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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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만나다 1--조행무상(釣行無常) 털보조사

어떤 분야에서든 평균치 이상의 월등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수라 일컫습니다. 예전에 귓불이 축 늘어진 육사출신 대통령이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겠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만, 보통사람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에게 고수란 한 없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며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런 고수들을 우연히 스쳐지나가듯 만나기만 하여도 그것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하수들에겐 대단한 인연이라도 가진 듯 짜릿한 감동을 일으키고 나아가 저와 같은 또 다른 하수들 에게 자랑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낚시하면서 스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였던 바로 그 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겪었던 일들이 다른 분들께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제가 받았던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저에겐 더없이 소중한 기억의 조각 으로 남아있기에 자랑같지 않은 자랑을 하는 것이니 어여삐 봐주십사 부탁 먼저 드립니다.^^;; **조행무상(釣行無常) 털보조사** 90'년대 초의 어느 봄날, 잠시 몸담았던 공무원생활 정리하고 낙향한 마음 다스려보고자 처음으로 돈들여 장만한 푸르죽죽한 낚시대 두어개 싣고 무작정 경산 자인쪽으로 달리다가 차창밖을 내다보니 왼쪽에 있는 큰 저수지에 낚시꾼들이 제법 많다. 옳다구나 하고 차를 멈추고 가방 메고 꾼들쪽으로 한달음에 내달아 대충 자리잡고 지렁이 꿰어 26 30 두대를 휘리릭 던지고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그제서야 옆조사에게 못 이름을 물어보니 "클릭"--->진못(짐못으로 알아들었슴)이라 한다. 딴에는 소싯적 남매지에서 붕어 좀 잡아봤고 2년 남짓 객지생활 하던 경기도 의왕 부곡에 있는 왕송지에 심심해서 잠깐 바람 쐴 겸 갔다가 수심 50 겨우 나오는 논바닥 같은 자리에서 그 무거운 경상도식 가지바늘채비로 생애 첫 월척도 잡아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어가지고 붕어몸통에 먹칠까지 해봤던 터에 남들보다 낚시 잘하는 줄로만 혼자 착각에 빠져 있던 때라 곧 잡힐 붕어들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지긋이 찌를 응시하고 있지만 10분 30분 한 시간이 지나도 찌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럴수가 없는데.... 그제서야 주위의 다른 꾼들은 어떤가 하고 둘레둘레 살펴보니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낚시 좀 됩니꺼?" 하고 바닥으로 차악 가라앉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싶어 뒤돌아보니 얼굴 아랫부분은 온통 짧고 시커먼 털로 도배되어 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떡벌어진 어깨하며 힘 좀 쓰겠다 싶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팔짱 낀 채 웃는듯 마는듯 한 실눈으로 넌지시 내려다 보고 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범상치 않은 기를 맞받으며 "지금 막 왔는데 좀 있으면 나오겠지예." 하고 다시 찌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한 십여분이나 지났을까... 후두부에 미세한 기가 감지되는 걸로 봐선 그 양반이 아직 뒤에 있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낚시할 때 옆에 와서 같이 나누는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누군가 뒤에서 지켜 보고있는 것은 신경만 쓰이게 할 뿐 과히 좋지는 않다. 마치 포커판에서 한껏 블러핑하는데 내가 가진 패를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 당시 낚시는 팔자가 아주 좋거나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는 걸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아, 항간에 떠돌던 "세상에서 제일 할 일 없는 사람이 낚시꾼" "그 낚시꾼보다 더 할 일 없는 사람이 바로 남 낚시하는 것 구경하는 사람"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떠올리며 다소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다시 일별하게 되는데... 이 양반 내가 앉은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짧은 대 있으면 하나만 좀 줘보이소." 한다. 참 넉살도 좋은 양반이네...생각하며 어쩌는가 싶어 가방 안에 홀로 덩그라니 있던 대를 줘본다. 근디 이 양반 하는 행동이 점입가경이다. 낚시대 죽죽 뽑고 니퍼 달라고 하더니만 허락도 득하지 않고 남의 낚시대에 달려 있는 납봉돌을 뭉텅뭉텅 잘라 던지고 하길 몇 차례, 지렁이 서너마리 꿰어 갈대 대엿줄기 서있는 자리에 살짝 던지더니 받침대도 없이 손으로 들고 서 있는다. 그깐 봉돌 좀 잘라내고 갈대 몇 줄기 겨우 있는 데다 던진다고 지금 수 십명이 꽝치고 있는데 잡아낼거라 생각하나...라고 코웃음 치는 바리 그때!!!!!!! . . . . .(부채살조사님 로열티 외상임니더 달아놓으소^^) . . . . . . 물밖으로 한마디 뽀꼼 머리를 내밀고 있던 찌가 그 화려한 색동의 자태를 요염하게 드러내는가 싶더니 급기야 '에라 모르겠다 나 잡아잡수' 하는 듯이 수면위로 벌러덩 드러누워 버린다. 첨벙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튀기는 물보라가 봄바람에 살랑거리던 수면을 온통 뒤집어 놓고 있다. 주위 모든 꾼들의 시선이 쏠리고 나 또한 벌떡 일어나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수면을 헤집고 나타난 붕어의 용태에 다들 탄성을 지른다. "우와!! 월척이다...." 털보조사(이 양반에서 급상승..^^;;)는 유유히 월척을 물밖으로 인도하여 옆에 널부러져 있던 내 살림망에 넣어주고 물 속에 담그곤 대를 쓰윽 접는다. 자리에 앉아 대를 접고 있는 그를 올려다보니 무표정한 얼굴에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다. 한 숨 돌리고 담배를 권하니 씨익 웃으며 하는 말이 "낚시 너무 빠지지 마이소."이다. 아니, 남이 잡는 거만 봐도 이렇게 짜릿하게 흥분되는데 낚시에 빠지지 말라니...?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니, 왠지 모르게 '허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엷은 미소로 답한다. 뭔가 사연이 있겠거니 짐작만 할 뿐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데, "담배, 도박, 낚시는 죽어야 끊을 수 있심더..."라며 길지 않은 이야기를 해준다. 토목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일없으면 쉬는 날도 많고 저수지나 댐 근처에 현장이 있을 때도 많아 낚시대를 잡았는데 어느덧 점점 일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달 두달 낚시만 하고 지내기를 반복하다보니 일은 일대로 못하고 세상과 멀어지게 되는 것만 같아 물속에 수장시킨 낚시대가 릴대까지 합쳐서 아마 백개 가까이는 될 것이라고... 그러면 적당히 조절하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낚시대만 잡으면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며 오늘도 자기도 모르게 물가로 나와서 그만 낚시대를 잡게 되었 다고... 그 때는 그말이 어떤 의미인지 난 정말 몰랐습니다. 아직까지 모르지만서도...ㅎㅎ 월님들 중에 듣자하니 자제분들 세상구경 처음 하는 날에도 낚시했다는 분이 계시다던데, 저는 그래도 큰애 나올 땐 자리 지켰습니다. 둘째놈이야 지 성격이 급해 조금 일찍 나오는 바람에.. 낚시갔다 밤새고 들어간 집이 휑하니 비어있기에 "배는 불러가지고 어디 돌아다닌다고 집에 없노?"하곤 볕 안드는 컴컴한 방에 들어가 한 숨 자다가 처제 전화 받고 병원으로 출두해선 눈도 못 뜬 발갱이한테 "아직 15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나왔나?"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라 둘째놈 세상밖으로 나오려고 한참 쪼으고 있던 즈음 또 한 분의 고수를 뵈었으니 그 이바구는 다음에 또...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수.....

무도나 놀이 스포츠에 쓰이는 말이지만
어떤 상대를 고수라고 부르길 우리는 껄끄러워 하지요

왜?
특정분야에 10여년 수련을 했거나
깊이 천착하고 보면
누구나 나름 고수라고 자만하기에.....

그러나 뛰는 넘 위에 나는 넘 있다고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는 그 윗자리에 위의 털보조사처럼
팔장끼고 묵묵히 지켜보는 이가 있는 게 우리네가
지금 서있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들여 쓴 글.

너무 쉽게 읽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분의 고수 이야기 많이 기대 됩니다.
봄봄님 전 아직 어떤 분야에서도 고수에 근접해보지를 못해
어떤 분야든 고수를 보면 존경심부터 듭니다.
그런 면에서 관심가지신 분야에 열정을 쏟아부으시는 봄봄님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파트린느님, 예쁘게 봐주시셔 감사합니다.
잊혀갈만 하니까 또 핸드폰 이야기를 꺼내시네요..^^;;
서비스 몇 번 받았으나 결국은 살리지 못했습니다.
수질이 문제가 되나 봅니다.
맑은 계곡수나 수돗물 정도면 살릴 수도 있을거라고 하던데요..ㅎㅎ
어느 분야든 미치~ㄴ듯이 파고드는 집중력이 없이는 고수가 될 수 없나봅니다.
에효@@
다음 고수의 카리스마가 기다려집니다.
님은 글쓰시는게 고수이신듯 합니다
ㅎㅎㅎ
주색으로 불리는 화류계에서 당구 바둑 카드 마작 ... 잡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꿀릴 것 없어야 사나이로 불리던 젊은 날...

지기 싫어 하는 못된 성격을 이만큼이나마 둥글게 만들어준 것이 낚시였습니다

진정한 고수란 나를 이기는 자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음편이 기대되게 만드는글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입질온닭님 윤똘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별 재미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
봐주시니...

채바님 전 지금까지 살면서 채바님처럼 두루두루 다방면에 걸친 고수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존경합니다.^^

비천검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겨울다운 날씨입니다.
낚시하기는 좀 무리일 것 같고 그냥 휭하니 둘러보기나 하고 와야할 것 같습니다.
조어삼매님의 글귀 매우 부드럽고 유창하며,,,

일필휘지의 우리소장 저리가라임다...

님의 글에서 왠지 고수분에 근접한 고수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네여...

잘 읽겠습니다...

부디 좋은 글로 저도 지루하지 않는 겨울나기에

도움 요청합니다....
바리....그때!!

진짜 로열티 받으시면 어쩌시려구...
그정도 극강고수이면.........음..............털보조사님이 무슨무슨 연구소 출신이라 하지 않던지요........ㅎㅎ

당 연구소 출신중에 털보도 잇엇고.....문어대가리도 잇엇고..........제가 실수해서 초극대무지개살타법을 보여주는 바람에

눈이 돌아가버린 뭉치,또치,갈치,꽁치..........ㅎㅎ 농담이고요...........잘 쓰시네요........^^

로얄티는 당근 잇습니다.........언젠가 저를 보시면 로얄티 말고 커피티 한잔 주이쇼!!..........건강하시고 즐겁게 사입시더......
재미있게 읽고 다음편으로 갑니다
ㅎㅎㅎ 여기또 글솜씨 고수가 계셨네여 (^ㅇ^)
조어삼매님~~ 글 솜씨가 수준을 넘어서신것 같습니다...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어이구 봉시기님 부채살조사님 부끄럽습니다.
두 분 입담에 저야 어디 깜냥이나 되겠습니까?
가까운데들 사시는 것 같으니 언제 함 알현할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 땐 반다시 커피티 올리겠습니다.

카리없수마님 제가 생각한대로 로열티 커피로 떼워도 될 것 같습니다.^^

산적님 위풍당당님 까망붕어님 버들가지님(맘대로 줄여서 죄송합니다. 요즘 타수가 많이 줄어서요..^^;;)
격려글 감사합니다. 꾸~벅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법....
전 아직 고수를 본적이 없습니다..ㅎㅎ

재밌게 잘읽었씁니다..
조어삼매님 안녕하세요

님의 글에 감칠맛이 묻어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조어삼매님 잘 일고 감니다
무엇인가 느낌으로만은 알수 없는
님도 고수이신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쓰신글 잘보고갑니다
이 글을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네요.

기집질(여자) 좋아하는 사람은 노름을 가르치면 기집질 끊고

노름 하는 사람은 마약을 가르치면 노름 끊고

마약 하는 사람은 낚시를 가르치면 마약 끊는다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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