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년쯤 전쯤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시절 친구녀석 하나와 낚시를 다녔습니다.
차가 없는 관계로 늘 시내버스 종점근처에 있는 소류지를 다녔는데,
낚시점에서 함평근처 소류지 조황을 듣고, 낚시점 사장님의 보물터로 월척을 못잡아본 우리들에게만 정보를
준다는 그말에 솔깃하여, 그시절 유일하게 차를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부탁에 부탁을 거듭하여 출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가조차 없는 소류지를 헤매고 헤맨끝에 도착할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낚시를 싫어하는 운전친구는 내일 아침 11시에 데리고 오겠다며 돌아가고 친구와 저는
열심히 전을 폈습니다. 월척들이 마구 덤벼드는 황홀한 상상을 하며,
늦가을이라 낮에는 따듯하여 산골의 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던 저희는 얇은 티차림으로 생애처음 하루저녁
밤낚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밤, 서리가 내리는 혹한의 추위
사람이 얼어서 죽을수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밤이 었습니다.
혹한의 추위와 바람. 티셔츠 차림의 저희
근처에 인가라도 있다면 도움이라도 받을 텐데,
그리고 하루전에 내린 비로 나무가지들을 모아 아무리 불을 피울려고 해도 불이 붙지 않는 겁니다.
너무도 길고 공포스러운 밤이 었습니다.
친구는 자꾸만 잠이들려고 하고, 막연한 생각에 잠이들면 않될거 같아 친구의 뺨을 때리며
잠들지 못하게 하면서 이밤이 어서 끝나기를, 어서 끝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때만큼 방이 길다는 것을 느낀적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한시간쯤 지났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10분이 지났습니다.
여명이 밝아 오는 것이 기뻣다는 글들을 본적이 있는데, 이건 경험하지 않은 막연한 상상의 이야기 인거 같습니다.
사위가 밝아지는 여명이 찾아오자 추위는 극에 달하고 뼈속까지 스미는 한기는
죽음을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그때 친구와 난 잠이들었습니다. 잠을 잔것이 아니라 추위에 기절상태에 빠져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잠에서 깨어 났을때의 안도감,
지금도 그밤을 생각하면 정신적 고통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육체가 겪는 고통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육체적 고통이 극에 달할때 삶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하고,
정신적 공통이 극에 달할때 삶을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그밤을 생각하면 자살같은 것은 생각할수도 없습니다. 만약 죽어 땅속에 있는 상태가 그밤과 같다면
그밤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까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습니다.
그해 가을 죽음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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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을 경험해본다는것도 어떤 면에선 남들이 쉽게 얻을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이 살아오시는 동안 얼마나 큰 교훈으로 작용했을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2008년 8월 마지막 주말에 동출하던분과 8부능선 산속소류지에서 오들오들 떨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장비챙김의 필요성을 1년내내 느끼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통상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은 늘 가방속에 여분의 옷을 준비합니다.얇은 옷으로 여러겹 껴입었다 주변환경에 맞춰
입고 벗고 해서 체온조절을 하지요
저도 아직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저체온증을 제일 경계를 하게 됩니다
님의 말씀대로 체온이 떨어지면 졸립게 되고 생체리듬이 약해지고 심하면 동사 또는 큰 후유증을 겪게 된다 합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다니니 그런 일들이 드물겠습니다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는 생길 수 있는 일이지요
그나마 요즘 웬만한 곳에서는 휴대전화가 되고 대부분 차를 가지고 다니니 옛날보다야 비교적 안전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모두 돌발적인 사고에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늬우스에 나오실 뻔 했네요
그만한 경제수준도 아니었고 고어텍스라는걸
모르고 살던 시절이니.... 요즘 너무 좋은 장비들이
많이 나왔지요 예전에는 승용차가 없어 짐 많이 안가져 갈려고
했었던것 같아요 가지고 갈것도 별로 없지만 요즘 승용차에 이것저것 챙겨가지만 ...
스포츠 하기에 참 좋은세상이죠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게 모두모두 오래동안 낚시라는
스포츠를 즐기시길 기원 드릴께요 올해 어복대박들 나세요...^^
좋은 교훈이네요
출발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도착해서 비를 조금 맞은 후 감기몸살이 아주 급격하게 발동하여
결국 좋아하는 낚시임에도 끙끙 앓고 낚시대 조차 던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 같으면 누가 철수 하자고 해도 안하던 저였지만 너무 아픈 관계로 삼촌께 철수하자고 하자
삼촌왈... 야! 날 세고 가야지..지금 어떻게 가~
ㅎㅎㅎ
무척이나 야속하더군요.
정말 죄송하네요, 중요하고도 큰 교훈의 글인데도 웃음을 감출수가 없네요(개떨듯 바들바들....)
암튼,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방한장비에 신경을 써야 할것 같네요
안전하고 건강한 즐낚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