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에서 강진 중간쯤 되는 곳에 조그마한 소류지가 있습니다.
낚시인의 손을 한번도 타지 않은듯한 소류지 입니다.
제방 건너편(우안)은 가파른 산으로 되어있어 사람이 접근조차 힘이들구
농로와 연결된 좌측은 그나마 오솔길이 있어 상류쪽으로 접근해 볼수 있습니다.
상류쪽을 올라가 보니 깊고 우거진 개울을 건너야 진입을 할수 있을거 같은데
상류역시 너무 수풀이 우거져서 낚시는 불가해 보입니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며 연안을 살피는데 좌측연안도 경사가 너무 급하구 잡목들이 많아 딱히
낚시자리를 잡을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대로 가려는데 경사가 조금 완만한 지역이 나오길래 조심스레 내려가보니 한사람이 겨우 의지할말한 턱자리가
나옵니다. 유심히 살펴봐도 낚시흔적은 없구 머리위로 다행이 큰나무가 없어 낚시를 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가슴이 설레입니다.
말로만 듣든 처녀지를 발견한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채비를 준비하여 밤낚시를 하러 스쿠터를 타고 소류지로 해거름녘에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산사이로 좁은 농경지 사이를 꾸불꾸불 올라가야 돼기 때문에 스쿠터에 간단한
낚시짐만을 싣구서 출조를 했습니다.
제방을 오르는 길이 너무 가파라서 제방아래 스쿠터를 세워 놓고 낚시짐만 들구 포인트로 진입을 했습니다.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듯한 처녀지, 산사이에 너무 깊게 위치하여 찾기도 힘든 소류지에
오래묵은 이무기 같은 붕어를 생각하니 전투의욕에 불탑니다.
하지만, 그림좋은 못엔 고기가 없다구 했던가요.
탐색차 단촐하게 네대을 폈다지만, 떡밥대에서 조차 그 흔한 피라미 입질한번이 없습니다.
마치 말뚝이라두 박아 놓은듯한 찌불만 응시하다 철수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날은 탐색차 밤 12시까지만 하고 철수할려고 마음먹었던 터라,
아직 한시간이나 남은 11시경 낚시대를 개기 시작합니다.
입에선 저도 모르게 투정이 새어 나옵니다.
"뭔 저수지가 피리도 없대.....궁시렁 궁시렁"
한대를 접고 있는데.
옆에서 굵고 뚜렸한 목소리로
"갈라고?"합니다.
무심결에
"예, 낚시도 않돼고 가야줘."하고 대답하구는 낚시를 개는데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구 지나갑니다.
소리가 들린 곳은 연안 경사로 도저히 사람이 있을수 없는 곳입니다.
더구나 그시간에 그곳에 사람이 있을리는 만무합니다.
온몸에 털이 일시에 곤두서구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쏫아지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몸이 떨려 낚시대도 갤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손을 탈만한 곳도 아니구,
1초라두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개던 낚시대를 바닥에 그대로 조심스레 내려 놓고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최대한 태연하게 일어섰습니다.
또 한번 굵고 뚜렸한 음성이 들려 옵니다.
"갈라구?"
왠지 간다구 하면 않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못들은체 태연하게 뒤로 돌아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솔길에 올라와서야 후레쉬를 켰습니다.
후레쉬 불빛을 발아래 고정한채 시선은 그 불빛에 고정한채
왜 후레쉬를 여기져기 비치면 않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땀은 비오듯이 쏫아지구, 온몸에 돋아난 소름은 소름을 넘어 고통스럽게 느껴집니다.
뒤에서 자꾸만 검불과 흙같은 것을 제 등에 던집니다.
돌아서면 않된다, 모른체 그대로 가야된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이말만 될풀이해서 되네이며 앞으로 걸어나갑니다.
그렇게 가다보니 제방에 다다릅니다.
머리위를 덥고 있던 나무그늘이 사라지구 시야가 확트인 제방에 다다르니
안심도 되구, 용기가 납니다.
너무 성질이 나서 낚시하던 쪽을 바라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건 객기였습니다.
"이 개**야, 씹***야< $%^@$%^^&@#$%%^^&^"
있는 욕 없는 욕 다 퍼붓구
종종걸음으로 제방을 내려와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빨리 그곳을 벋어나고 싶은 심정으로 엑셀을 당겼습니다.
스쿠터가 앞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분명 기어가 들어가구 뒷바퀴가 도는 소리가 들리는데
스쿠터가 앞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다시 공포는 엄습해 오고 땀은 비오듯이 쏫아지구
힘껏 액셀을 당겼습니다. 요란한 모터의 굉음만 들릴뿐 스쿠터거 앞으로 가가질 못합니다.
바퀴가 도는 느낌과 소리도 들리는데 나가질 못합니다. 뒷바퀴가 들려버린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러더니 어떤 힘이 스쿠터를 서서히 뒤로 끄집어 당깁니다. 땅에 디딘 발로 강하게 버텨보지만
버틸수 있는 힘이 아닙니다. 서서히 스쿠터가 끌려갑니다. 길쪽이 아닌 길옆 논쪽으로 끌고 갑니다.
스쿠터를 버리구 몸만 빠져나가는게 나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제가 스쿠터에서 벗어나는 순간 무서운일이 벌어질거 같은 강한 예감이 듭니다.
발로 힘껏 버티며, 액셀을 최고치까지 땅기고, 큰소리로 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놔, 놔, 이 $%$$%$%$%$%4%~~`, 않놔,"
심장은 요동치구 이렇게 인생이 끝나나하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듭니다.
이제 조금만 더끌려가면 길옆 둔덕아래 논으로 끌려들어갈 상황입니다.
그때 멀리 농로길 초입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더니 내쪽을 향해 다가옵니다.
또 저건 뭐야, 이젠 진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저항할 힘도 용기도 없습니다.
한순간 멍한 상태가 되더니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우둑허니 스쿠터위에 앉아 있습니다.
엑셀도 당기지 않고 있구, 뒤로 끌려가지도 않습니다. 앞을 보니 바로 가까이 불빛이
다가와 있습니다.
"딸랑, 딸랑" 자전거 방울소리가 들릴때 비로서 그 불빛이 자전거 불빛인줄 알았습니다.
더이상 스쿠터를 버티구 서있을 힘도 없습니다.
스쿠터를 눕히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70대쯤 되시는 영감님이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어이구 젊은이 뭔일인가? 하구 제몸을 감싸십니다.
몸에 기운이 다 빠져버려 대답도 나오질 않습니다.
영감님은 나를 감싸안구 주위를 두리번 거리시더니
걱정말게 걱정말어, 내가 있으니까 아무일도 없을거여.
걱정말게 걱정말어, 하시면서 제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십니다.
그모습이 마치 모든일이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을 수습하고 겨우 기운을 차려 어르신과 함께
스쿠터는 농로옆에 세워둔채 그 길고 긴 농로길을 걸어내려왔습니다.
농로길을 다 벋어날때까지 영감님도 저두 단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또다시 무서운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만 가득 안고 종종걸음으로 내려왔습니다.
농로길을 벋어나 아스팔트 도로로 나와서야 비로서 영감님이 입을 엽니다.
"큰일날뻔 했네, 내가 그시간에 여길 지나길 망정이지, 어허.
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아 가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가보길 천만다행이여. 천만다행이여."
"저 으슥한데를 혼자 뭣하러 갔단가?"
"낚시하러....."
"젊다구 세상 무서운거 없이 그럼 않디야. 마을사람도 낮에도 가기꺼려하는 곳인디....어허"
얼마나 놀랬던지 기운이 다 빠져서 아스팔트위에 그대로 털썩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어르신이 어떻게 일으켜보려고 애를 쓰셨지만 온몸에 힘이 쭉빠져버린 젊은 사람을 어떻게 일으키겠어요.
곁에서 한참을 기운을 차리라구 토닥이구 있는데 마침 용달차 한대가 다가옵니다.
어르신 사시는 마을분이신지 둘이 서로 알아보고 몇마디 나누는 것까지 보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음날 낯선 방에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내 생애 가장 공포스러웠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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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강진 만덕호에서 만난 60대 어르신으로부터 10년 전쯤 자신이 직접 겼었다는
실화를 듣구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재미있었어유?
재미있었으믄 추천 한방 알쥬!
그 소류지엔 무엇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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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7
이제 조용한 소류지도 물어보고 가야겠네요
한동안 유료터 다녀야할듯요 ㅠㅠ
오싹
예전 오토바이 타고 낚시가서
혼자 밤낚에
애기소리 고양이 울음에
뒷골 땡기지만
그 눔에 입질 때문에
밤새 헬메 쓰고 낚시한 기억이...
으미~~~~추천 콱!!!
요거 본이상 앞으로 혼자는 때리죽여도 못갈듯 하네여 에잇 ~~
수심깊은 계곡지
잉어가 많아 현지꾼들이 철수하면서 잉어채비를 던져놓고 철수 합니다
나뭇가지에 묶은줄을 모래속에 파 묻어 두는데
가끔 그 줄에 잉어가 걸려 있곤 했지요
사람 많이 죽은 저수지 입니다
아공 무서버라~~
함께 가실분 모십니다 ᆢㅎ
글솜씨가 예술 입니다 ^^
ㅠㅠ 무서버라
글쓰신다구 애쓰셨수.......잘봤시요....
남은하루두 빡세게 보내이소......ㅋ
몆번이나 뒤골도 땡기고.......^^*
소름이 쫘~악~
간이 적어 혼자서는 밤낚을 못하는 체질인데..
재민네요?
긍게 혼자서 환청을 듣고 자빠져부렀다는 예기?
큰일 나부렀네~
조용헐때 내남지 함 혼자서 파볼락핸는디......
책임지쇼~~~~!
재밌습니다
한편 더...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경험담 잘 보고 갑니다.
그래서 제가 케미 남은거 있냐고 쫓아갔더니 스쿠터에 오르시길래
케미 사러 가시는 줄 알고 같이 좀 타자했더니 암말 없으시길래 걍 탓죠 머...
제가 덩지가 좀 있어 스쿠터에 둘이 타니 힘이 딸리는거 같더라구요.
근데 막 욕을 하시면서 머라 하시길래 걍 내렸는데....
사람이 흥분을 하면 악셀을 힘껏당기는데 그렇게 되면 스쿠터는 스베(헛바퀴)를 돌게 되죠 그렇게 되면
오토바이는 뒤에서 당기듯이 스르르하고 비탈진곳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깁니다...과학적으로 다가 풀어봄^^
어디서든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아무일 없을듯^^
그게 무슨 무서운 얘기라고...
아..오늘은 오래간만에 아들이랑 같이 잘까나...
혼자는 못 잘것 같아...ㅠ.ㅠ
나는 음산한곳이 좋아요~
제미있어요~
잘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