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으로 사노라면 언젠가는 자신이 사로잡히는 아늑한 곳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마음 편하게 청사초롱에 호롱불 밝힐 수 있는 행복한 곳이지요.^^
석양(夕陽)에 물든 서편 하늘은 불타오르는 듯 불그레한 노을빛으로 장관(壯觀)을 이룹니다.
그 장중함에 압도되어 감탄하다가 결국엔 장탄식을 하고 숙연(肅然)해지고 말았던 심사(心事)는,
곱게 빗어진 그날의 황혼도, 그것을 마지막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이 세상 어느 존재를 위한
연민(憐憫)에서 대자연이 베푸는 사랑이라고 여겨져, 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돌아가고 싶다!’ 못 잊어서 왔는데도, 황혼을 보면 바보처럼 그렇게 심경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제는 그 까닭을 알만도 한데, 여전히 그것을 ‘노스탤지어’ ‘향수’(鄕愁)라고 이르는 것은 압니다.
어딘지 모를 떠나온 곳을 은연중에 그리워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꾼의 숙명(宿命)인가 싶습니다.
귓가를 스치던 바람소리마저 끊어진 정적에, 문득 바라보면 살랑거리던 수면도 잠자듯이
잔잔해지고, 이제는 귀를 쫑긋거려보아도 작은 산새들의 귀여운 재잘거림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황혼에 잇따른 잿빛 땅거미가 서서히 잦아들 무렵에 꾼들은 밤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요즘에는 쉽게 케미를 꺾지만, 당시엔 누구나 우선 할 일이 간드레를 켜는 일이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따스했던 낚시터의 정서(情緖)를 못 잊는 노장꾼들을 위해 누가 간드레전용(ㅋ)
낚시터를 만들지도 모르오니 이참에 제가 그것의 사용에 대해서 소상하게 기술해보겠습니다.^^
냄새가 다소 자극적인 아스틸렌 가스는 연소되면 그만이니까, 부산물로 남게 되는 생석회만 따로
모아서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면 수질오염에 관해서 꾼이 예전처럼 눈총 맞을 일은 없겠지요.
몇 가지 주의할 사항만 기억하면 되는 간드레의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웠습니다.
카바이드가 물과 반응하고 나면 푸석해지면서 부산물의 부피가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남으로 용기에
그득 차게 되면 가스의 배출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용기용량의 절반 이하로 덩어리를
넣어야한다는 점과, 황동으로 만들어진 노즐의 가스 분출구는 그 깊이가 매우 얕아서 삐삐선이라
할지라도 과도한 사용은 구경을 넓히고 방향마저 멋대로 흩뜨린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꾼들은 단지 등불을 원했지, 거대한 붉은 불꽃의 화염방사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외는 일반적인 상식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항들뿐입니다.
물이 없으면 반응을 멈추니까 적절하게 물을 공급해주는 센스가 요구되고,
부글거리며 끓어대는 과도한 반응을 막기 위해서는 심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시면 됩니다.
또 카바이드는 물과 반응 후 푸석거리는 분말과정을 거쳐서 젖은 채 시간이 지나면 겔이 되었다가
그대로 방치하면 마치 시멘트처럼 철판에 견고하게 붙어버린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연한 회색에 가까운 카바이드 덩어리는 차돌처럼 단단해서 그것을 잘게 부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연고로 낚시점에서는 간드레용으로 하루 밤의 낚시를 할 수 있는 용량을 기준으로 소포장
판매를 했었는데, 계절에 따른 밤의 길이도 다르고 또 엉성한 포장으로 인해 대기 중의 습기와도
쉽게 반응해버려서 현장에서 사용하려고보면 그것의 절대량이 대부분 부족하기 마련이었습니다.
카바이드는 저렴했지만 넉넉하게 지니고 싶어도 돌처럼 무겁다는 점이 항상 걸림돌이었습니다.
낚싯대를 비롯한 낚시도구는 하나씩 들어보면 그것들에 깃든 정 때문에라도 가볍습니다만,
그것들을 쓸어 담아 그득해진 가방은 들쳐 메기도 전에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더구나 버스를 이용해야만했던 간드레 시절에 카바이드 봉지는 참으로 원수 같았습니다.ㅎ
‘카바이드 좀 여유 있으세요?’ ‘없는데요.’ 누구나 최소한의 양만을 지참하려고 했기 때문에
설치다가 잊고 왔거나, 부족했을 경우 애타게 발품을 팔았어도 그것만은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럴 경우에 6V용 랜턴은 필요이상으로 밝았지만 그런대로 간드레의 대역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붕어가 놀랐을까요? 천만에요,ㅋ 단지 맞은편의 애꿎은 낚시꾼만 살짝 놀랐답니다.
그리고는, 그가 눈이 부시다면서 ‘불 좀 숙여주세요!’ 라는 손쉬운 요청만을 했을 뿐입니다.^^
간드레의 불꽃은 일반플래시의 전구와는 달리 선광원에 가깝게 길었기 때문인지, 빛이 일단
반사경에 의해 반사되면 전면을 거의 균일한 밝기로 골고루 비출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간드레를 지면에 놓지 않고 눈높이에서 조사(照射)시키면 찌의 관찰이 훨씬 더 용이했었는데,
그것은 반사경이 있는 요즈음의 조명기구에도 참고가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기 때문에 카바이드 간드레는 이제 골동품에 속해야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대체할 신개념의 편리한 간드레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가볍고 전류의 소모가 적은 LED전구를 이용해서 빛을 멀리 보내지 않고, 꾼의 전면만 널따랗게,
찌의 변화만 알아볼 수 있는 알맞은 밝기로 확산시켜줄 이상적인 조명기구가 기다려집니다.
웃는지, 우는지 또는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숨죽인 꾼들은 궁금해도 제가 꾹 참아야겠지만,
불을 밝힌 꾼이 보인다면, 그의 얼굴이 보이니까 저는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가서는 그에게 ‘미남이시네요(You are so handsome)’ㅎ, 우선 그렇게 운을 뗀 후
그가 활짝 웃으면, 내친김에 그의 살림망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도란거리는 대화나 알맞게 밝혀진 물가는 붕어들에겐 오히려 호기심의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붕어의 눈을 자세히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천진난만한 순둥인가를 그래서 알게 되셨으면,
어둠속에 숨으려들지 마시고,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십시오.^^*
간드레--(2)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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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맛나게 잘쓰시네요.간드레를 사용해보지 못한 세대입니다.
그래도 님을 위해 뒤켠에 렌턴하나는 비춰놓겠습니다.
연배차이가 있겠지만 물가에서 한번쯤 뵙고싶네요.
카바이트 추억중 어릴적 삼촌이 자전거포 를 운영 하시다보니 카바이트가 있어서 사촌동생하고 땅에다 묻고 물을 부은다음
구멍을 내고 파이프르 꽂고 개스가 나올때 성냥불을 대면 순간적으로 펑하고 소리나는 대포놀이하다가 옆집 꼬마가 코앞에서 들여다 보는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성냥불 댔다가 그아이 눈섭 홀랑타서 숙모가 그애엄마 한테 얼마나 빌었던지
추억의 부스러기들 요즈음 같은날
더욱 그리워집니다
가지고있는 칸델라가 쓰일날이 오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맛갈나게 잘 쓰신 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