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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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변(怪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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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변怪變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이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지난 주말 출조현장입니다) 가을은 소리 없이 왔다. 나이 들어도 예나 진배없이 가슴 한구석을 허전하게 하는 가을 바람은 갈대며 억새 숲을 엘레지의 슬픈 선율처럼 누비고 들국화며 코스모스 같은 가을꽃은 아름답지만 계절의 외로움을 가득 머금고 있다. 그 가을에 취해서인가? 벌써 몇 번째 바구니에 물조차 적셔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낚시가 계속되고 있는지 몰랐다. 계절이 외로워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물가에 앉아서도 찌바라기 보다는 지인(知人)들과 만나 정담에 술잔 기울이는 일이 더 많았고 어쩌다 대를 펼 때도 눈은 찌에 두고서도 생각은 사뭇 딴 곳에 둘 때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내 놓고 얘기할만한 붕어얼굴 본지가 아스라이 기억 될 만큼 내 출조는 꽤 오랜 시간을 낚시의 언저리만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실로 묘한 경험을 하였다. 그것을 붕어들의 반란이라고 밖에 나로선 어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치는 내 시골집 가는 길가에는 자그마한 저수지가 하나 있다. 근교에 사는 사람들이 계절 없이 심심할 때 찾아와 잔챙이 몇 마리 잡아들고 그냥 그렇게 돌아가는 정말 심심풀이 낚시터, 아무리 가늠하고 보아도 눈에 띄는 포인트도 그럴싸한 수초군(水草群)도 없는 작은 방죽이다. 나도 가끔씩 들러 두 칸 대 한 대 펴고 몇 시간 담궈 보기도 하고 앉아있는 꾼들 살림망 슬쩍 들춰보기도 하지만 늘상 너 댓 치가 주종이고 운 좋으면 칠 팔 치 한 두수 잡는 그야말로 오리지날 잔챙이 터인 것이다. 그런데 그 작은 저수지에 어젯밤 엉뚱한 바람이 불었다. 해묵은 낚시꾼 상식으로도 쉬 이해 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버거운 일과로 언제나 농촌의 가을밤은 피곤하다. 내가 후배의 전화를 받은 것은 힘든 일과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며칠간의 밤낚시로 심한 피로와 함께 옅은 감기기운을 느끼고 모처럼 일찍 자리에 든 지난밤 아홉 시경이었다. '형님 정거리 방죽으로 오세요. 씨알 좋은 놈들이 정신없이 나옵니다. 지렁이 한통만 사 가지구요!' '어디라구? 정거리 방죽!' 난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 만년 잔챙이 터에 씨알 좋은 놈이라니! 그리고 콩알터에 지렁이는 무슨 일이며? 그러나 붕어 이야기만 나오면 귀도 맘도 얇아져 버리는 것이 낚시꾼 아니던가! 어찔한 머리를 한 두어 번 흔들어 보고 주섬주섬 옷을 찾아 입었다. 그 후배는 결코 흰소리 할 사람이 아니라는 내 믿음 때문에... 감기 걸렸다고 비실대던 사람이 오밤중에 낚시가방 메고 나가는걸 아내가 걱정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낚시터는 집을 출발해서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지키고 가도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나를 보자 후배는 손전등 불빛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잰걸음으로 그의 곁에 가서 살림망을 확인했을 때, 이건 또 무슨 괴변(怪變)인가? 그의 살림망에는 이 방죽에서는 웬만해선 볼 수 없는 적어도 여덟치를 전후한 씨알의 붕어 20여수가 굼실대고 있었다. 부리나케 낚싯대를 폈다. 급한 맘에 콩알채비에 그대로 지렁이를 끼우고, 수심은 두칸반대에 2.5미터 남짓, 그 사이에도 후배는 또 한 마리를 걸어 실랑이를 하고 있다. 두칸반 대와 세칸 대, 두 대의 낚시대를 셋팅 한지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거짓말처럼 세칸대의 찌가 솟는다. 깊은 수심 때문일까? 지렁이 채비에 솟는 찌가 영락없는 콩알이다. 그리고 챔 질, 처박고 삐지는 가을 붕어특유의 활달한 몸놀림은 깊은 수심과 더불어 낚싯줄의 인장강도(引張强度)를 시험하려는 듯 전력의 당김으로 내 온 몸을 전율 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여덟치 첫 수, 살림망에 넣고 손을 체 씻기도 전에 또 입질을 받는다. 이번에는 앉아서 대를 새우기가 버거워 벌떡 일어서고 그래도 아슬아슬한 느낌에 팔까지 치켜든다. 요건 충분히 아홉치는 되고 남는다. 그리고 자정이 훨씬 넘도록 난 서른 번도 더 자지러졌고 그 중 턱걸이에 가까운 두 수 때는 요실금(尿失禁)까지 생길 뻔했다. 새도록 하면 온 저수지 고기 다잡아 버릴 것 같아 후일을 생각하고 한편으론 내일의 일과를 위해 두 시 반쯤 우리는 대를 접었다. 당뇨에 고생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고아 드리기 위해 틈틈이 낚시를 하는 착한 후배, 그의 방수망에 붕어를 모았을 때 모처럼 "관고기"라는 물 맑고 고기 많던 호시절의 단어를 되 뇌이게 하는 조과였다. 누런 토종붕어를 이만큼 잡아 본적이 언제였던가? 자다가 일어나 접한 뜻밖의 횡재(橫材)! 손맛은 보았지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의문이 일었다. 오늘밤 이 방죽의 붕어들은 왜 그토록 광란의 입질을 보였는가? 그리고 잔챙이 터에 떼거리로 몰려온 그 씨알 좋은 붕어들의 출처는 어디란 말인가? 도깨비 장난도 아니고... 낚시꾼은 붕어를 보면 용감해 진다. 감기몸살을 우려했던 나는 이튿날 거뜬히 일어났다. 나를 바라보던 아내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허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붕어가 병까지 고친 다는 게, 하늘이 맑다. 힘이 솟는다. 가자 일터로! 착한 낚시꾼은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간밤의 손맛 여운이 꿈처럼 남아있는 날 아침엔 바람도 가을 붕어의 황금빛 때깔처럼 그렇게 싱그럽게 불어오고 있었다.
괴변怪變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2주 연속으로 모습을 보여준 월척붕어의 모습) 어느 해 가을의 낚시이야기를 물만 보면 마냥 좋은 나이만 먹고 속은 텅 빈 어유당(魚有堂) 올림

여유당님의 글을 보니 저희 아버님의 조과가 생각납니다..
몇년전에 저희 아버님도 릴낚시로(원래는 대낚을 하셨는데 연세때문에 찌보기가 힘드셔서)
고기가 있을것같지않은 하천에서 잉어로 대박을....

그것도 오전8시부터 오후3-4시 사이에..80급으로 2-3마리 60급으로 10여마리 이상.....
릴낚시하시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잉어를 잡아오셨습니다^^
아마도 그날 그 하천에 살고 있는 잉어들이 집단으로 자살을 한것같습니다..ㅎㅎ

항상 건강하셔서 즐겁고 행복한낚시 오래오래 하시길 기원합니다.
어유당님의 글 읽는 재미로 야간근무의 졸음이 싹 가시는군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저도 몇일전 월척했습니다...
이젠 더 욕심이 생깁니다...
건강 조심 하십시요...
눈팅만 하다가 댓글 남기고 갑니다^*^
항상 어유당님의 조행기 감동있게 보고있습니다.
멋진 글솜씨에 부럽기도 하구요^*^
항상
건강 하시고 즐낚하십시요^*^
그냥 두 눈으로만 읽는 글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어유당님의 글은 항상 정겹습니다.
새로운 글을 대할 때마다 저의 작은 두 눈이 기쁨에 "번쩍"하고 더 커진답니다. ♣
붕어 입이 무자하게 크네요 ^&^
잘 보고 갑니다 !
헉 !!!!!!!!!!붕어입이엄청 크다
추카합니당 ㅎㅎ
오랜만에 손맛 원없이 보셨군요.
축하합니다.
참 자연의 조화는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는 현상이 많이 벌어집니다
좋은 찌맛 손맛 보셨읍니다
거기 둠벙이 어딘지 가깝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군요
붕어는 가지고 올것도 아니지만 손맛 본지가 하두 오래되서요
차분한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항시 안출 하시고 498 하세요^^
올해들어 유난히 어복도 없구 꽝이 여사인데
관고기를 잡으셨다니 엄청 부럽군요
그리고 후배분 어른당뇨에 붕어가 좋은 모양이군요 효도도하구 붕어 손맛도 맘껏보시고
정말 잘하셨구려
낚싯꾼의 비기(秘技)라는건 어설픈 잔재주에 불과하고
낚시에있어 고수란 계절따라 기운을 읽는자가아닌가합니다
계절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기운따라 녀석들이 받아먹어주기도 아니기도하니 말입니다
결국 우연히간 저수지사정에따라 받아준거지 내비기가통해서
대박조과를 보는건아니니 겸손해질필요가있겠죠
힘껏 당겨주는 녀석들과의한판 ..부럽습니다
손맛 보심을 축하합니다..
좋은일 하라고 하늘이 내려줬나봅니다..
깊어가는 가을 사짜하세요..
붕어가 아주 잘 생겼습니다.
붕어맘을 사람은 알 수 없나 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축하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째거나 월척 축하 드립니다..^^*
관 고기 언제 한번 잡아볼꼬.....부럽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곳곳에 묻어나는 낙시인의 마음하며

누구나 느끼고 생각하는것을 감동적이게 잘 표현 하셨습니다

그저 바람이나 쉴겸 나두 요번주에 날려 보아야 겠습니다

한달만에 출정이니 뭐 새삼 그리울거도 애통함도 없는걸보니

낙시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안출하시고 환절기 건강 챙기십시요 밤기온이 찹습니다
관고기 상면 축하드립니다

이젠 대물시즌이 맞는것 같으요

축하드립니다
글이 올라와있습니다.
그것도 연타석 월척 조행기가요.
부럽습니다. 전 관고기는 바라지도 않고
기냥 어떻게 턱걸이라도 한수했으면 하는데
늘 9치이하라 맘이 넘!!ㅠㅠ

어유당님 가을걷이가 한창인 누런 황금들판속에
숨어있던 자그만 둠벙들이 하나둘 모습을 선뵈일땝니다.
부쩍 살이오른 가을 대물붕어 손맛보러 함 내려가야되는데
맘만 굴뚝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찌~인한 손맛 보세요.
어유당님 재미있는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1년 또는 2 ~ 3년에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어떤날은 친구하고 둘이서 초저녁부터 시작된 폭발입질에
12시를 전후해서 가지고간 미끼가 바닥이나서
저녁에 먹다남은 밥풀때기로 낚시를한적도 있었지요

지금도 제 주위의 몇몇분은 그런 관고기 조황있을때 연락달라고
부탁하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주위분들의 건강을 위해 액기스를 염두해두고 하는 말이겠지만요

근데 최근엔 그런 관고기 조항이 없네요...
욕심없이 다니다보면 또 그런날이 오겠지요 뭐...
제법쌀쌀한 날씨입니다. 건강유의하시고
깊어지는 가을에 참한 찌맛 보시기바랍니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유당님의 조행기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물만 보면 마냥 좋은 나이만 먹고 속이 텅빈......

이 글은 꼭 제게 하시는 말씀 같내요
늘 건강하세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물만 보면 마냥 좋은 나이만 먹고 속은 텅 빈"

두뇌와,마음은 꽉 차신듯합니다 ^^
텅빈 속은 순대국 한그릇 드시고 꽉 채우세요

건강하시고, 안출하세요
우선축하부터드려야겠네요, 나도그럴날이있을까요 아무튼부럽군요
붕어지기님...ㅎㅎ 여기에서 또 뵙네요 붕어지기님 따라서 이곳까지 왔어요
넘 부럽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안출하세요^^
정말 신기합니다~~~
여태 낚시 를 해봤지만 첨듣는 말입니다....물론 새물찬스같은 경우도 아닌데 그런입질이
나타나다니....신기할따릅입니다...
조행기 잼있게 잘 봤습니다~좋은 글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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