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치솟은 낚시대를 두손으로 부여잡고
요동치는 녀석의 몸부림을 느끼니....
마음속으론 별의별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손으로 전달되는 어체의 몸부림에 따라
나의 심장도 고동칩니다.
어두운 물밖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녀석의 크기는
어림잡아도 대충은 40이 넘어 보였습니다.
'산신령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도 그분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뜰채에 녀석을 넣자
웬일인지 의자 털썩 앉아 잠시 멍해집니다....
숨을 한번 몰아쉬고 바늘을 빼기 위해 랜턴을 켜니
베스터 답지 않게 잘빠진 몸매에....
흠 잡을 곳 없는 생김새를 가진 녀석이었습니다.
입술에 난 수염만 빼곤.......
그동안 잉어의 탈(?)을 쓴 붕어는 종종 보아왔지요.
우리나라의 낚수에 의한 공식적인 붕어 최대어도 사실,,,
하지만 붕어의 탈을 쓴 잉어라니요....
그것도 나에게.... 이럴순 없는 것입니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봅니다.
한손에 니퍼를 잡고는 망설입니다.
'짜를까?'
갑자기 원인모를 처량함이 온몸을 감싸네요.
그래 내가 언제부터 크기에 연연했던가..
틀채에 든 녀석을 털어버리고는
석축을 올라갑니다.
차옆에 쭈그리고 앉아 커피를 끓이며 담배를 한대 뭅니다.
아직 사위는 어둑하고 만물은 고요하네요.
꿈꾸던 낚시꾼은 나오는 헛웃음에 실실거리고 있었더랬지요.
2일차.....
차속에서 잠깐 눈을 붙이다, 소란스러움에 눈을 뜹니다.
어르신들 거하게 아침상을 준비하십니다.
그냥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들... 웃음소리 떠나지 않네요.
한 어르신이 커피를 권하며 물어보시네요.
"늦게까정 하던데 입질 좀 있던가?"
"입질은요.. 새벽녁에 잉어 한마리 걸었습니다"
뜨악하게 저를 쳐다 보십니다.
"허허 여서 잉어라 자네도 참... "
노지꾼들과 보트꾼들도 모두 떠난 시간,
저는 고민을 합니다.
'여서 계속해?' '옮길까?'
죽은자리 꽃핀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근처 20분안에 이름난 저수지만도 3-4개....
하지만 하루더.. 결정을 합니다.
사실 이제와 고백하건데..
그넘의 낚시대 피고 접는게 쪼금은 귀찮았더랬지요.
2일차의 총조과 잡어도 없는 "평균조과"였습니다.
3일차....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불현듯 잔손맛이라도 그리워집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니가 언제부터 대물꾼 흉내를 낸다고....
2틀동안 불편한 자리를 고수했던 휴유증도 몰려 옵니다.
미련없이 짐을 싸,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을 탑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지만,,,
하룻밤 더 빡쎄게 보내보자,
미련한 낚수꾼
아직 얼마전 꾸었던
꿈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내가 겪어 본 가장 터센 곳을 목적지로
강화로 향합니다.
이곳이야 말로 지난 십수회의 출조에도
찌의 미동조차 감지 못했던곳,
나만 아니라 출조 당시
주위의 모든 낚시꾼들도 마찬가지 였던 곳...
친한 조우들에게 잘못 권했다간
뺨이라도 내어줄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몇번 낚시를 하다보면
3치 4치 붕어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더군요.
하지만 인터넷으론 누가 4짜를 했네, 5짜를 했네..
17전 18기라는 둥..
사진도 올라 왔더랬지요..
(이 사진들이 아니었으면 난 붕어가 없는 저수지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진입로를 지키는 초병들에게 신분증을 내밀고
출입증을 받습니다.
2틀간의 노숙과 뒷자석에 실린 짐들로 미루어
골수 낚수꾼이란 걸 알만도 하겠지만
기특한 녀석들은 벌초하러 간다는
꾼의 어리숙한 변명에도 눈감아 주네요...
저수지의 제방끝, 묘지터 초입에 주차 합니다.
사실 이 저수지의 포인트는 상류에 있다지만...
이짐을 메고 산길을 몇백미터 행군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무너미 근처에 짐을 풀고
조금 물러나서 자리를 잡아봅니다.
월요일 오후
멀리 산밑으로 두분이 보입니다.
하하 동병상련일까요?
너나 할것없는 짠한 마음이 생깁니다.
뒤에 텐트도 치고...
물가에서 떨어져 진지도 구축하니...
이게 또 보기에 좋았습니다.
이젠 좀 편해진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 한대 입에 물으니...
지난 2틀간의 고행이 눈녹듯 사라집니다.
그래.. 이런게 낚시 아니겠어...
시퍼런 계곡지의 물을 바라보며
또다시 불연듯 몰려오는 호기로움에 온몸을 맡겨봅니다.
뭔가 큰일을 낼것 같은 예감이 엄습하며
실실거리며 나름 오늘의 전략을 짜 봅니다.
'오늘의 주 공략 시간을 11 - 2, 4 - 6로 정합니다.
욕심에 집어를 위해 낮에 몇번의 품질도 할 요량입니다.'
나오면 최소 허리급에 4짜 중후반이 라던데....
가슴이 뜁니다.
모처럼 텐트속에서 달콤한 잠을 청했습니다.
결전의 시간.
가끔씩 뒷편으로 지나는 차들과
이름모를 벌레소리...
밤은 깊어 써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갑니다.
케미불을 밝힌지는 꽤 되었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곧 운명의 시간이 오니까요.
1차 공략시간이 아무일 없이 지나갑니다.
'어분을 좀 섞어볼까?'
'내가 낚시대랑 너무 가까이 앉아 있나?'
텐트안에서 숨죽여가며 커피를 끓이며,
담뱃불도 비칠새라 손으로 가려 핍니다.
'그래 내가 물가에서 멀어지면,
붕어는 가까이 온다 하지 않았던가?'
조심조심 의자를 뒤로 물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역시 그랬습니다. 좌측으로
갓낚시 형태로 펴 놓은 2.7칸대의 케미가 움찔대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이곳도 고기는 있구나...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하지만 어느새 찌는 움직임을 멈추네요?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생각하며
다시 뒤로 물러섭니다.
한참을 있자니 다시 케미끝이
살짝 꿈틀댑니다.... 기다리자...
누가 더 오래 참느냐이다.
비록 미물일지라도 위험은 본능적으로
감지할 것 아닌가..
조바심을 내려놓고 소리없는 한숨을 내 뱉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집중하던 두눈에 초점이 어른거려
잠시 멀리 시선을 맞춘사이...
뻑... 하며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점빵을 보니 점빵 자체가 흔들립니다.
아... 손쌀같이 내빼는 낚시대를 잡으러 가보니,
끊어진 총알만 뒤꽂이에 꽂혀있네요......
마치 빛의 속도인양 낚숫대는 저수지의 가운데로 사라지며
형체조차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닙니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그냥 바닥에 퍼질러 앉게 되데요.
잠시 후 의자에 앉아 작금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멀리 뿌옇게 동이 터오고,,,
사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지만
떠나간 내 낚수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문득 얼마전 꾸었던 꿈이 생각납니다.
원래 거기서는 용왕님이 출현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때 잃어 버렸던건 낚수꾼의 꿈만이 아니었습니다.
구입한지 얼마안된 드림대....
산신령님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네?
영화속 이병헌의 넋두리가.....
가슴속에 사무치는 어느날 날이었습니다....
한주에 두개의 태풍을 맞게 되네요.
모두들 피해 없으신지요?
다행히도 주말엔 일기가 좋아진다니..
주말꾼은 그래도 조금 행복해 집니다.
길몽(?)을 꾸고 떠난 낚시..... 2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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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9
이렇게 빨리? 올리실줄이야~~~~~
펙트인거 같네요^^
건강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천 꽝!!!!!
고맙습니다
강화에 터쎈 계곡지라? 항포지? 숭뢰지?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며칠 대물낚시 하다 입질 제대로 못보면 저도 슬슬 잔챙이 손 맛이라도 그리워지더군요.
굉장히 공감을 하며 읽었습니다. 추천!!!
현장감이 느껴지내요^^
꿈이 현실로....^^*
잼나게 읽고 갑니다.^^*
어찌 이리도 내 맘 같은지.....
더위도 한 풀 꺽이고
태풍도 물렀으니
비우고
가볼렵니다.
감솨~~~~~~~
정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겁나게 웃엇습니다
간밤의 출조에 재미 좀 보셨는지요?
한달에 두번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 한다는데...
8월달이 그러했다네요.
모두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재미난 조행기 부탁드립니다
글을 너무 재미잇게 쓰시네요,
단숨에 1,2부 읽었습니다.
다른 조행기도 부탁 드릴께요.^^
그곳...아마도 제가 곷혀서 다니는곳 같네요`~
검문초소에 제방옆 무덤....
상류포인트`~
아직 미동도 한번 못보고 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