이 식히는 뭐꼬? 이라믄서
부아아앙
우당탕탕
잘라버렸지욤
일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둑을 오르는데
갑자기 걸음이 멈춰져
20년 전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길가 논 옆에 뽕나무 굵은 게 있었는데
그 뽕나무 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모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며
아버지께선 절더러 낫을 들고 가서 뽕나무 가지를 좀 쳐라 하셨죠
한여름 뙈약볕 아래서
조선낫을 들고
부러 망나니 처럼 춤을 추며
뽕나무 가지를 치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님이
갓난아이를 업은 형수와 함께 오토바이를 멈추더군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귀한 뽕나무를 왜 쳐내냐
형님이 묻길래
제가 대답을 한다고 한 것이 글쎄
"이깟 뽕나무가 빵을 줍니까, 젖을 줍니까?" 였습니다.
젠장...
그래도 나 무식은 좀 면한 늠이요 하믄서
배운티 쫌 내볼려고
빵을 줍니까 우유를 줍니까
요래요래 대답한다고 한 것이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계신 그 형수님은 분명
하루에도 열번 정도는
그 아이에게 젖을 물리셨을 텐데
거기에 대고 "젖을 줍니까?" 라니...
30초 정도
목을 짓눌렀던 무거운 그 침묵
아이고
내가 이대로 콱 죽고 말 테다.. ㅡ,.ㅡ;
흐린 기억, 말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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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짜..왜 그러셨쩌염
송사리를 붕어가 잡아먹고 그 붕어를 상어가 잡아먹는 그 구충제선전을 아버지앞에서 배깔고 티브보다가
콘돔이라고 소리친 기억이 납니다.
엄청 당황 황당했던 기억이 ㅋㅋㅋ
확 마 붕 날라! ㅡ;:ㅡ"
지금 그 이야기 하고 계실겁니다
강진마당쇠님
힘내시라요
말실수란걸 아셨을낌미더~~~^o^
적으로 삼은 한마디였습니당
이박사님 없으면 누가 저의 야관문주를 담궈줍니까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감동도 엄꼬 재미도 엄꼬...
분발하세효.ㅡ,.ㅡ;
두개의달 선배님/
제가 쫌... 우헤헤헤 ^,.^;
피러 얼쉰/
저한테 왜 이르세효. ㅡ,.ㅡ;
아참! 이게 아니고...
낚시산문집이나 하나 내실까요?
제목이야 뭐..
1.3초 얼쉰의 낚시
2.대두무문과 그 일당들
3.신바람 이박사
아무거나 좋겠습니다만...ㅋㅋㅋ
랩 아재/
아재께옵서 그 형수 표정을 보셨어야해효.
변태보듯 하시더라는... ㅜ.ㅡ
달구지 선배님/
그 선배는 '뭐래냐?' 이런 표정을 짓고는 그냥 수고해라 하고는 떠나셨고요. ^^;
첫월님/
야관문 군락지 그곳은 면사무소에서 불을 싸지른 것 같다는 동네분들 얘기를 들었습니다.
야관문이 몇 가닥 보이는게, 새로 조금씩 나는 것도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