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옜날 생각을 하다보니 동네에 참 친한 형이 생각이 난다.
성격이 얼마나 섬세하고 꼼꼼한지 20년전 학생때 낚시가게에 묶여진 바늘을 사서 엮으로 풀어가며 낚시바늘 묶는법을 익힐정도로
참 대단한 사람이 였다
당시 동네에 도랑이 잘 발달되 있었는데 그냥 대나무에 150원짜리 조립낚시로 거름무데기에 지렁이 몇마리 파서
넣으면 붕어가 개때같이 달라들었던 기억이 난다
평균이 4~6치 정도 됐을려나..
이제 예전 기억으로 돌아가본다
당시에는 월척이 상당히 귀했고 실제로 본적도 없었다
7월초쯤 되었던것 같은데 그날도 동네 거름무더기에 꼬챙이 하나들고 지렁이를 파다가
동네어르신이 이놈의 자식들 거름 다 흐트려 놓는다고 소리치며 달려오고 우린 도망가고 ...
그렇게 여지없이 동네 도랑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물은 왜그리 맑은지 도랑수심이 1미터 가량되는데 바닥이 훤히 보인다
나 : 행님! 오늘 고기가 한마리도 안보인다 다른데 가자~
행님 : 아이다 저기 풀때기 밑에 고기 있을끼다 던지봐라!
나 : 고기는 개코나 ~ 더워 죽긋다~ 요 위에 못에 가자!
행님 : 있어봐라 좀만 해보다가 가자 안카나~
그날따라 얼마나 덥고 짜증이 나던지 길옆에 나무 밑에서 낚시고 머고 때려치우고 먼산이나 보고있는데
행님이 무엇인가에 엄청 집중하며 낚시대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게 아닌가~
캬~ 저 행님이 더워서 정신줄 놨나~생각하며 옆으로 궁시렁대며 다가가니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쉿!
조용히 하라고 하는게 아닌가..ㅡ,.ㅡ:::
이 행님이 진짜 ㅋㅋ웃으면서 옆으로 다가가니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속에
식당에서 쓰는 케찹깡통인지... 커다란 깡통이 반쯤 묻혀있었는데
거기 바로 앞에 지렁이를 한마리 달고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게 아닌가!
이 행님이 진짜 제정신인가?
나: 행님 머하노? 깡통 잡을라 카나 ㅋㅋㅋ
행님 : 조용히 해봐 아까 깡통에서 붕어 대가리 겁나 큰거 나오는거 봤다
나 : 그라모 물에 들어가서 깡통 건지뿌지 말라고 낚시하노
행님 : 등신아~ 물에 들가모 흙탕물 될끼고 고기 도망가모 못 찾는다아이가~
나 : 행님 욜리 똑똑하네 ㅋㅋㅋ
그렇게 5분이 지났을라나 옆에 앉아 지켜보던중에 깡통에서 붕어대가리가 슥 나오는게 아닌가 !
커다란 대가리 하나와 작은 대가리 하나 두마리가 지렁이에 관심을 보이며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버리고 나왔다가 한번 건들고 다시 들어가버리고
흐미 붕어가 얼마나 사람을 약올리던지 지켜보던 나는 도저히 땡볕에 고기고 나발이고 못 보겠다며
다시 나무 그늘로 가서 앉아 있고
저 행님이 포기하고 나면 내가 집에있는 미꾸리채로 살포시 다가가 깡통을 포획할 계획을 세우며
제발 포기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ㅎㅎㅎ
그렇게 30분동안 지렁이 바꿔 끼우고 온갖 노력을 하더니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가 들렸다
행님 : 잡았다!! 와 동시에 큰 물소리 퍼버벅~ 퍼버벅~~
나 : 흐미 사람도 아이네~
일어서며 다가가려 할때 길가 바닥에 정말 황금빛 붕어가 퉁~ 하고 떨어지며 팔딱팔닥 거리는게 아닌가
언능 뛰어가 보니 세상에 ~이리 큰 붕어가 햇볕을 받아 황금빛을 뽐내며 펄떡펄떡 거린다!
행님과 나는 언능 행님집으로 가서 철 세숫대야에 물을 담고 고기를 넣어놨다
그리고 행님이 플라스틱 30cm자를 들고와서 제보니 자보다 약간 컷다
지금 생각하면 33cm정도 됐을라나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마다 구경하고 갈 정도로 대단한 붕어였다.
20년전 그당시에 그 까까머리 행님이 월척붕어를 4수까지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제야 실감이 난다
지금은 세상사에 치이며 경기도 까지 올라가 직장생활에 애들 두명에 사느라 정신이 없어 낚시는 꿈도 꾸지 못한다
2년전 고향에 잠깐 내려와서 섶다리에 낚시대 10대를 널고 있는걸 보더니
무신 고기 다 잡을라 카나? 이기다 머꼬?
하며 섶다리도 구경하고 낚시대도 둘러보며 세상참 많이 좋아짓네 하며
내가 나이묵으면 고향에 내리올끼다 그때되면 같이 낚시하자던 그 행님 ~~
아마 행님 내리올때 되면 배스잡으러 댕기야 될낀데 ㅋㅋㅋ
행님을 위해서라도 동네 남아있는 토종터 4군데는 꼭 사수 해야겠다
깡통속에 큰기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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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