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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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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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솔 향이 묻어나는 팔월의 첫 주
짙게 드리운 먹구름이 하늘을 뒤 덥고 
이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초여름의 늦은 오후
바쁜 마음에 
그린낚시 점 조사장님이 권하는 커피도 마다하고 찾아간 아홉 지
언제나 처럼 그곳엔 먼저 도착한 조우가 
좋은 자리라며 남이 않지 못하게 받침대를 꽃아 두고 나를 반긴다
그제가 입추였다지만 흐린 날 인데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도 흐르는 땀이 멈추질 않는 것은
아직도 지내야 할 뜨거운 여름날이 많이 남았다는 걸까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아래 낚싯대를 펼친 늙은 조사
매미소리가 자장가로 들렸음인가 파라솔아래서 졸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졸면서도 붕어를 낚을 수 있다는 고수의 여유를 보는듯하다

무더운 여름날 풀숲에선 모기떼가 득실거리며 앵앵 되고
넓디넓은 저수지에 오직 낚시바늘 하나, 둘……던저놓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물속 붕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리석은 바보!
그런 곳에서 아까운 밤 시간을 힘들게 보내는 것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힘들겠지만
산에 가는 사람들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 간다고 하고
꾼들은 자연과 함께하고 
붕순일 만나도 보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조우와의 따근한 커피를 마시며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 두자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고 의자에 않아 흐르는 땀을 딱으며
하나 둘 펼치는 낚싯대 
세월을 낚자!
자연과 함께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그 모양이 시원함을 연상하는 부채 모양보다 
물속의 고기를 다잡을 태세다
솟아지는 졸음을 참고 모기에 뜯기 우며 기다리는 꾼들의 여망
그 지루한 기다림 속에서도 참을 수 있는 것은 
어둠을 뚫고 서서히 치솟는 찌 맛과
침질과 동시에 손끝에 강하게 전해오는 손맛
그 짜릿함을 맛본 꾼이라면 
쉽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물가를 다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시원함 밤바람에 몸을 맡긴 체 
가슴 깊이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
심장이 멋을 것 같은 아름다움
의자에 등을 기대니
하늘엔 간간히 구름이 춤추며 흘러가고 
그 속엔 간간히 별들의 속삭임도 들리는 듯한데
서산너머 나뭇가지엔 벌써 초생달이 걸렷다
아직 초저녁인데 초생달이 벌써 떨어 질려 고하니 
오늘은 어느 날 보다 대물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크다
시끄럽게 떠들던 떡 치기 꾼들도 이젠 철수를 하고 
끊임 없는 열정으로 시작되는 꾼의 여망!
단 두 명의 꾼만이 지수지를 지킨다

캄캄한 어둠이 내려 않은 수면 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잔물결이 엷게 번져온다
물결이 출렁이며 눈앞의 찌가 현란하게 춤을 춘다
눈을 껌벅 이다가 이내 의자 뒤로 몸을 눕힌다
바람이 부니 시원해서 좋지만 
바람이 자야 물결이 잠잠해지고
그래야 입질이 올 텐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찌를 주시한다

어둠에 뚫린 꾼의 고요 속에
가끔씩 울어대는 풀벌레소리와 밤새 소리
짧디 짧은 여름 밤은 고귀한 아름다움과 숭고한 잉태로 시작된다
월척! 
4짜! 
그리고 대물!
꾼의 오랜 기다림의 결정체
어둠을 뚫고 나타날 황금빛 비늘을 두른 녀석
시원한 침질과 휘어진 낚싯대를 그리며
꾼의 욕망이 높게 치솟고 있다

숲과 호수를 찾아 다닐 수 있는 것이 꾼들의 특권인 것을
그 특권을 빼앗아간 한여름 밤의 무더위
숲도 잠들고 호수도 이내 깊은 잠에 빠져 들고나면 
호젓한 호수 위에 찌 하나 나하나, 찌 둘 나둘……
낚시란 고독한 그리움이라고 한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먼 산등성이에서 솔가지 흔들며 날아온 
바람소리에 들려오는 부엉이 울음소리 
그 소리에 아련한 옛추억이 떠오른다
고향집 뒷산 마른나무 가지에 
매일 저녁마다 한 마리의 부엉이가 울었지
어린 동생의 동그래진 눈 속에 두려움과 신기함이 서려 있었지만
배고픈 어린 시절이라 
그 울음소리가 마치 “양식 없다 부~~엉 ”으로 들려는데 
옛추억이 떠올라 마치 고향집 마당에 않아있는 듯 하다

앞산 마루에 번쩍이는 번개불이 저수지을 환하게 비추니
찌는 솟을 줄 모르고 피곤에 지친 꾼의 눈꺼풀은 무게를 더하는구나
가로등도 졸고 있고 밤새 지칠 줄 모르고 짓어대던 누렁이도 
이젠 피곤 했음인가 
교회의 타종소리에 묻히어 버렷다
여명과 함께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녘
이슬에 젖은 낚싯대를 주섬주섬 챙겨 떠나는 꾼의 뒷모습에 
새로운 열정으로 재무장하여 꾼의 도전은 계속된다

입조때 눈에 들어온 표지판 하나
“낚시터의 환경은 낚시인의 책임입니다”
진정한 고수란?
한 마리의 대물에 즐거워하기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이가 고수일겁니다.

빵구대님!
오랫만에 님의 글을 접합니다.
낚시인의 마음속에 잠겨 있는 모든 생각을 그대로 담은것 같습니다.
고수든 아니든 물가에 앉아 있는 여유를 저는 항상 좋아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늘 편안하시고, 좋은 나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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