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사랑하는 대물 붕어의 메카 충북 음성의 원남지가 낚금으로 묶여 추억속의 낚시터로 사라진지도 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아내( 필명:외봉여조사)가 저의 글을 <낚시사랑>에 올린것을 이곳 *월척*으로 옮겨 왔습니다.
글만 써 두었지 잘 올리지 않는 습성인데 *월척* 가입 신고식으로 올려봅니다.
마음 깊이 사랑하는 나의 안식처이자 우리 꾼들이 눈물겹도록 그리워하는 휴식처인 "원남지"가 어서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좀 긴글 입니다.
살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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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낚시를 다니다보면 년중 가장 조과가 좋은 3번의 호황기를 맞게된다.
첫번째가 3~4월 산란기요, 두번째가 6~7월 장마기의 오름수위, 세번째가 곡식을 거둬들이는 추수기다.
그중에서도 낚시꾼들의 가슴을 가장 설레게하는 최고의 호황기는 산란기다.
지금 시기가 바로 산란기의 정점이다.
4월 5일 식목일을 전후로 배수가 진행되기 전까지의 약 20일간이 년중 최고의 찬스타임이 된다.
이시기에는 최대의 난적인 모기도 없다.
산란을 앞두고 영양을 비축한 붕어들은 글래머한 몸매와 윤기흐르는 고혹적인 자태로 낚시꾼들을 숨넘어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월척급 미녀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기온과 풍속,물색,그리고 소란스럽지 않은 주위환경등이 맞아 떨어져야 글래머 월척붕어들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속칭 대박조황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손바닥 이하의 잔챙이로 살림망을 채우거나 값비싼 양어장에서 대물 수입붕어나 잡종붕어(잉붕어,향붕어)로 만족할만한 조과를 거두기는 어렵지않으나 그건 진정한 의미의 낚시 만족이 아니다.
무릇 월척조사의 대박이란 자연의 수면에서 준척부터 월척급에 이르는 대물들로 마릿수 조과을 거두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고 바야흐로 낚시꾼 가슴이 두방망이 치는 4월 초순의 산란기다.
이제는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여 두번 다시 낚시대를 드리울 수 없지만 그해,그곳에서 만난 일생 최고의 호황은 평생 못잊을 것이다
2004년 4월 초순의 어느날.
나는 충북 음성의 원남저수지에 있었다.
17년을 근무했던 직장을 그해 3월 말일자로 자진 퇴직한 상태였는데 앞으로의 삶의 계획은 잠시 미뤄두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실컷 맛볼 생각이었다.
밥벌이의 족쇄에 메어 늘 갈증만 나던 낚시.
나는 평일에 출근의 부담 없이 며칠분의 양식과 용돈을 챙겨 대전 집에서 단골 낚시터인 원남지로 늦은 오후에 출조했다.
진달래와 산벚나무가 피고 연초록의 신록이 번져가는 산과 그풍경을 담은 호수는 아름다웠다.
평일이라 한산했지만 그날따라 운이 따르려는지 월척 명당인 일명 <장군바위>초입 포인트가 비어있었다.
행여 다른 꾼에게 빼앗길새라 부랴부랴 낚시짐을 부려놓고 받침대를 꽂은후에 대를 설치하였다.
전날 내린 비로 바닥에는 물기가 배어있었고 물색은 흐려보였다.
오색찌를 세운 앞쪽으로 새순이 돋는 수몰 버드나무와 땟장수초가 펼쳐져 있었는데 붕어의 은신처겸 산란장소로 더할나위 없어 보였다.
수로 건너편 둠벙에도 낚시를 왔는지 한사람이 낚시대를 설치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검은 양복에 스포츠머리를 한 덩치가 커다란 일명 "깍두기" 스타일의 남자였다.
떡밥을 개어놓고 의자까지 제자리에 놓아둔 후에 타고온 에쿠스 승용차로 가서 뒷문을 열었다.
날렵한 낚시 복장을 쳐려 입고 벙거지를 쓴 키가 작고 마른 중년의 사내 하나가 차에서 내려 낚시자리로 걸어갔다.
....ㅋㅋㅋ 뭐지? 조폭두목이 낚시를 왔나?...
서산으로 기우는 봄햇살을 받으며 이른 저녁을 지어먹는데 ~☠쿵쾅????~ 쿵쾅☠????~요란한 음악소리를 울리며 빨간색 티뷰론 한대가 등뒤를 지나갔다.
최상류의 다리를 건넌 티뷰론이 맞은편 산아래의 <폐가둠벙> 포인트 앞에 정차하는것이 보였다.
산속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바람 한 점 없이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위로 저녘여명이 사위어지는데 케미불을 밝혀둔 낚시찌 근처의 수몰 나뭇가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것이 보였다.
야음을 틈타 붕어들이 은신처를 찾아 들어오고있는 것이리라.
대박 조황에 대한 기대로 입이 마르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산그림자마저 지워지고 별빛만 간간히 빛나는 시간.
수몰나무 근처에 붙여둔 찌 하나가 천천히 올라온다.
온 밤의 어둠을 들어올리듯 안단테의 속도로 올라온다.
밝은 찌불빛에 마음속 불안까지도 연소되는것 같다.
힘차게 챔질하자 부욱~ 하는 저항음이 들리고 제압하기 힘들만큼 강한 몸짓이 낚시대를 타고 온몸으로 전달된다.
두손으로 쩔쩔매며 간신히 발앞으로 끌어내자 거대한 몸체의 붕어가 숨을 헐떡이며 옆으로 눕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40센티가 훨씬 넘는 4짜급 대물이다.
고기 머리에 수건을 덮어 입의 바늘을 빼내고 살림망에 담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마음을 진정하고 새롭게 떡밥을 달아 수면으로 던져넣는데 소쩍새 소리만 간간히 흐르던 저수지가 순식간에 밝아지며 괴성이 울려퍼진다.
"아따~~이제야 뜨~뜻~허니 좋네~"
아까 티뷰론을 타고 온 일행들인데 여자들 목소리도 들리는것을 보니 두커플이 동행해서 온모양이다.
화톳불을 피웠는지 주위가 타오르는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지고 명멸하는 불티들이 연기를 따라 반짝이며 타올라 밤하늘로 사라져갔다.
환한 불빛과 소음에 입질이 뚝 끊겼다.
"자~ 영혜야~한잔 더 따라봐.ㅆㅂ~ 낚시가 별거여~.괴기를 잡든 두꺼비를 잡든 아니믄 떡을 치든 하룻밤 물가에서 잘 놀다가믄 되는거아녀~~"
"마저~ 마저~ 오빠~경치도 좋구~ 고기도 술도 맛있구~ 증말 조타~~"
불 피우고 고기까지 궈서 술 한잔 하는지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는 높아지고 욕지거리에 웃음소리에 점점 분위기는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저수지 상류지역 곳곳에 낚시꾼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나서서 항의하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오빠~ 낚시터에서는 조용히 해야 되는데 우리~ 너무 떠드는거 아냐?"
"머여~~ 괜찬혀~ 여긴 내구역이여~ 언눔이구 나서기만 혀봐~.아조 요절을 낼껴~~"
"아이~~:오빠~ 뭔 요절을 낸다 그래?~"
"그라문 니가 오늘 밤 오빠헌티 요절 한번 나볼텨?"
"우왁~~우왁~~~우헤헤헤~"
"호호호호~~까르르르~~"
....아 ~ 정말 봄밤에 아주 여러가지를 하신다....
거짓말처럼 끊긴 입질은 이후 요지부동이다.
화톳불에 땔감을 더 얹었는지 불길은 더욱 넓고 크게 주변을 밝히고있다.
간간히 들리던 소쩍새 소리마저 그들의 고성방가에 놀랬는지 들리지 않는다.
"미자야~ 노래 한번 불러봐.
거~ 잘하는 노래 있잖여~"
"그려~ 그려~ 함 해봐~"
잠시후...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 꼬물~ 헤엄치다~
뒷다리 쑥~ 앞다리가쑥~
팔딱 팔딱 개구리됐네~~????
......중략...."
헉!~율동까지 하나 보다.
귀엽다느니 쎅시하다느니 하다가
옆에 다른 여자까지 합세하여 함께 부르며
자지러진다.
서산에서 떠오른 달빛에 춤추고 노래하는 건너편 년놈들의 작태가 환히 보인다.
"흐미~ 그눔으 올챙이땜시 디져불겄네~
한번도 아니고 멪번을 불러쌌능가~아이그미~ 징헌거~"
낙담하여 의자에 기대어 있노라니 건너편 둠벙에서 낮게 투덜대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후 휴대폰으로 누구에겐가 전화를 거는 모양이다.
" 아야~~ 불곰이냐?
차에 있능가? 괴기도 안나오는디 쩌그 건너편 애기들 땀시 미쳐불것다아~.
심허게 허든말고 조근 조근 타일러서 낚시터 예절쫌 갈챠주고 온나"
차의 시동이 걸리고 에쿠스가 내 등뒤를 지나 티뷰론쪽으로 갔다.
잠시후.
"머여~ 당신~ 여그가 워딘줄 알고 겁대가리 읎이 와서 지적질이여~"
에이~,뒤질랴~,어쩌고 하더니 갑자기 화톳불에 무엇이 던져졌는지 불티의 파편이 확~ 흩어진다.
쨍그랑 거리는 식기소리,사람이 넘어지고 자빠지는 소리,물에 빠지는 첨벙소리,이어지는 둔탁한 소리뒤에 깊게 삼키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여자들의 짧은 비명과 흐느낌.
낮게 웅얼거리는 남자의 목소리 다음으로 "예", "예" 하는 주눅든 목소리가 들리고 화톳불이 꺼진다.
얼마 후 내등뒤로 지나간 에쿠스 승용차는 원래의 자리에 주차되고 운전석에서 덩치 큰 남자가 내려 건너편 둠벙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래.조용히 갈챠줬냐?"
"예 형님.애기들이 츰에는 말귀를 못알아 들어가꼬 약간의 맛싸지를 곁들여 부렀구만요.
크게 기스는 안냈응게 염려마씨요잉~"
"그려잉~ 수고혔다~.인제 좀 조용허네.
그놈에 올챙이 땜시 디져부는줄 알았당게.
나 밤낚시 좀 더 혀서 붕어찜거리 장만해야 헝게 니는 가서 더 자그라."
"예. 형님~"
고요해진 호숫가에 소쩍새 울음소리가 다시 찾아들고 기다리던 붕어의 입질이 무르익었다고 생각될 즈음, 음악도 끈채 조용히 빨간색 티뷰론이 내등뒤를 지나 저수지를 빠져나갔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호숫가는 말그대로 적막강산이었다.
하현달이 기우는 밤하늘에 별빛이 빛나고 고요한 수면위에는 낚시꾼들이 던져놓은 찌불들이 떨기 별꽃처럼 피어있었다.
차량 통행도 끊긴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각.
고요함에 안심한 붕어들이 무차별 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소쩍새 울음따라 올라오는 야광찌.
어떤 때는 펼쳐놓은 3대의 낚시대에서 동시에 찌불이 피어오르기도한다.
오른쪽을 채면 왼쪽찌가 올라와 드러눕고 그쪽에 손을대면 가운데 낚시대가 쭉~ 끌려간다.
우당탕~,쐐액~,철푸덕,...
정신없이 제압하며 보니 달빛이 부서지는 낚시대 사정거리의 수면이 모여든 고기들의 몸놀림으로 일렁거리는게 보인다.
아마 입질을 하려고 줄 서있는 모양이다.
낚시를 수십년 다녔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겪어 보았다.
할 수없이 좌우 낚시대를 걷고 가운데 한대로 승부를 걸어본다.
일명 외대일침.
고수들의 절대비기이다.
단전에 기를 모아 온몸으로 순환시키며 정신없이 챔질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붕어를 낚아내었는데 새볔 4시경이 되니 거짓말처럼 입질이 끊기고 간간히 피라미와 블루길이 걸려나온다.
아마 붕어들이 모두 빠져나간 모양이다.
낚시대 옆에 담가놓은 살림망에 낚은 고기들이 목부분까지 채워져있다.
어림잡아도 60수 이상이며 대부분이 월척과 준척들이다.
첫 산란 때 붕어들은 큰놈 순서대로 알을 낳는다.
그래서 이런 대박 행운을 낚게 되었나 보다.
꿈의 고기인 4짜가 두수,허리급이 십여수 ,나머진 턱걸이 월척과 준척(8치 이상)들이다.
차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 후 나와보니 아침 7시경이다.
건너편 둠벙의 사내는 요지부동의 자세로 앉아있다.
아이스박스에 허리급(35cm급) 붕어 여섯마리를 담아 사내에게 갔다.
"안녕하세요?"
올려다 보는 사내는 눌러쓴 벙거지에 짙은 썬그라스를 끼고있어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
"아..예...무신 일로....?"
나는 주저하다가 아이스박스를 열어 월척급 붕어를 보여주었다.
"붕어찜 거리를 잡으러 오셨다고 하길래 괜찮으시면 드릴려구요."
"워메에~~~ 겁나게 크네이~
밤에 솔찮이 재미 보셨것소."
"예.사장님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낚시를 했습니다."
"아니...무슨??~
아~~~ 거~ 올챙이,올챙이~~ 아따~ 나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아그를 보내 해결해 부렀는데 우리 선생께서 혜택을 톡톡히 보아부렀구마잉~~"
"예.사장님.감사했습니다.
여기 살림망에다 넣어 놓겠습니다."
"아따~~ 고맙소~잉~ 잘 먹겄소.
근디~ 언제 가씨요?"
"예 이제 관리소에 가서 씻고 집에 가야지요"
"아따~~ 그라요.그럼 나가 그쪽으로 옮겨야 쓰겄네요"
"예. 그렇게 하시지요."
내자리로 돌아와 붕어들을 모두 방생하고 낚시대를 걷고 주변 청소를 했다.
관리소에 가서 몸을 씻고 커피 한잔 하고 오니 낚시대를 설치하던 검은 양복의 깍두기가 90도로 인사를 한다.
"선생님! 귀헌 고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구~ 아닙니다.근데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예.형님은 차 가지고 읍내에 싸우나하러 가셨슴다."
"아~ 그래요.그럼 저는 이만...
오늘 재미 많이 보세요."
2박3일 일정이었지만 하루 앞당겨 귀가하기로했다.
팔과 어깨가 아파서 낚시대를 휘두를 힘도 없었고 만족한 조과에 더 이상 욕심도 없었다.
차에 올라 백미러로 바라보니 깍두기가 흰이를 드러내며 손을 흔들고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이 그때 처럼 첫 산란기의 절정이다.
올챙이 송을 들으니 그때가 생각난다.
아~~ 낚시,낚시 가고프다~
올챙이송 - Polliwog Song
https://youtu.be/8gbnJjU7bOM
글솜씨가..아주 대박 입니다
원남지 저도 많은 추억이 있는곳 이죠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과 하당지에서
꽝을 치고
원남지에서..월척과 4짜를 만나게 해준 곳이라
그추억을 잊지 못하죠..ㅎㅎ
너무..잘일고 갑니다
항상 대박 나세요
뭐 그러려니하고 지나가면
추억이되는 스토리죠
재미난 추억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2004년 쯤 원남지 인근에 민가 한 채를 월세로 얻어 놓고
주말마다 내려가서 낚시하던 기억이 새롭게 납니다.
그 때 원남지 관리하던 독사아줌마는 지금 어디서 잘 지내시고 있는지,,,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비루재.. 등등
아픈 추억은 관리인 독사 의 사위님이 운면하시던 날....
웬 비바람이 부는지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